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워렌 신드롬’, 새로운 복음주의 리더십인가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美 타임지, 릭 워렌을 표지모델로 장식하며 이례적 주목

				▲최근 타임지 커버 인물로 등장한 릭 워렌 목사. 저서 제목에서 따온 ‘목적이 이끄는 목사(purpose driven pastor)’로 소개됐다.
▲최근 타임지 커버 인물로 등장한 릭 워렌 목사. 저서 제목에서 따온 ‘목적이 이끄는 목사(purpose driven pastor)’로 소개됐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들을 교회라는 장소로 불러모은 지난 주말 새들백교회 시민 포럼의 성공 이후 미국의 관심은 존 매케인도 버락 오바마도 아닌 한 복음주의 목회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 목회자는 바로 두 후보의 가운데에서 토론을 주도했던 릭 워렌(Warren) 목사로, 이번 포럼은 이미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 최고의 복음주의 지도자 중 한 명인 그의 영향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미 언론이 앞다퉈 워렌 목사의 리더십 분석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타임지는 아예 워렌 목사의 얼굴로 표지를 장식하며 ‘릭 워렌의 전 세계적 야망(The Global Ambition of Rick Warren)’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복음주의 아젠다와 새로운 복음주의의 선봉에 선 릭 워렌이란 지도자를 집중 조명했다.

“릭 워렌은 ‘릭 워렌 신드롬’에 걸렸다”

“릭 워렌은 ‘릭 워렌 신드롬’에 걸렸다.” 이 말은 타임지가 릭 워렌 목사의 전혀 새로운(brand new) 유형의 리더십을 표현할 말을 궁리하던 끝에 내놓은 답이다. 릭 워렌 신드롬이라는 말의 의미를 굳이 정의하자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한꺼번에 많은 일에 과도하게 열중하는 상태’ 정도가 될 듯하다.

릭 워렌 목사는 1985년에 교인도 빌딩도 없이 시작한 새들백교회를 20년 만에 교인 수 2만3천여 명 규모의 메가처치로 성장시킨 현재 미국 최대 교회의 담임목사다. 그는 또한 ‘목적이 이끄는 목사(purpose driven pastor)’다. 1995년 새들백교회의 성장 비결을 담아 출간한 ‘목적이 이끄는 교회(The Purpose Driven Church)’와 2002년 전 세계적으로 4천만 권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목적이 이끄는 삶(The Purpose Driven Life)’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목회자 중 한 명이 된 그는 책 제목 그대로의 ‘목적이 이끄는 40일’ 훈련을 교회와 개인에게 제공하며 전 세계를 ‘목적이 이끄는’ 교회와 개인들의 네트워크로 채워가고 있다. 친구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Druker)로부터 사사받은 경영학의 원리는 모든 어려운 일들을 간단하게, 이해하기 쉽게, 적용하기 쉽게 만드는 그의 특별한 능력을 제련시켰고, 이 능력은 그를 교회와 교인들의 CEO로 만들었다.

그의 ‘주의력 분산’은 그로 하여금 또한 스스로를 정치적 중재자의 자리로까지 나아가게 만들었다. 그는 지난 16일 새들백교회의 시민 포럼에서 매케인과 오바마 두 대선 후보를 한 자리에 모아 전 국민을 대신해, 이를테면 ‘대통령 자질 심사관’과 같은 역할을 했다.


