‘50년 넘은 교회는 부흥 불가능’ 통념 깨고…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비전 100년’ 향해 달려가는 서울 봉천제일교회

▲이규호 목사는 아직 ‘30대’다.
▲이규호 목사는 아직 ‘30대’다.

서울 봉천동 낙성대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봉천제일교회는 지난해 7월 이규호 목사 부임 이후 급성장하고 있다. 1년도 안돼 주일예배 인원만 6백명 넘게 늘어나 순식간에 주일예배 출석인원이 2천명을 넘어선 것이다. 창립한지 50년이 넘은 봉천제일교회에 ‘제2의 도약기’가 찾아온 비결을 봉천제일교회가 추구하는 네 가지 비전으로 분석했다. 네 가지 비전은 △예배에 기쁨이 넘치는 교회 △가정을 행복하게 하는 교회 △젊은이들이 살아나는 교회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교회 등이다.

젊은이들이 살아나는 교회

봉천제일교회에서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부서는 바로 ‘청년사역부’다. 출석인원만 해도 작년보다 100% 가까이 늘어났다. 이규호 담임목사는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면서도 “청년들은 잘 먹고 잘 입힌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명만 확실하다면 알아서 모여들고, 믿음이 자라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목사가 부임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곳이 바로 ‘청년사역부’다.

▲이 목사가 부임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곳이 바로 ‘청년사역부’다.

이 목사는 명성교회 부목사 시절 청년부를 오래 맡으면서 이를 확실히 체험했다고 한다. 그는 “주님을 위한 사명자들만 세포분열하듯 불어났다”며 “1천명이 있어도 오합지졸인 교회가 아니라 1백명이 모여있어도 한국교회를 섬기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청년들을 위해 투자만 많이 하는 교회가 아니라, 청년들이 주님을 위해 기꺼이 일할 수 있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며 “이를 위해 교회로 들어오는 목표가 아니라 물질적이든 수적이든 밖으로 나가는 목표를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도들도 “살아나는 모습이 보인다”, “청년들 눈이 반짝거린다”며 이 목사 부임 이후 청년들이 가장 달라졌다고 말한다. 교회는 이들을 향후 5년간 ‘해외선교’ 사역에 집중시킬 예정이다. 당장 올 여름 70명의 청년들이 베트남과 인도, 러시아로 비전트립을 떠나고, 두 배인 140명은 기도로 돕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청년부 출석인원이 140여명임을 감안하면 여름까지 70명을 더해 최소 210명을 예배자로 세우고 선교사역자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목사도 여름에 받을 사례비 모두를 이들을 위한 선교헌금으로 드리겠다고 작정했다. 그는 이날 “목회자의 희생 없이는 부흥도 없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교회

봉천제일교회는 올 여름 창조과학회, 창조사학회와 함께 영아부터 고등학생까지의 모든 ‘다음세대’를 대상으로 기존 성경학교 대신 창조론을 바르게 가르칠 ‘하나님의 창조콘서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체적 계획은 창조과학회, 창조사학회와 협력해 가면서 7월까지 차차 세워나갈 예정이다. ‘창조콘서트’를 마련한 이유는 가치관 혼란과 부재의 시대를 살아갈 이들에게 올바른 하나님의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하나님의 가치관’과 함께 봉천제일교회가 다음 세대를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이 영적 면과 실제적 면에서 시야를 넓히는 일이다. 봉천제일교회는 올 여름 창조콘서트와 별도로 현재 교회학교 인원 500명 중 일정 훈련과정을 통과한 50명만을 대상으로 일본 비전트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규호 목사는 “요즘 아이들은 영어공부가 다인 줄 알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영어발음은 그리 좋지 않다”라며 “세계를 섬길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우리는 우리나라 안에서만 자꾸 먹고 살 궁리를 하고 있다”며 “하나님 말씀을 토대로 민족을 넘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비전트립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봉천제일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예절교육 장면.

▲봉천제일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예절교육 장면.

