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비관주의를 극복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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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한의 <불놀이>와 <하늘>

3·1운동의 실패이후 문단에는 퇴폐적 비관주의가 범람한다. 이 상황에서 민족에게 기독교 정신으로 소망과 이상을 고취시켜 준 시인은 전영택과 주요한이다. 이 두 사람은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세계관으로 미래를 바라보면서 현재의 고난을 하나님의 도움으로 극복하고자하는 의지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주요한의 <불놀이(1919)>는 근대 시 역사의 한 획을 긋는다.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본격적으로 근대시의 위치를 확립하고, 그 개인 뿐 아니라 우리의 근대시사의 선구자가 된다. <하늘>에서는 하늘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묘사함으로서 시련과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이상과 소망의 밝아오는 새날을 그리고 있다.

그는 시적화자의 가슴 속에 숨겨둔 애타는 생각을 파란하늘에 풀어 놓는다면 그 생각이 ‘금’같은 소리가 되고 불과 같은 별이 되어 남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생각이라는 관념의 소리가 청각적 이미지로, 혹은 별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변용되어 나타나고 애타는 생각은 작가의 소원과 맥을 같이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나타내지 않고 있다.

즉 주요한은 시적 상상의 지경을 넓혀줌으로서 감상자로 하여금 화자의 사고나 신념이 기독교적 이미지에서 온 것임을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독자는 ‘님’을 향한 화자의 소망이나 바람은 단순한 님이 아닌 ‘주님’을 향한 간구인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된다. 그는 기독교만이 3.1운동의 실패 후 피지배민족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임을 주장한다.

주요한 시인의 문학과 삶의 목적은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를 통한 인간의 구원을 형상화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영적인 전쟁을 통하여 성서문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려는 것 이었다. <사랑>은 이 사실을 더 확실하게 해주는 시이다.

나는 사랑의 사도외다/ 사랑은 비 뒤의 무지개처럼/ 사람의 리상을 무한히 끌어 올리는/가장 아름다운 목표이다(중략)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싸우지 않으면 안 되겠사외다/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피를 뽑지 않으면 안 되겠사외다/ 학대받고 짓밟힌 인류가 있는 동안
사랑은 나를 명령합니다. XX의 깃발을 앞세우라고(중략)

나는 이 세기를 향하여 싸움을 걸겠습니다/ 싸우지 않는 사람은 거짓이외다
미워하지 않는 사랑은 값없사외다/ 노함이 없는 사랑은 헛되외다

시의 제목이 말하고 있듯이 이 시는 기독교의 사랑을 형상화하고 작가의 소명을 미학으로 표현한 시다. 또한 작가의 미의식을 역설법에 기대면서 성서의 문학성을 드러내준다. 사랑의 사도로서 사랑의 삶을 실천하겠다는 작가의 사명 의식은 성서의 진리를 문학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목적으로 보고 있다. 시편의 구체화다.

참고 용서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시편의 덕목을 시로 형상화함으로서 그 결과 독자에게 는 더 큰 기독교적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閃 囚구를 떠돌고 쏀덛>,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대신대에서 기독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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