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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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학 관점으로 작품 읽기

파울로 코엘료는 리오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나서 청소년기에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는 불행한 시기를 보내지만, 록 음악과 히피문화에 심취함으로서 문학적 잠재력에 불을 지피는 계기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은 그 당시 브라질 사회에서는 매우 급진적인 것이었으므로 군사정권 하에서 두 차례 수감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 일로 그는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산티아고 순례의 길에 오르고 이를 계기로 문학의 길로 들어서 1987년에 자아의 연금술이라 일컬어진 <연금술사>를 펴낸다. 이 책은 120개국어로 번역이 되고 수천만부의 판매기록을 세움으로서 그에게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다. 이어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악마와 미스 프랭>, 그리고 <11븟> 등을 발표한다. 그는 현재 마르케스이후 남미 최고의 작가로서의 반열에 올라 있다.

코엘료는 <연금술사>에서는 주인공인 평범한 양치기 산티아고가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를 살라’고 하는 한 속삭임에 귀를 열고 마치 무엇엔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난다. 많은 어려움을 겪는 험난한 여정에서부터 보물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마치 연금술의 차원에서 형상화했다.

그러나 정작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인간은 하나의 언어를 완전히 이해할 때 비로소 영혼의 연금술사가 된다는 언어의 신비, 그 말의 힘을 말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나름의 언어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 언어는 꿈이고 희망이다. 때문에 누구나 만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신만의 언어를 선택함으로서 자아의 신화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11븟>에서는 갑자기 인간의 정신을 형이하학적 차원으로 끌어내린 것 같은 유머를 느낀다. 소설 제목의 ‘11분’은 인간의 성행위 평균지속시간을 의미한다. 주인공은 마리아라는 창녀이며 그녀가 성과 사랑의 모험을 통해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적나라한 성적 묘사와 함께 창녀를 통해 그려지는 사랑의 의미가 매우 시적인 에스프리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독자는 처음에 다소 혼란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 작품에서도 독자는 언어의 마법에 걸려 들 수 밖에 없다. 음악과 같은 글과 아름다운 문체가 부드러운 어루만짐으로 가슴에 닿는다. 여자의 느낌과 두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한 남자의 섬세함에 독자가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코엘료의 작품이 우리를 꿈꾸게 한다는 찬사는 여전히 <11븟>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죄없이 잉태하신 동정녀 마리아여, 당신께 도움을 청하는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아멘’ 이라고 적으면서 화두를 연다. 그리고 기원전 3-4기경 나그함마디에서 출토된 ‘아시스의 찬가’를 인용하여 예수님의 어머니로서의 마리아와 창녀로서의 마리아의 이미지를 풀어가며 작품의 소재로 차용한다. 눈물로 예수의 발을 적시고 제 머리칼로 씻고 그의 발에 입맞춤해준 여인 마리아로 성과 사랑에 대한 작품의 진행을 예견한다.

이것만으로도 성과 사랑에 대한 저자의 기독교적 관점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작품을 기독문학 작품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저자가 사랑의 영성을 전적으로 기독교적 관점으로 탐구했기 때문이다. <11븟>이 제목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영적 흡인력을 지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브라질의 한 시골 도시에 사는 마리아라는 젊은 처녀가 11살 때 이웃 남자 아이를 짝사랑하였는데 냉정한 소년의 마음을 한번도 얻어 보지 못한 채 그를 떠나보내고 만다. 마리아는 남들보다 호기심이 많고 인생의 성공에 대한 남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얻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창녀로 전락하고 자신을 타락시키는 가운데서도 끝임 없이 인생의 의미를 성과 사랑을 통해서 찾고자 열망한다.

그러다가 랄프라는 화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랄프는 한 큐레이터에 의해 발탁돼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음으로서 돈과 여자와 여행, 이 모든 것을 거머쥔 행운아지만, 외롭고 불행한 남자다. 그 역시 마리아를 만난 다음부터 작품 세계의 오브제를 마리아의 선정적인 몸으로 삼고 그녀를 통한 인생의 구원을 꿈꾸게 된다.

이들의 사랑은 성애의 절정에서 모든 장벽이 제거되고 안과 밖의 모든 것을 함께 만나게 하는 힘을 경험함으로서 더욱 깊어져가며 진실에 닿는다. 이 경험은 사유의 영역을 확대시켜 결국 창녀 마리아와 성모 마리아에게 인간으로서의 공통된 하나의 의미부여가 타당한 상태로 이끌고 간다. 작품 <11븟>의 상징성은 여기에 있다.

성애의 절정에서는 행간 하나 하나에 모든 일들이 조화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 단 11분 동안의 일일지라도 그 시간은 모든 감정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미적 정서의 최고의 단계임을 보여준다. 비록 단순한 성적 욕망이라 할지라도 오르가슴은 정서의 정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과 그 믿음이 사랑을 완성한다고 보았다.

<11븟>에서 의미하는 사랑은 성적욕망이 오르가슴을 통해 정화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충만감이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은 단지 그 일이 그냥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면 된다. 이 자연스러움을 코엘료는 사랑의 자유라 하였다.

그 옛날 솔로몬은 성애의 색과 소리, 촉감의 향기에 흘러가는 기쁨과 힘을 가감 없이 노래하였다. 이원성이 무너지고 육체와 정신이 함께 용해되어 완벽하게 교감하는 상태, 그것을 솔로몬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경험할 수 있기를 열망하였다. <11븟>의 상징성은 신을 사랑한다함은 영적 오르가슴의 차원이라는 확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문학의 영원한 주제는 사랑이며, 사랑은 열정이라는 또 하나의 얼굴을 한다. 구약성서의 아가서는 이러한 사랑의 속성을 노래한 시로서 한 여인에 대한 사랑과 자기가 믿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동일선상에 둔 사랑의 열정에 대한 노래다. 열정은 미적정서의 최고의 단계를 향해 승화되는 과정에서만 사랑으로 환원될 수 있다. -송영옥의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 중에서]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閃 囚구를 떠돌고 쏀덛>,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대신대에서 기독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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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 사람

▲송영옥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