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장소에서 중년의 한 남자는 ‘이명박 정부가 기독교공화국을 건설하려 한다’고 분노했다. 그는 정부가 종교편향 정책의 일환으로 의도적으로 지리검색서비스에서 사찰을 삭제했고, 대통령이 장로라서 공직자들이 불교를 무시해 지관스님의 차가 검문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광장 또 한쪽에서는 30대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불자들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그의 주장인 즉, 정부가 한겨레·경향신문을 폐간하려 하고, 오직 조중동과 KBS만 남겨둘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가 건국60주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반만년의 역사를 사장시키기 위한 것이며, 미국과 FTA를 맺었으니 우리나라는 곧 남미처럼 후진국가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중동을 보지 말라고, 다음(Daum)의 아고라에 진실이 있으니 그것만 보라고 사람들을 설득시켰다.
대체 누가 무슨 의도로 왜곡된 정보를 사회에 흩뿌려 민심을 혼란케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 사회학자는 인간의 정보는 단편적이고 이성은 제한적이라 현실을 왜곡해서 보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현실을 완전하게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잉의식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 난무하는 정보들은 단편적인데다 또 왜곡까지 되어 있다.
일례로 불자들을 격분케하는 ‘정부가 기독교공화국을 건설하려 한다’는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독교가 흔히 말하는 하나님나라는 기독교 세력이 독자적 정치권력을 쥐고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가 말하는 사랑, 용서 등과 같은 정신들이 사회에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실천되는 사회를 말한다.
한국은 인터넷 발달로 전에 없는 정보의 민주화 시대로 들어섰다. 인터넷에서는 하루에 엄청난 양의 정보가 생산되고 모두에게 공개·공유된다. 모두에게 정보 생산·접속·전달의 권위를 주고 그것을 차별없이 나누게 하는 실로 놀라운 기술의 시대이다. 그러나 인간의 도덕·의식수준이 기술발전 속도보다 뒤처졌을 때 가치중립적인 기술은 악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20세기 초반에 세계를 휩쓸고 간 전쟁들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어떤 면에서 한국사회는 새로이 들어선 정보화 시대 초기 지점에서 아직 성숙의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왜곡된 정보들에 의해 사회가 흔들린다고 해서 종교까지 같이 흔들리면 이는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가 흔들리는 셈이다. 우리네 종교들이 추구하는 것은 정치적 권력이 아니며, 권력이 주는 세속적 특혜들은 더더욱 아니다. 기독교든 불교든 그 어떤 종교든 수 세기에 걸쳐 추구하고 지켜오고 실현해온 각각의 숭고한 세계들이 있다. 이것이 검증도 되지 않은 왜곡된 정보들에 의해 흐려지고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종교계의 역량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