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문학은 ‘하나님이 말하고 그에 의해 만들어진’ 진리의 길
본격적인 기독교 비판 작품은 김필수의 <경세종(1908)>을 들 수 있다. 당시 기독교는 개화 열풍에 휩싸여 양적으로는 대단히 팽창했으나 신자들 각각의 신앙 상태는 지정한 의미의 기독교적 진리와 거리가 멀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신자들의 참다운 내적 반성을 촉구함으로서 기독교가 혼탁한 시대의 빛을 비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문학이 인간에 의해 ‘말하여지고 만들어진‘ 인간을 위한 진리의 길이라면, 성서문학은 인간을 위해서 ‘하나님이 말하고 그에 의해 만들어진’ 진리의 길이다. 때문에 인간이 문학을 통해서 찾고자 하는 길은 결국 성서문학 속에 숨겨져 있는 길이 아닐까한다. 개화기에서 기독문학의 터를 마련했던 이들 작가들은 비록 문학을 선교의 차원애서 인식했다 하더라도 작가 개인은 인간으로서 기독문학을 전력적(全力的)으로 인식했음이 틀림없다.
그러한 사유의 진전으로 단순히 기독교적 소제를 등장시킨 작품에서 벗어나 좀 더 깊은 기독교적 진리를 미학적으로 담은 작품의 등장은 1913-1914년에 걸쳐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던 이상협의 <눈물>을 들 수 있다. 이 소설은 근대화에 따른 산업의 발달과 그로 인한 한 가정의 파탄을 다루고 있는데 가장 조필환의 타락으로 가정은 붕괴되지만 그는 구세군의 마야대좌를 만나 회개함으로서, 평양 집의 타락행위까지도 용서와 화해의 차원으로 이끌어 기독교의 구원관을 정확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이상춘의 <박연폭포(1913)>는 도적의 괴수노릇을 하던 최성일이 동경에서 기독교 신학을 연구하고, 또 자기 목숨을 노리던 원수에게 복수 대신 성경을 주는 애경을 통하여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작자 미상의 <부벽루(1913)>는 주색에 미친 남편에 의해 색주가에 팔린 부인이 목사를 통해 복음을 받아들이고 신도가 돼 남편을 회개시켜 권사 직분까지 받게 함으로서 함께 전도사업에 동참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탕자도 회개하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작품들 역시 기독교의 진리를 선포하기 위한 주제를 매우 교리적으로 다루고 있다. 감동을 통해서보다는 교리를 교훈적으로 교시함으로서 독자들의 이성을 움직이고자 한다. 문학의 기능 면에서 효용성과 교훈설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작품들이다. 작품들의 구조적 특성도 단선적이고 평이하며 극적인 갈등이나 긴장감이 부족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작품의 기독교적 소재와 함께 플롯과 인물과 구성 면에서 다양한 변모를 보여주는 작품은 춘원 이광수와 김동인, 그리고 전영택의 문학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김동인은 소재의 기독성이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진리를 전영택, 이광수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다룬다. 김동인 역시 기독교 가정에서 출생하여 기독교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1930년대의 <약한 자의 슬픔>, <신앙으로>는 기독교적 소재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진리와는 상반되는 예술 지상주의 또는 사실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춘원 이광수는 처음 성경과 접했을 때 마태복음을 읽고 세례요한의 행위를 그대로 모방하고 싶을 정도로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기독교 사상이 나타나있는 예술론에 심취해 이같은 기독교 정신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구현하고자 한다. 춘원의 문학은 기독교의 영향 아래서 출발하였고 기독교는 그의 문학세계의 사상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의 대표적 기도시인 <미쁨>, <기도> 등은 구약성서의 인유와 심상을 중심으로 시적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광수의 작품들은 기독교의 교리를 미학적 언어로 형상화함에 있어서 탁월한 문학성을 보여준다. 나는 이러한 면에서 이광수의 문학은 진정한 의미의 기독문학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하여 백철도 “이광수는 기독교의 교리를 문학 작품의 사상성으로 소화하려고 한 유일한 작가”라 했다.
-송영옥 박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