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이슬람 평화는 종교 자유 기반 위에서”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WEA, 이슬람측 대화 요청 서한에 최근 답신 전달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이 최근 이슬람측에 ‘우리 또한 사랑, 평화, 자유, 그리고 정의 속에서 살기 원한다(We Too Want to Live in Love, Peace, Freedom and Justice)’라는 제목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 서한은 작년 10월경 무슬림 학자, 성직자 138명이 전세계 기독교 단체, 지도자들에게 보낸 ‘우리와 여러분 사이의 공동의 말씀(A Response to A Common Word Between Us and You)’에 대한 답으로, 지난 달 초에 공식적으로 이슬람측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슬람측은 앞선 서한에서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갈등이 지속되는 한 진정한 세계 평화는 이뤄질 수 없음을 강조하며 기독교측에 대화를 요청했으며, ‘공동의 기반’을 찾자고 촉구했다.

WEA는 이슬람의 대화 요청에 대해서는 우선 환영을 표시했다. 전 세계 4억여 WEA 회원들을 대신해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는 “양 종교 간 화해가 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러분(이슬람)의 견해에 공감하고 동의한다”며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이 세계의 불안과 갈등을 해소하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여러분과 함께 모색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 기독교인들이 항상 하나님의 말씀에 합당하게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는 창시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본질적으로 평화의 종교”라고 밝히며 “따라서 기독교가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여러분도 안심하셔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평화를 이루기 위한 방식에 있어서는 이슬람측과 견해를 달리했다. 이슬람측은 앞선 서한에서 두 종교의 공동의 기반이 ‘한 분 하나님(One God)의 사랑’에 있다고 제시했으며, 이를 토대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측은 이 대목에서 ‘하나님은 동료(partner)나 협력자(associate)가 없다’는 코란의 여러 구절을 인용했다.

터니클리프 대표 “예수, 십자가, 삼위일체 등 교리 차이도 분명”

터니클리프 대표는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원치 않지만, 사실 이 말은 우리에게 ‘무슬림으로의 초대’와 같이 들린다”고 완곡히 지적했다. 그는 “여러분은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 점이 하나님에 대한 여러분과 우리의 이해의 근본적인 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은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깊고 오랜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러분이 그러하듯 우리 또한 우리 신앙의 진리를 믿는다”며 기독교인들에게 있어 ‘하나님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죄 사함을 받은 인간에게 영원히 확증된 아버지 하나님, 아들 하나님, 성령 하나님의 사랑”을 의미한다고 분명히 했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두 종교의 평화가 서로 신학적으로 하나가 되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슬람측의 주장에 대해 “심지어 같은 종교, 예를 들어 기독교 안에서조차 개신교, 가톨릭, 정교회 등이 신학적 견해를 달리하고 이슬람 안에서도 수니파와 시아파 등이 갈등을 풀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분의 요청은 시작에 불과하고, 이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이 평화 속에 살 수 있으려면 서로의 신학적 차이를 해결하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종교간 평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지역들은 서로 다른 종교들이 신학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이 기반은 각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그들의 신앙을 온전히 실천할 수 있고, 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고 밝혔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종교 자유’란 “우리에게 동의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아니라 우리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관한 것”이라며 “이는 우리와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에게도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평화는 이같은 종교 자유가 서로에게 허락될 때 시작될 수 있다고 밝힌 그는 특히 이슬람 세계에서의 기독교인들의 박해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우리는 이슬람 국가들에서 기독교인들에 가해지는 종교적 제재의 사례들을 보아 왔다” 며 “이들 중 일부는 심지어 감옥에 갇히거나 생명과 가족을 잃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일들은 평화에 대한 여러분의 바람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안다”며 “기독교 사회에서 무슬림들이 누리는 것과 동등한 수준의 평화와 정의를 이슬람 사회의 기독교인들이 누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앞선 서한에서 이슬람측은 “무슬림으로서 기독교인들이 종교 때문에 무슬림들에 대한 전쟁을 수행하거나, 그들을 억압하지 않는 한 기독교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썼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이에 대해 “사실 이 말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했다”며 “우리는 ‘어디에서 기독교인들이 무슬림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고 억압을 가하고 있는가? 기독교 지도자들 중에서 무슬림에 대한 공격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이들이 있는가?’라고 스스로 질문해 봐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같은 일들에 관해서는, 만약 발견이 된다면 우리에게 즉시 알려 달라”고 말했으며, “기독교인으로서 우리 역시 무슬림들이 평화 속에 살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WEA의 이번 서한에는 국제종교자유연구소(IIRF) 크리스틴 슈마허 박사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WEA의 이슬람 관련 대변인인 그녀는 독일복음주의연맹(GEA) 회원인 동시에 독일 정부의 이슬람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작년 10월 이슬람측으로부터 서한을 전달 받은 후 터니클리프 대표는 “이슬람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동시에 WEA 내 회원들 및 다양한 기독교 단체들과 논의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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