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젊음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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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숫자 아닌 마음의 상태

내가 속해 있는 국제 와이즈멘 클럽에서 메넷의 달(여성의 달)행사를 치르면서 나에게 주제 강연을 부탁해 왔다. 내가 보통 다른 곳에서 이런 부탁을 받을 때는 별로 힘들지 않게 즐겨 이야기한다. 그러나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한 식구 같은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이런 일이 매우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모두 각각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일 때는 더욱 힘들다. 그래서 주제를 선택하는 것부터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주제는 ‘젊음을 꿈꾸자(Envision your Youth)’ 였다.

‘젊음을 꿈꾸자’라고 했으나, 사실 그 의미는 ‘젊음에의 비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꿈은 무의식의 영역이며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수 있는 반면, 비전은 의식의 작용이다. vision의 어원 vis는 라틴어의 videre와 과거분사형인 visus에서 유래된 말로 to look, to see의 뜻이며, 보는 행위 감각 보는 능력을 포함한 상상력, 통찰력, 초자연적인 시각, 그것들에 의해 감지되고 정관된 청사진을 의미한다. 상상의 영역이며 믿음의 영역으로서의 비전은 최종적으로 그리는 미래상이다.

이제 눈부신 5월이다. 온 대지가 초록과 꽃으로 덮여있다. 향기를 날리는 꽃과 나뭇잎은 생동감 그 자체다. 그래서 5월은 갓 스물 청신한 얼굴을 한 젊은이들의 계절이다. 인생의 봄에 서 있는 사람은 노년이나 황혼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인은 녹색 화폭에 새겨진 그림 같은 계절이 와도 선뜻 젊음을 꿈꾸거나 젊음을 노래할 수 없다. 어쩌면 가버린 청춘에 대한 서글픔이 가슴을 짓누를지도 모른다. 숫자적 나이를 의식할 뿐 아니라 또 이 봄이 지나면 사랑하던 사람들이 더 바쁘게 이 세상을 떠나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젊음을 꿈꾸고 앙망할 필요가 있는 것은 청춘이 어느 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인 때문이다. 발렌타인데이에는 초콜릿에 사랑을 담고, 로즈데이에는 장미 꽃다발로 사랑 고백을 받는 것만이 젊음은 아니다. 장밋빛 입술과 하늘거리는 허리가 청춘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와 풍부한 상상력, 깊은 샘물에서 오는 신선한 정신에 젊음이 있다. 다시 말하면 한 인간의 이상과 열정과 영감이 젊음이며 청춘인 것이다.

때문에 20대 청년보다 60 나이의 사람에게 청춘이 있을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버리고 삶에 대한 열정이 식어지고 영원의 세계에 대한 영감이 말라버릴 때 인간은 늙는 것이다. 그래서 사무엘 울만(Samuel Ulman, 1840-1922)은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우리의 삶이란 따지고 보면 가치를 실현해 가는 과정이다. 실현해야 할 가치를 마음 속에 품고 일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유태인 학살의 현장인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로고테라피를 창시한 프랭클(Victor Email Frankle, 1905-1997) 교수는 <죽음과 사랑>이란 책에서 인간이 실현해야 할 가치를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창조 가치, 체험 가치, 그리고 태도 가치이다.

창조 가치란 인간 본연의 삶 속에서 구현되는 것으로서 책임과 사명에 근거한 가치이다. 체험 가치는 순간의 크기로 평생의 크기를 측량할 수 있는 가치, 예를 들면 그리스도의 영과 만나 거듭나는 삶의 체험 같은 것을 말하며, 태도 가치란 인간이 바꿀 수 없는 운명을 어떻게 감내하며 자신의 십자가로 짊어질 것인가를 말한다. 고뇌에서도 용기가 필요하고, 몰락과 실패에서도 품위라는 것이 있으며 죽음을 맞는 순간에도 영원의 세계에서 오는 힘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하니 젊음이란 이러한 가치 추구에의 이상이고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이며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것은 남에게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젊은 가슴 속에는 반드시 존재하는 것들이다. 때문에 영감이 끊어지고 정신이 무관심과 무감동과 무반응이라는 냉소 속에 파묻힐 때 비로소 우리가 늙는 것이다. 더 이상 이상의 푸른 별을 꿈꿀 수 없을 때 비로소 늙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젊음에의 비전은 인간의 사명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젊음을 꿈꾸고 젊음을 앙망해야할 이유는 그것이 사명인 때문이다.

오월은 우리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생명력임을 가르쳐 준다. 젊음의 또 하나의 얼굴은 생명력이다. 생명력을 맘껏 펼쳐 보이며 세상을 향해 생명의 씨를 뿌리는 사람이 젊은이다. 이 생명력은 삶에 대한 애정이며, 그 애정의 최고의 단계는 열정이다. 그래서 울만은 열정이 식어져 영감이 끊어지고 정신이 냉소라는 눈에 파묻힌다면 나이가 20세라 할지라도 이미 늙은이와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나 머리를 드높혀 희망의 파도를 탈 수 있는 한 당신은 80세라도 영원한 젊음의 소유자다. 때문에 우리는 젊음을 꿈꾸어야 한다. 맘속에 품을 때에 비로소 젊음은 내 것이 된다.

강연 말미에서 기대로 가득 찬 이상한 들뜸으로 나는 말했다. As long as you can't imagine it, as long as you can't see it, then it is not going to happen for you…^^ 그 순간 사람들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었다. 봄날 밤의 정원은 그들 세포 속으로 부드럽게 흘러들어가고 달빛을 타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다시 그들 가슴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閃 囚구를 떠돌고 쏀덛>,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대신대에서 기독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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