워렌 목사는 특정 당과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선거에서 표를 결집시켜 온 전통적인 복음주의 리더십과 달리, 지난 2004년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두드러질 정도로 중립을 지켜 왔다. 그러나 워렌 목사가 ‘한번 해봅시다(Let's do it)’라는 짤막한 이메일 한 통만으로 두 후보를 교회로 불러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서도 자신이 가진 복음주의에 대한 영향력을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대선에서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선거에 2주 앞서 그의 ‘목적이 이끄는 네트워크’ 안에 있는 수십만 명의 목회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낙태 등 복음주의 교인이 절대 타협해서는 안될 이슈들을 지적했다. 이후 복음주의 안에서와 공화당 내에서 그의 영향력이 증가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하는 ‘방식’은 올해 대선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길고 긴 선거 기간 내내 그 어느 후보도 지지하는 일이 없었던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들을 캘리포니아 주의 교회로 불러 들였다. 포럼의 성공적인 개최 후, 복음주의 표밭을 두고 경쟁 중인 두 후보는 이제 검증관의 입만을 바라보고 있다. 워렌 목사는 낙태에 관한 오바마 후보의 입장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나왔으며, 포럼 직후 주일 설교에서는 성경적 국가 지도자란 “하나님이 축복하는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급진적인 성향의 오바마 후보에게 위기를 느꼈던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그에게 “매케인과 오바마의 차이를 드러내 줬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이미 공화당과 민주당을 아우르는 영향력을 발휘해 온 그에게 확실한 양 날개를 달아 줄 것이 아마도 분명하다.

‘미국의 목사’ 넘어 전 세계 195개국 목표로 한 피스 플랜

▲릭 워렌 목사는 기존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달리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가 없었으나, 그의 영향력은 한 통의 이메일만으로 대선 후보들을 단번에 불러모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크리스천포스트 제공

타임지는 20세기 복음주의의 지배적인 지도자 유형은 그래함(Grahamesque)형 지도자이거나 기독교 우파의 전사(paladin)형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고 분류했다. 그러나 릭 워렌 목사는 자신이 빌리 그래함 목사의 뒤를 이어 ‘미국의 목사’가 되는 데에도, 기독교 우파의 수장이 되는 데에도 “맞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실 워렌 목사가 복음주의의 차세대 지도자로 부각되기까지는 복음주의 자체의 세대 교체가 가장 큰 몫을 했다는 게 타임지의 분석이다. 제리 팔웰(Falwell), 제임스 돕슨(Dobson) 목사로 상징되던 지난 세대의 복음주의의 아젠다가 낙태, 동성결혼, 줄기세포 연구, 인간 복제, 안락사 등 도덕적 가치 판단과 관련된 개인적 보수주의에 기반한 것이라면, 새로운 세대의 복음주의 아젠다는 빈곤과 싸우고, 고문에 반대하고, 인권을 수호하고, 에이즈와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는 등의 세계적인 이슈들을 다루는 사회적 보수주의로의 확장이다.

타임지는 이러한 복음주의의 새로운 물결이 기독교 우파 지도자들의 평범한 복음주의 교인들에 대한 영향력을 감소시킨 반면, 새로운 이슈들에 두드러지게 목소리를 내 온 워렌 목사에게 장악권을 계승할 기회를 창출해냈다고 설명했다.

아내인 케이(Kay)와 함께 2003년 새들백 에이즈 포럼을 발족시키며 당시만 해도 사회의 소외 영역이었던 에이즈 문제를 복음주의의 이슈로 공식화한 워렌 목사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그 유명한 피스(P.E.A.C.E.) 플랜을 세상에 소개했다. 예의 그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그는 5대 교회사역으로 화해 조성(Promote reconciliation), 섬기는 리더십 육성(Equip servant leaders),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Assist the poor), 환자들에 대한 돌봄(Care for the sick),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Educate the next generation)을 선정하고 이의 각 머리글자를 따 피스 플랜을 발족시켰다.

‘영적 공황’, ‘섬기는 리더십의 부재’, ‘극심한 빈곤’, ‘유행성 질병’, ‘문맹’이란 세계의 5대 ‘거대 현안(Global Giants)’을 해결하고자 시작된 피스 플랜은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비영리구호단체들의 자급자족성과 확장성, 재생산가능성과 단기 봉사의 열정과 잠재적인 가능성이란 장점을 하나로 모은다는 워렌 목사다운 발상의 산유물이다.

