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이슬람, 종교자유 지지 공동성명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이슬람 서한에서 출발한 대화 첫 결과물

				▲예일대 신학대에서 개최된 기독교-이슬람 간 컨퍼런스에서 폐회연설 중인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제프 터니클리프 총재 ⓒWEA
▲예일대 신학대에서 개최된 기독교-이슬람 간 컨퍼런스에서 폐회연설 중인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제프 터니클리프 총재 ⓒWEA

기독교와 이슬람 지도자들이 종교 자유를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이슬람이 기독교에 보낸 서한 ‘우리와 여러분의 공통된 말씀(A Common Word Between Us And You)’에서 출발한 양 종교 대화의 첫 결과물이다.

양 종교 지도자들은 최근 미국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에서 ‘하나님과 이웃 사랑하기(Loving God and Neighbor)’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4일간 치러진 컨퍼런스의 마지막날 채택한 성명에서 양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 자유를 가장 핵심적으로 언급하며 “모든 인간은 생명과 종교, 재산, 지성, 존엄성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어떤 무슬림 또는 기독교인도 타인의 이같은 권리를 부정할 수 없음은 물론, 상대방 종교의 상징물과 창시자, 예배를 모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종교 간 대화는 신앙의 타협이 아닌, 공공의 선을 추구하기 위한 합법적 수단”이라며 종교 간 대화를 지지했으며, “종교 간 대화를 추구하는 이들에 대한 어떤 위협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세계 종교 간 회의를 주재한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에 대한 알 카에다의 살해 위협을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양 종교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위한 방안들도 논의됐다. 참석한 지도자들은 서로의 신앙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매년 한 주간을 정해 성직자들이 신자들에게 상대방 종교에 대해서 소개하거나 가르치도록 하는 방안 외에도 양 종교의 중요한 저서들에 대한 안내, 흔한 질문들과 답을 포함한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등의 실제 방안들을 계획했다.

또 빈곤, 지구 온난화, 다르푸르 사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세계 현안에 대해서도 양 종교가 해결을 위해 협력을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컨퍼런스 기간 양 종교의 교리와 신앙은 직접적인 논의에서 제외됐으며, 이같은 주제들은 공식적인 토론 시간이 아닌 식사나 다과 시간을 통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거론됐다고 예일신앙과문화연구소(Yale Center for Faith and Culture) 소장이자 예일대 조직신학 교수인 미로슬라브 볼프(Volf) 박사는 전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서구와 이슬람 세계 간 자문위원 H.A. 헬라이어(Hellyer) 박사는 “아무도 그들의 신앙을 ‘희석’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며 특히 “기독교 인사들이 확고한 복음주의 인사들로 구성돼 있었다”고 전했다.

기독교와 이슬람에서 지도자 1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에서, 기독교 쪽 참석 인사 중에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제프 터니클리프(Tunnicliffe) 총재, 전미복음주의협회(NAE) 리스 앤더슨(Anderson) 회장 등 복음주의 대표적 지도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폐회연설을 전한 WEA 제프 터니클리프 총재는 이날 모인 이슬람 지도자들에게 ‘복음주의자’들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터니클리프 총재는 “무슬림들이 자신들이 미디어에 의해 정형화되고 있고, 비난 받고 있다고 느끼듯이 복음주의 교인인 우리 역시 미디어에 의해 우리가 정형화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독교 안에도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하지만 때로 미디어는 우리가 하나의 정치적 아젠다, 하나의 종말론적 시각에 매여 있으며 모든 타 종교인들에게는 비관용적인 것처럼 묘사한다”며 복음주의자들이 핵심적 성경 진리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취하지만, 많은 이슈들에 있어서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터니클리프 총재는 이어 “우리는 미디어 밖의 무슬림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우리 또한 무슬림 여러분에게 신문과 텔레비전 밖의 우리들을 알아가 주기를 요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4억2천만 세계 복음주의 교인을 대표해 터니클리프 총재는 작년 이슬람의 대화 요청 서한에 “종교 간 평화는 종교 자유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낸 바 있다. 그는 이슬람의 대화 요청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많은 기독교 신학자들이 앞서 지적했듯, 이슬람의 서한이 기독교의 삼위일체 신앙을 부정하고 있으며 기독교를 서구 문명과 동일시하고 있는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와 여러분의 공통된 말씀(A Common Word Between Us And You)’에서 시작된 이번 컨퍼런스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 지도자들 간의 대화 기회를 제공한다. 가까이는 오는 10월 영국 캠브리지대학교와 11월 로마 교황청에서 후속 컨퍼런스가 열리며, 이어 내년 3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10월 요르단 소재 왕립 알 알 바이트 이슬람 연구소(Royal Aal al-Bayt Institute)에서 컨퍼런스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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