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Q복음서’ 들고나온 도올 김용옥 교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진보신학자들과 토론… 도올 “Q복음서의 예수는 내게 감동”

				▲열띤 토론이 벌어진 심포지움 현장. 왼쪽부터 이정배 교수, 유태엽 교수, 김용옥 선생, 김명수 교수, 채수일 교수. ⓒ고준호 기자
▲열띤 토론이 벌어진 심포지움 현장. 왼쪽부터 이정배 교수, 유태엽 교수, 김용옥 선생, 김명수 교수, 채수일 교수. ⓒ고준호 기자

도올 김용옥 교수가 최근 ‘Q복음서’를 발간, 또다시 신학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27일 오후 5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 1백주년기념관 중강당에서는 ‘Q복음서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도올 김용옥과 함께하는 신학 심포지움이 개최됐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요한복음 강의에 대해 신학자들과 토론을 벌인지 1년 만에 같은 자리에서 신학자들과 다시 만난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김용옥 교수가 ‘Q복음서’ 집필동기와 과정 등을 먼저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성서신학자들이 의견을 개진한 이후 한국교회에 Q복음서가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감신대 기독교 통합학문연구소(소장 이정배 교수)와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소장 채수일 교수) 공동 주관으로 열린 토론에는 이정배 교수(감신대 조직신학)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김용옥 교수과 김명수 교수(경성대 성서신학), 유태엽 교수(감신대 성서신학), 채수일 교수(한신대 선교신학) 등이 나섰다. 민중신학자 김명수 교수는 한국에서 Q복음서로 논문을 쓴 최초의 인물이며, 유태엽 교수는 도마복음서와 Q복음서 등 기독교 기원에 대해 연구해 왔다. 채수일 교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선교의 시각에서의 Q복음서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백명 수용 가능한 중강당은 교수들조차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아 토론을 경청할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였지만, 토론회 자체는 지난해와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ㄷ자 형태’로 앉은 것과 달리 토론자들이 나란히 앉은 데서 알 수 있듯 진보적 신학자들로 구성된 토론자들 안에 Q복음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아직 찬반논쟁이 거세고 특히 한국에서는 낯선 Q복음서에 대한 이번 논의를 위해 준비모임을 갖고 토론회를 미래의 목회자들을 위한 진실된 장으로 만들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다음은 토론 주요내용(호칭 생략).

이정배 교수 “예수 어록의 존재는 기독교 본질에 새 지평”

이정배: 바울 서신은 기독교 성서이해의 모체였으나, 역사적 예수의 삶을 전혀 접하지 못했던 바울에 의해 첫번째 기록이 남겨졌다는 것은 의아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가 없었다면 기독교가 팔레스타인 지역을 쉽게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정도 타당하나, 다메섹 체험으로 대표되는 바울 한 사람의 신학적 해석이 성서의 모체가 된 것에 대해서는 신학적 질문과 토론이 있어 왔다. 이런 현실에서 바울 서신보다 다소 이른 시기 마태와 누가 저술의 근간이 되는 예수 어록(Q)이 존재했고 그것을 경전으로 사용했던 공동체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다는 사실은 기독교의 기원 및 본질에 새 지평을 열어준다.

김용옥: Q복음서는 이미 신학계의 메인 스트림으로 나와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잠잠하다. 나는 철학자로서 신학적 담론을 꺼내는 것이다. 신학적 토론을 이끌어내고 싶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문을 열어야 교회가 희망이 있다. 신학이 재미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종교는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기독교도 2천년간 늘 갱신돼 왔다. 20세기 브레데와 슈바이처의 담론, 불트만의 비신화화를 거쳐 오늘의 역사적 예수의 재발견, 그리고 쿰란, 나그함마디 문서 출현, Q복음서 발견에 이르기까지 1세기의 찬란한 신학적 성과는 2천년간 카톨릭 중심의 기독교가 받아온 어떠한 도전과도 비교될 수 없는 근원적·본질적·혁명적 도전을 야기시켰다. 이 도전에 대해 아무리 눈감으려 해도 기독교는 눈감을 길이 없다. 한국 기독교가 이 도전을 적극 수용치 않는다면 잠시 극성했다가 폐허가 돼 버린 사막의 고문명처럼 쓸쓸한 잔해만 남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태엽: 도올은 학문적 논의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Q를 한국교회의 재건을 위한 모티브로 삼기 원한다. 도올은 교회의 관심을 도그마로 채색된 신앙이 아닌 역사적 예수의 음성으로 이끌고자 한다. 묵시종말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예수의 주요 메시지를 신앙의 규범으로 삼고 살아가는 기독교 공동체를 제시한다. 그러나 4복음서가 예수의 말씀이 아닌 예수를 주제로 한 사도들의 말씀이라면, Q는 예외일 수 있는가. Q공동체도 목적이 있지 않았는가.

