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기독문학의 위치는 어디인가
1930년대는 개인의 운명이나 허무 인생론적 성찰을 통해 기독교적 사상을 보여주거나 신앙적 자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이 대두된다. 이 유형의 작품들로는 기독교인의 신앙양심에 관심을 보인 김동리의 <무녀도>, 염상섭의 <삼대>, 임영빈의 <목사의 죽음>, 이광수의 <堯>과 심훈의 <상록수> 등이 있다.심훈의 <상록수>는 이광수의 <堯>과는 달리 교회를 배경으로 하여 가진 자의 횡포와 없는 자의 고통을 대립시켜 농민의 빈곤과 피폐의 원인을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 추적하면서 농촌문제를 보다 진지한 열의로 파고든다. 이 작품이 공감의 폭을 넓힌 데는 기독교적 주제를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가 배경으로 내면화된 소설이란 점이다.
이 작품의 기독문학적 의미는 ‘사랑’이라고 하는 문학의 영구불변의 주제에 있다. 성서는 미적정서의 최고의 기능인 열정과 그 열정의 최상위 단계에 자리잡고 있는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영어 ‘passion’의 어원 passio는 ‘고통을 받는다’는 뜻이다. 열정은 단순히 사랑한다는 감정의 차원을 넘어,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의 전부를 희생하고 그 고통을 감수하는 상태이다.
심훈과 이광수는 성서의 이 주제를 미적 정서로 형상화해 감동을 줌으로서 그 시대가 목말라하며 찾던 구원의 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의 교리를 표면화시키지는 않았지만 기독교가 배경으로 내면화된 소설이란 점에서 그 문학성을 인정하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화 계몽시대의 기독문학 작품들이 소재의 한계에 갇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문학의 역사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잉가르덴(Roman Ingarden)은 “개개의 독자에 의한 깊고 다양한 ‘구체화’(concretizations)속에 문학 작품은 ‘생명’을 갖는다”고 했다. 이 개념으로 맥패든(George McFdden)은 잠재적으로 문학 작품의 생명력을 지속시켜 주는 모든 텍스트의 독자를 현저하게 서로 다른 기호 성향을 갖는 세 부류, 즉 작가, 전문적인 학자나 비평가, 일반 독서 대중 등으로 분류했다.
문학의 정의를 교육적인 것과 연관하든 미학적인 것으로 인지하든 아니면 독자의 중층적 구체화의 결과로 수용하든 간에 복잡 미묘한 문학적 구조물들의 연구를 통해서 습득되는 지적 훈련의 결과는 소통 전반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참여도를 높여준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개개의 독자에 의한 깊고 다양한 구체화를 통해 문학의 이 길에 좀 더 가까이 갈 수가 있다.
이를 위해 기독문학이론에서 내가 불변하는 진리로 주장하는 것은 “기독문학은 기독교 신앙 안에서 성서적 복음을 토대로 보편적 예술상을 달성할 때 이루어지는 문학”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문학의 불멸의 주제 중 하나인 인간의 구원 문제에 있어 “구원은 하나님의 창조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며, 구원이라는 주제를 언어예술로 형상화할 때는 기독교적 구원을 믿는 신앙을 담고 있거나 그것을 지향하는 문학”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기독 작가에 의해 창작된 작품으로 기독교의 진리를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은 물론 기독문학이 될 수 있지만, 작가가 누구이든 간에 기독교적 일반 은총의 논리에 의해 창작한 작품 속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도 기독문학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독문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십자가의 대속’이라는 이 주제는 신앙적 체험이 없이는 영적 흡인력을 지닐 수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구속의 은혜를 체험하지 못한 작가의 글쓰기가 성령의 역사와 같은 영적 감동을 끼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 보기 때문이다.
-송영옥 박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