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먼저 반성해야 마땅하지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서경석 목사, 종교편향 논란 관련 입장 밝혀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가 범불교도대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서 목사는 ‘기독교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라는 제목으로 범불교도 대회를 보고 느낀 점들을 홈페이지에 써내려갔다.

서경석 목사는 먼저 기독교의 배타성을 지적하며 “이번 범불교도대회를 보면서 기독교를 위해서라도 이런 집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청와대에서 찬송소리가 흘러나와야 직성이 풀리고 대통령의 말씀 중에 하나님이라는 말이 나와야 속이 후련해지는 마음가짐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기독교의 하나님이 창조주이고, 심판자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기독교인은 외양에서 후련함을 찾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불교집회를 계기로 모든 공직자의 종교편향이 철저히 시정됐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기독교 공화국 만들려는 의도 전혀 없다
의도적이거나 정책적인 종교편향도 없어


서 목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범불교도 대회를 지켜보면서 갖는 몇 가지 생각이 든다”는 말로 본론을 시작했다. 서 목사는 먼저 이명박 정부가 기독교 공화국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으며, 정부의 종교편향이 의도적이거나 정책적이라고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중세도 아니고 21세기에 어느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한 그는 “장로 대통령 아니라 목사 대통령이 나와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고, 오히려 원인은 일부 기독교의 근본주의적 태도”라고 답했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세속 세계에서 기독교 왕국을 건설하라는 말로 해석하는 중세적 사고가 암암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서 목사는 “그래서 이번에 나는 기독교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교회 지도자들의 성명서를 주도했고, 또 기독교의 반성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 불교계가 정부와 ‘끝까지 대결’하지 않고 적정한 선에서 싸움을 마무리하는 것이 옳으며, 그렇지 않으면 실체가 없는 유령과 싸우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계가 이번 기회에 무엇을 확실히 손에 움켜쥐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기독교인과 기독교 공직자들에게 경각심을 줬다는 점에서 이미 불교계는 많은 것을 얻었다는 것이다.

불교계가 주장하는 종교편향 금지를 위한 법 제정에 대해서는 “법제화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매우 힘들고, 다른 나라의 전례도 찾기 어려우며, 사이비 종교를 규제하기도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 문제는 법으로 대처할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원인은 일부 기독교의 근본주의적 사고
대화와 인내, 관용으로 근본적 해결에는 시간 필요


둘째로 서 목사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문제는 기독교 일각의 근본주의적 사고가 원인이므로 꾸준한 종교간 대화와 인내, 관용으로 풀어야지 투쟁이나 기 싸움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문제가 종교간 감정싸움으로 나간다면 나중에는 종교간 싸움이 증폭될 것이고,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위해 모인 범불교도대회가 오히려 종교간 분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됐던 한 목사의 설교내용에 대해서는 “교회 내 모든 예배에서 행해지는 설교 내용을 전부 조사한다면 불교가 문제제기할 내용들이 상당히 많겠지만, 이런 내용을 모두 폭로하는 것이 뭐가 좋겠는가”라고 반문한 후 “아마 불교 법회에서도 기독교를 비하하는 설법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을 모두 폭로하는 것이 꼭 좋은 것도 아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폭로와 대결, 투쟁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앙공동체 내 발언은 문제삼지 말아야
문제 발언, 기독교인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


셋째로는 불교계가 이번 종교편향에 관련된 문제를 지적할 때 공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과 신앙공동체 내에서 한 발언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내용들까지 문제삼게 되면 종교간 화평은 물 건너가고, 종교간 전쟁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 목사는 “불교인 공직자도 절에 가서 ‘모든 것이 다 부처님 공덕으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는가”라며 공적인 자리가 아닌 자리에서 한 발언을 지적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알렸다.

서 목사는 범불교도대회 당시 불교 측에서 낸 신문광고를 예로 들며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예배시간에 한 신앙간증을 문제삼았는데, 기독교인은 모든 일을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로 생각하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영광을 돌린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민족복음화의 사명을 갖고 있고 이 점은 이명박 장로님이나 어청수 경찰청장이나 일반 성도들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배 시간에는 대통령직보다 장로직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며, 그런 말을 문제삼으면 기독교인들은 크게 당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예배 문제도 공적 행사가 아니라면 대통령 개인의 신앙적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청수 경찰청장, 평등한 법 집행 명분… 해임 어려울 것
조계사 내 수배자들 화합 조치도 법적으로는 쉽지 않아


넷째로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 문제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서 목사는 “경찰이 총무원장 스님의 자동차 트렁크를 검문한 것은 내가 보더라도 잘못됐고 불교도들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어 청장을 해임시키면 다른 문제가 야기된다”며 “원칙적으로 검문이나 단속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데, 평등을 이유로 경찰청장을 해임한다면 경찰은 더 이상 직무수행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청장 해임요구가 트렁크 검문 때문이라면 해임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밝혔다.

불교계가 요구하고 있는 조계사 내 광우병대책회의 수배자들에 대한 화합 조치도 이러한 맥락에서 어려운 문제라고 서 목사는 덧붙였다. 그는 “오히려 재판에 지관 스님이 증인으로 출석해서 대화합 성격의 판결을 해줄 것을 호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종교계가 함께 대화하며 결자해지해야
“이번 기회를 상생과 평화의 계기로 삼자” 강조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의 수습책에 대해 “정치인과 종교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서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목사는 “사실 이번 불교계 주장에 대해 기독교는 할 말이 많으며, 기독교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 자신도 할 말이 많다”며 “불교계는 종교간 갈등이 커질까봐 말을 아끼고 있는 기독교인의 의중을 살펴야 하고, 그래서 긴급히 종교간 비공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감성적인 선동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불교계가 정부의 입장도 경청한 다음 규명할 것은 규명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며, 만약 정부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목사는 “이번 기회를 불교계가 말하는 것처럼 상생과 평화, 관용과 화평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로 긴 글을 마무리했다.

서 목사는 이러한 내용들에 앞서 “물론 나는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우리를 심판하신다고 믿는다. 그리고 불교는 세상의 일부로서 하나님의 피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교가 보여주는 진리는 불충분한 것으로 진리의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고, 참 진리는 기독교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신앙의 눈으로 불교를 바라볼 때 불교에는 긍정적인 요소와 기독교에 반하는 요소가 함께 있다고 본다”는 말로 이번 발언의 다원주의적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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