김명수 교수 “Q복음서는 부활 부정하는 것 아니다”

김용옥: 예수 시대 녹음기가 있지 않았고, 어록이라 해도 그 기록은 이미 몇 다리를 건넌 것이다. 불트만은 모든 예수 담론이 기본적으로 공동체의 작품이며, 이들은 종말론적 관심 때문에 공동체를 형성했다고 했다. Q복음서의 의미는 이 시대에 부활 신앙이 있는 공동체와 없는 공동체가 혼재했다는 것이다.

김명수: 바울서신은 그의 예수에 대한 신앙과 그 해석이다. 지금의 기독교는 바울의 케리그마 위에 역사적 예수를 놓고 있다. 그러나 바울 신학이 아닌, 예수의 삶과 가르침 그 자체를 기초해서 신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Q복음서에 부활이 왜 없는가? 그것은 부활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공동체가 부활보다는 예수의 삶과 가르침 그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다.

김용옥: 예수님이 돌아가신 때부터 마가복음이 저술된 서기 70년 사이의 40년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학자마다 그림이 다르다. 그러나 예루살렘이 함락된 이후 예수 운동이 다시 각성했고, 국가가 해체되고 민족이 사라져버린 이들에게는 그냥 죽어버린 예수가 아니라, 예수가 부활해서 다시 오시리라는 새로운 희망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작성된 복음서들에는 종말론적인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복음서에 내러티브적 형태라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불트만은 역사적 예수는 알 수 없다고 했지만, Q복음서는 불트만을 뛰어넘는 것이며, 역사적 예수가 존재한다는 새로운 흐름이다.

채수일: Q복음서가 발견되기 전에도 이미 복음서 속에 예수의 말씀이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의미가 없다. 그러나 Q복음서가 진실성에 가장 가까운 경전으로서 역사적 교회를 개혁할 수 있다면 거기 의의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나는 교권과 현실 교회를 말씀만으로 개혁할 수 있다는 도올 선생의 말씀에 현실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김용옥 선생 “난 예수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것”

김용옥: 사람들이 내가 ‘교회 씹는 왕 마귀’인 줄 안다. 하지만 나는 참 말씀에만 충실하면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복잡한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는 사람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합리주의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루터도 ‘무식하게’ 성경만으로 돌아가자고 했을 때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그래서 나도 ‘무식하게 만용을 부려서라도’ 예수의 말씀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다.

Q복음서에서 십자가는 부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활의 시각에서 본 십자가가 아니라, 자기 희생과 헌신, 무소유로서 열정이 있는 십자가가 확고히 존재한다. 이는 기본 교리와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며, 기본 교리의 안일한 시각에서 벗어나 예수 말씀의 본질로 돌아가면 근원적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채수일: 이런 면에서는 도올 선생이 신비주의자 같다. 말씀으로 돌아가면 변화한다는 순수·순결한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종교는 경전에만 서 있지 않고, 다양한 체험을 기반으로 한다. 종교적 체험이 하찮은 것이라 말한다면 기독교는 귀족 종교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기적 없이 신앙은 가능하지만, 신앙 없이 기적은 불가능하다.

김명수: 기독교는 어디까지나 말씀 위에 기초하지, 기적이나 부활, 휴거 위에 복음이 기초한다는 건 난센스다. Q복음서 말씀이 예수의 삶 그 자체는 될 수 없겠지만 가장 진솔하게 역사적 예수에 접근했다고 봐야 한다.

김용옥: Q복음서에 나타나신 예수는 나에게 감동을 준다. 역사적 예수론자로서 예수의 죽음은 사실 불가지론적이다. 하지만 예수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진정 그를 따르던 입장에서 가슴이 아플 것이고, 그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갖고 그의 말씀을 따르고 실천하는 공동체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Q공동체다. ‘예수를 믿는다’는 말보다, ‘예수의 말씀을 믿는다’는 말이 더 옳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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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 사람

▲김용옥 선생은 “신학이라는 학문은 너무 재미있다. 새로운 이론이 나오기 힘든 동양학과는 달리 계속해서 쏟아지는 정보들로 이런 걸 몰랐나 하는 반성도 되고, 그에 따라 내 생각도 계속 바뀐다.”고 말했다. ⓒ고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