봉천제일교회의 ‘다음세대 교육’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젊은이여, 네 허리를 숙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믿음 안에서 겸손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올해 교회학교 교육주제로, 예절교육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바른 인사법과 예의범절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호응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이 목사는 “어린이들은 어른들에게 바르게 인사하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선물공세 중심의 ‘뭘 꼭 줘야 하는’ 교회학교에서 탈피, 믿음의 자녀들이 인정받고 칭찬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에 기쁨이 넘치는 교회

황선탁 봉천제일교회 부목사는 이규호 담임목사가 가장 강조하는 것으로 ‘예배’를 꼽았다. 이 목사는 찬송이 찬송답게 불려지고, 예물이 예물답게 드려지는 ‘예배다운 예배’를 강조한다. 이 목사 자신부터 ‘설교자’가 아닌 하나님 앞에 선 ‘예배자’로 서기 위해 주일 1-5부 예배를 모두 집례하고 설교한다. 이 목사는 “이제까지는 예배에서 받는 것이 많이 강조돼 왔다”며 “드림과 받음이 조화로운 예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부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설교’다. 황 부목사는 “달라진 교회 홈페이지의 설교 클릭 수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설교가 교회의 주요 성장요인 중 하나임을 인정했다. 힘있는 설교로 성도들을 깨우고 있는 이 목사는 “말씀에 생명을 걸고 있다”면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현재 금요철야예배를 제외한 대부분의 설교를 직접 하고 있는 이 목사는 “살아있는 예화와 실질적인 적용을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천제일교회의 예배부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주일예배 인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새벽예배가 3배 가까이, 수요사경회와 주일찬양예배에 참석하는 성도 수가 40% 가까이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3월까지 등록자 수만 해도 2백명이 넘었다. 이 목사는 ‘늘 넘치게 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확신 아래 올해 교구 수를 3개에서 4개로 늘렸다.

가정을 행복하게 하는 교회

이규호 목사는 한국교회 성장에 대해 “가정의 눈물을 딛고 교회가 성장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어렵다. 예전에는 가정의 핍박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제는 함께 교회로 출석하는 흐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정과 교회가 대결 국면으로 가서는 피차 힘들고, 가정을 품어 복음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예배 나오느라 남편 밥상도 못 차리는 아내가 되지 마십시오”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 남편을 더 잘 섬겨 교회로 인도하는 아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가정행복론’을 실제적으로 적용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성도들을 위해 이 목사는 부부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여러 실제적인 사례들을 꼭 설교 중에 제시한다고 했다.

▲푸른경로대학 지난해 어버이날 모습. 지역 최고수준의 복지시설로 지역주민들을 교회로 찾아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푸른경로대학 지난해 어버이날 모습. 지역 최고수준의 복지시설로 지역주민들을 교회로 찾아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봉천제일교회는 이같은 방법을 지역사회에도 같이 적용하고 있다. 교회를 욕하는 사회와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품고 섬기겠다는 것이다. 봉천제일교회는 나눔 봉사단을 곧 발족하고, 장학제도를 교회 성도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확대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푸른경로대학과 푸른어린이집은 이미 이 지역에서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이 목사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도 “자꾸 주려고 하지 말고 함께 뭔가를 이뤄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며 “받기만 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는데, 함께 기여했다는 마음을 갖게 해 주면 부담없이 교회와 함께하는 어떤 일이든 참여할 수 있지 않겠나”는 것이다.

이 목사는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역과 비전에 대해 “성공적으로 목회해 오신 원로목사님의 사역을 계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임 이후 교회 성장도 그 첫번째 이유를 “원로목사님이 뿌려놓은 씨앗에 열매를 거두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봉천제일교회를 탄탄하게 성장시킨 장세윤 원로목사는 일면식도 없는 ‘젊은’ 이 목사를 후임으로 결정하면서 자신과 관련된 어떤 조건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교회에 과연 누가 합당한가’만을 생각했다고 한다. 장 원로목사는 은퇴 이후 3년간 교회에 오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 부활절에는 성도들 전체에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등 교회에 대한 사랑만은 여전하다. 이 목사는 “신년감사예배 때도 설교를 부탁했는데 장 목사님이 오지 않으셨다”며 이 모든 것이 후임을 배려하는 차원임을 감사해하면서, “이번 창립기념주일에도 모시고 싶은데 오실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규호 목사는 “우리교회가 비록 창립 50년이 넘은 교회지만 새롭게 한국교회의 모델이 되는 것이 비전”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하나님 마음에 합한 종이 되는 것이 유일한 비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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