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주의’ 숭배자, 서태지와 한 무대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마릴린 맨슨 8월 15일 내한공연 계획

				▲반기독교를 표방하는 마릴린 맨슨이 발매한 CD.
▲반기독교를 표방하는 마릴린 맨슨이 발매한 CD.

안티 그리스도를 표방하는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이 내한, 오는 8월 15일 서태지컴퍼니가 기획하는 록페스티발 ‘2008 ETPFEST’에서 공연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2003년과 2005년 내한공연을 치뤘던 마릴린 맨슨은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는 셈이다. 서태지컴퍼니 측은 “그는 지난 2001년 일본에서 이뤄진 ‘섬머소닉 페스티벌’에서 서태지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고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서태지가 기획하는 공연에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릴린 맨슨은 엽기적인 퍼포먼스와 사탄이즘(Satanism; 악마주의) 숭배로 유명하다. 그의 이름 역시 각각 성과 살인을 상징하는 마릴린 먼로와 미국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을 합성한 것. 그는 실제로 1994년 악마숭배주의 교회에서 ‘성직자’ 칭호를 수여 받은 바 있으며, 그동안 ‘안티 그리스도’를 표방하며 십자가를 불태우고, 공연 도중 자극적인 성적 퍼포먼스를 벌여왔다.

지난 2003년 내한공연은 세 차례 반려 끝에 ‘종교나 국가를 모독하지 않고 성을 표현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허가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내한공연 당시 한국교회도 공연 도중 극단적인 퍼포먼스는 하지 않도록 저지했으나 공연에 샴 쌍둥이를 등장시키는 등 잔혹하고 엽기적인 퍼포먼스는 여전했다.

이러한 맨슨 음악에 대해 기독교적인, 사회적인 염려는 계속돼 왔다. 지난 1999년 미국 콜롬바인 고교 집단 살인사건의 범인인 두 학생은 마릴린 맨슨의 팬이었음이 드러났고, 맨슨은 이후 청소년 유해 록 밴드 1호로 손꼽혔다.

<대중음악 볼륨을 낮춰라>를 집필한 컬럼니스트 강인중 씨는 “맨슨이 심취한 사탄이즘의 본질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각형별이나 거꾸로 된 십자가와 같은 상징물, 혹은 맨슨의 소름끼치는 퍼포먼스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사탄이즘의 본질 곧 악마주의의 실체는 맨슨의 모든 노래와 언행 뒤에 숨쉬고 있는 악마주의의 대강령 즉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인본주의(人本主義) 세계관, ‘하나님 없는 인생철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마릴린 맨슨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2005년 내한공연 당시 2만여 명의 매니아들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번 방문은 ‘문화대통령’으로 불리우며 젊은이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의 대중가수 서태지와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이기에 더욱 파장이 우려된다.

민호기 목사(소망의바다, 찬미워십, 대신대 교회음악과 교수)는 이번 공연에 대해 “이번 공연에서 마릴린 맨슨은 한 두곡 정도 부르겠지만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은 ‘상징성’이다. 서태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고, 마릴린 맨슨은 반기독교의 대명사와도 같다. 한국에서 서태지가 자리하고 있는 지점을 생각해 본다면, 그가 마릴린 맨슨에 호의적이라는 사실 자체의 파급력이 본 공연보다 더 클 수 있다”면서 “오히려 내한 이후 많은 음악 팬들이 서태지가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도 마릴린 맨슨을 좋아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마릴린 맨슨의 음악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이 더 두려워지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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