피스 플랜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워렌 목사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예를 든다. 중앙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네트워크된 모든 컴퓨터가 감염이 되고, 이는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좋은 것들일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제3세계 목회자들에게 가령 수인성 전염병에 대한 정보를 전하면 그 교회에 네트워크된 교회들과 교인들,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그 정보를 전달받게 된다. 그러면 그 지역에서의 발병률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것이 그의 이론이다.

지난 4년여간 새들백교회의 8천여 교인들로 구성된 1천여 피스 플랜 팀은 세계 68개국을 방문했다. 그들이 현지에서 한 일은 바로 그 지역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뛰어난 교회를 찾아가 그 지역의 필요에 따라서 교육, 치료, 구제 등의 사역을 펼친 뒤 이것이 그 교회의 네트워크를 통해 그 지역 전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관리하는 것이었다. 피스 플랜은 현재 ‘피스 2.0’ 단계로 접어들어, 릭 워렌 목사의 ‘목적이 이끄는’ 네트워크에서 피스 플랜팀을 파송하는 피스 연합을 발족시키고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복음주의의 리드(lead)가 아닌 리셰이프(reshape)

좀 더 현실적인 사람들은 세계의 ‘거대’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피스 플랜에 대해, 아마도 그 계획의 ‘거대함’ 때문에 이에 견줄 것이라고는 오직 허황되게까지 보이는 그 순수한(?) 용기에 대한 반론뿐이라고 한다. 피스 플랜은 10억 명의 봉사자를 모으고, 전 세계 195개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 목표란 것이 너무 거대해서 한계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맞다.

또한 실제로 현지에서 적용되는 과정에서 워렌 목사가 제시한 이론만큼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현재 피스 플랜이 국가적 차원에서 공인된 나라는 르완다뿐이다. 비록 르완다 대통령이 직접 피스 플랜을 승인하고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피스 플랜을 국가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성과로 평가되지만, 195개국 중 1개국은 회의론자들의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워렌 목사는 “피스 플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이것이 50년 계획이라는 점을 밝혔다”고 말한다. 르완다에서 피스 플랜을 통해 그것의 원래 목적에는 없었던 1만여 명의 세례 교인이 생겨났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워렌 목사는 또한 언제나 피스 플랜은 “사람의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아마도 워렌 목사는 피스 플랜을 통해서도 ‘세계적 거물’이 되기를 희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비록 현재 전 대통령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세계 평화 사절의 역할을 지금 수행하고 있지만 말이다.

▲릭 워렌 목사는 한국에서도 10만 규모의 대집회를 인도하고 교계 지도자들뿐 아니라 노무현 당시 대통령까지 잇따라 만나는 등 그 세계적 영향력을 과시한 바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타임지는 아마도 이 야심 많은 목회자의 관심이 지금쯤은 사회적 보수주의로 변화해 온 복음주의의 새 운동을 ‘리드’하는 것이 아닌 복음주의를 ‘리셰이프’하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같이 광범위한 전 세계적 기반의 포스트당파적(postpartisan) 운동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세계적 프로젝트를 위해서 그는 앞으로도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 모두의 지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그들의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한 이슈들에 있어서 양당을 모두 포괄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그런 워렌 목사에 대한 단 한 가지 우려는, “너무 많은 공들을 하늘 위로 띄워 놓아서 그것들을 다 잡을 손이 있느냐”다. 이는 워싱턴의 저명한 복음주의자이자 미국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의장인 마이클 크로마티(Cromartie) 박사의 말이다.

그러나 이전에도 분명히 이같은 질문에 답해 왔을 법한 워렌 목사는 “나는 많은 공들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하나님은 내게 시간을 꽤 잘 활용하는 능력을 주셨다. 내가 하는 일들은 또 다른 일들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나는 문을 여는 사람이고, 다리를 짓는 사람이다. 내가 그것들을 안 하고 있었으면 아마 나는 죽었을 거고, 지금 무덤 속에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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