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오바마 후보 “신앙 같지만 정책은 달라”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새들백교회서 복음주의 이슈들에 대한 입장 밝혀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기독교인 유권자들에게 매케인과 오바마 두 후보의 신앙관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제공됐다. 토요일인 지난 16일 두 후보는 새들백교회에서 열린 ‘제2회 시민 포럼(Civil Forum)’에 나란히 참석해, 미국 교계와 사회가 대통령 선택에 가장 중대하게 고려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다.

‘국가 정치와 기독교인의 책임’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포럼은 릭 워렌 목사가 두 후보를 각각 1시간씩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동전 던지기로 결정한 순서에 따라 오바마가 먼저 인터뷰에 응했다. 두 후보가 함께 자리한 것은 포럼 중간에 무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던 순간을 제외하고는 없었으며 따라서 서로 간에 토론이 오가지도 않았다.

릭 워렌 목사 “정교분리 필요하지만 신앙 살펴보는 건 중요”

워렌 목사는 포럼의 시작에 앞서 우선 6천5백여 청중들에게 “우리는 정교의 분리는 필요하다고 믿지만 정책과 신앙이 분리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포럼의 취지에 대한 설명을 대신했다. 그는 “신앙은 그 사람의 세계관 그 자체”라며 “따라서 이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워렌 목사는 매케인과 오바마를 직접 포럼에 초청했으며, 두 후보의 요청에 따라 이날 단독 인터뷰어로 나섰다. 워렌 목사가 이날 두 후보에게 동일하게 던진 20여 개의 질문들은 미국 전역의 목회자들과 기독교 지도자들의 참여를 통해 선정된 것으로, 낙태, 줄기세포 연구, 동성결혼 등과 같은 도덕적 가치 판단에 대한 것과, 에이즈 등 기독교와 세계 현안에 관한 것, 그리고 각 후보의 가장 큰 도덕적 실패와 같은 개인적 내용의 것들도 있었다.

이미 예상됐듯, 매케인과 오바마 두 후보의 답변은 많은 질문들에서 상반되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한 두 후보의 찬반 입장은 이날 포럼에서도 여전히 고수됐다.

매케인 “낙태 절대반대”, 오바마 “낙태는 선택적 필요”

낙태에 관해서 매케인은 “태아는 잉태되는 순간부터 인권을 부여받는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그의 지난 25년 상하원의원 경력을 통틀어 늘 이와 같은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오바마는 생명이 어느 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내가 답할 영역이 아니다”고 밝히고 대신 낙태에 찬성하는 자신의 입장이 ‘친낙태(pro-abortion)’적인 것이 아닌 ‘친선택(pro-choice)’적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에 애썼다. 즉 낙태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여성의 선택권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그는 목회자와 배우자, 의사와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의 의논을 통해 낙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낙태 규제 대신에 낙태율을 낮출 수 있는 대안적 접근을 제안했다.

또한 동성결혼 문제에 있어서 두 후보 모두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에 이뤄진다는 데 찬성했지만, 오바마 후보는 동성 간의 결합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방대법원 판사들에 대한 두 후보의 평가 또한 상이하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현재 미국에서 연방대법원 판사는 상원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는데,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은 지난 8년여의 임기 동안 낙태 규제, 동성결혼, 안락사 등의 문제들에 판결을 내리는 대법원 판사를 보수주의자들로 임명해 왔다. 이는 기독교 우파의 가장 큰 정책적 성공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매케인 후보가 워렌 목사의 질문들에 답하고 있다. ⓒ크리스천포스트 제공

이외에도 여러 질문에서 두 후보의 답변이 엇갈렸다. “악(惡)이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매케인은 “악은 존재하며 끝까지 싸워 물리쳐야 한다”고 답한 반면 오바마는 “악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악과 싸우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하나님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후보는 미국의 가장 큰 도덕적 실패에 대한 질문에는 의견을 같이 해 “자기비움(selflessness)의 부족’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매케인은 약간의 침묵 끝에 “미국민은 그 어떤 국민보다 헌신하는 데 뛰어난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월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뛰어넘은 더 위대한 것을 위해 스스로를 헌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민들이 국가에의 헌신과 사회에의 봉사에 더 크게 참여할 것을 촉구한 매케인은 워렌 목사의 저서 ‘목적이 이끄는 삶(Purpose Driven Life)’의 첫 대목 중 ‘이는 여러분 자신에 관한 것이 아니다(This is not about you)’를 인용하며 “이는 ‘여러분 자신의 이익보다 더 위대한 일에 헌신하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오바마는 성경구절을 인용,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 미국의 가장 큰 도덕적 결함은 우리가 아직도 마태복음에 나타난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행하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인터뷰에서는 두 후보의 개인적인 신앙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특히 공식석상에서 신앙에 관해 언급하는 일이 극히 드문 매케인은 이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매일의 삶에서 신앙이 어떻게 작용하느냐’는 질문에 짧지만“나는 구원 받았고 용서 받았다”는 확신을 전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 참전 시절 기독교인이었던 베트남 병사와 나눴던 연대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선거 유세 도중이나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신앙에 대해 활발하게 언급해 왔던 오바마는 더욱 분명하게 “그리스도는 매일을 지탱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고 밝히며 “나는 내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밝혔다.

한편 개인적으로 가장 큰 도덕적 실패를 묻는 다소 민감한 질문에는 매케인은 “첫 결혼에 실패한 것”을 꼽았고 오바마는 “십대 시절 마약에 손을 댔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왜 대통령이 되기 원하는가’였다. 1분 정도 주어진 답변 시간에 매케인과 오바마 두 후보는 ‘통합’과 ‘변화’라는 각자의 선거 구호를 내세우며 미국을 이끌어나갈 지도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매케인은 “오랜 세월 나는 서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웠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렇게 하기 원한다. 그리고 내가 늘 말해왔듯, 지금은 미국민 모두가 그 무엇보다 우리의 나라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는 “정치적, 인종적, 지역적 갈등의 극복”에 대해 언급한 것 외에도 “미국의 꿈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자신이 “미국이 당면한 경제적·국제적 위기에 맞설 수 있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새들백교회에서의 이번 포럼은 두 후보가 미국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또한 그 자리가 미국 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복음주의권의 최대 교회에서 개최한 행사였다는 점에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이번이 2회째인 새들백교회의 시민 포럼은 공공사회의 이익 증진과 시민 간 교류와 연대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함께한 올해 유월절 주간 첫 포럼과, 대선 후보를 초청한 이번 포럼에 이어 9월에 열릴 다음 포럼에는 최근 종교 간 교류를 위한 재단을 창립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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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후보는 매케인 후보보다 먼저 워렌 목사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크리스천포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