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까지 173개 노회 과반수 찬성 필요, 노회 결정에 관심
최근 열린 미국장로교(PCUSA) 총회가 동성애자 성직 안수를 완전히 허용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PCUSA는 과거 동성애자 안수를 노회가 양심에 따라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연 후 논란이 일자, 법사위원회에서 동성애자 안수에 대한 불가 방침을 확인하는 등 입장을 바꾸었으나 이번 총회에서 다시 입장이 번복된 셈이다.지난 6월말 산호세에서 열린 제218차 총회에서는 기존 교단헌법 ‘G-6.0106’ “목회자 및 장로, 집사 등 모든 제직자는 ‘남성과 여성 결합의 신실한 결혼 정립’ 및 ‘혼전 순결’을 조건으로 한다” 조항이 찬성 360표, 반대 325표로 결국 삭제됐다. 이는 제217차 총회에서 이 헌법 조항은 그대로 두되, 노회가 양심에 따라 안수할 수 있다는 세칙을 덧붙인 당시보다 훨씬 파격적인 것이다. 당시 헌법조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세칙에 따라 샌프란시스코 노회에서는 동성애자 안수 문제가 크게 불거진 바 있다. 제218차 PCUSA 총회는 G-6.0106를 삭제하며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에 크게 부딪히자 “동성애자 안수 후보자들은 ‘양심에 따라 정절과 독신의 기준을 따를 것’”과 ‘각 지역 노회 및 치리기관에 이를 맡긴다’는 추가 권리장전도 채택했지만 헌법 조항이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이러한 권리 장전은 쓸모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것이 발효되려면 173개 노회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기에 복음주의자들은 노회들의 결단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트로피컬 플로리다 노회의 윌리엄 스텝(William Stepp) 목사는 “PCUSA 개정 헌의안은 ‘교단에 대한 불신과 불안정성, 기부액 감소’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경고하며 성에 대한 기독교적 기준의 고수를 강조했다.
홀로웨이 지역 노회의 댄(Dan) 목사는 “총회의 투표가 교단의 헌법을 바꾼 것은 아님”을 언급하면서, “이번 개정 헌의안이 각 노회별로 어떻게 결정될 지에 대한 논쟁이 남아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보수·복음주의 노선을 따르는 PCUSA 내의 한인교회들도 노회의 결정을 통해 이번 개정 헌의안이 발효되지 않길 기대하고 있다. NKPC 직전 회장 최명배 목사(북가주 알라메다장로교회)도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조항"이라며, "이번 조항이 발효되려면 총 173개 노회 중 과반수의 찬성이 수반돼야 하는 것인데 아직 변경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NKPC 총무 이유신 목사는 “이번 동성애 안수 허용 조항과 관련, 올 10월 보수적 PCUSA 목회자들의 모임이 있을 예정이며, 한인교회에서도 곧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목사는 “동성애 안수 문제에 대한 지나친 집중이 교회 본질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단기적으로는 동성애 문제와 관련된 투쟁이 계속돼야 하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한인교회는 선교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 언어별 노회 구성이 간편해 진 것을 의식한 듯 “목회방향 및 선교비전이 맞는 한인노회가 교단 내에서 생겨나고 이를 통해 선교에 집중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 이룩에 더욱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총회 의장을 지낸바 있는 클립튼 커크패트릭(Clifton Kirkpatrick)은 “간절하게 총회에 속하고자 하는 동성애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보다 교단 법을 통한 기준 변화가 선결돼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권문정 기자 moonjung@ch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