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교회 원로이자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인 김명혁 목사가 한국교회가 경제지상주의에 빠져 있다며 일침을 놓았다. 김명혁 목사는 이러한 현상이 교회 세속화의 한 맥락으로 보고 “그것은 본래적인 기독교의 가난하고 소박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명혁 목사는 10월 20일 오후 5시 숭실대학교 베어드홀에서 열린 제10회 베어드 강좌에서 ‘한국교회의 위기와 목회자의 사명’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베어드 강좌는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원장 김영한 교수)이 올해로 10년째 개최해온 것으로, 해마다 세계적 석학들을 초청해 복음주의의 이슈를 다뤄왔다.
대통령 일깨워야 할 목사들이 오히려 부추겨
김명혁 목사는 먼저 “교회가 ‘경제’를 우선적 가치로 삼는 것 자체가 큰 위기”라며 “경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교회가 가장 마지막에 꼽아야 할 가치이지 가장 앞세울 가치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그 예로 얼마 전 정부를 위해 기도하는 모임에 참석했을 때 목회자들이 첫번째 기도제목으로 ‘경제’를 걸어놓았었다는 일화를 들었다. 그는 “목사들이 오히려 대통령을 경제만 앞세우도록 부추긴다. 언제부터 교회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김명혁 목사는 “공교롭게도 교회가 경제를 앞세우자 경제 위기가 닥쳤다”며 “어쩌면 하나님께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치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를 향한 김명혁 목사의 애정어린 질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는 현 한국교회가 ‘복음’과 ‘영성’에 기반을 세우지 못하고 인간중심적인 ‘심리학’, ‘마케팅’, ‘엔터테인먼트’에 물들어 있다고 했다.
어딜 가나 영성은 없고 북 치고 장구 친다
김 목사는 특히 경배와 찬양에만 극단적으로 치중한 예배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은퇴를 하고 40주 가량 수많은 교회를 다녀보았는데 기가 막힌 것은 모두가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라는 것”이라며 “영성이 없으니 그것으로 대체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난 음악을 아주 좋아하지만 그것이 영성을 대체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성경으로 하지 않고 교회마다 너무 시끄럽기만 하다”며 “심지어 요즘 개신교가 너무 시끄럽다고 가톨릭과 불교로 옮긴다는 사람도 보았다”고 했다.
이밖에 김명혁 목사는 목회자의 카리스마, 아부성 발언과 몸짓 등을 한국교회의 위기 요소라고 진단했다. 김 목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솔한 자기 성찰이 있다면 한국교회에 소망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에는 국제학생도 참석해 김명혁 목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송경호 기자
본받을 목회자는 바울, 프랜시스, 길선주, 손양원, 한경직…
이같은 자기 성찰의 모범이자 표준이 될 수 있는 인물들로 김명혁 목사는 사도 바울, 성 프랜시스, 길선주 목사, 손양원 목사, 한경직 목사 등을 들었다. 이들은 모두 약함과 착함, 주변성 등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김명혁 목사는 그 중에서도 한경직 목사에 대해 “내가 은퇴한 뒤 한 설교와 강의에서 한경직 목사님에 대해 이야기한 것만 29번”이라며 “나라와 종교를 떠나 그분을 존경하지 않는 분이 없다. 깨끗하고 청빈하게, 예수님처럼 사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기독교인들이 너무 적대감과 증오로만 가득 차 있다
김명혁 목사는 준비된 강의를 모두 마친 뒤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대북지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다. 그는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우리는 너무 적대감이 많다. 미움과 증오 때문에 굶어 죽는 동포들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이를 품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 말하고 말을 맺었다.
김 목사의 강의가 끝나자 김영한 원장은 “청교도적 기독교가 어떤 것인가를 한국적 언어로 듣는 귀한 시간이었다”며 “베어드 또한 주변성과 약함과 착함을 추구한 인물이었는데, 그런 베어드 강좌에 아주 잘 맞는 강의를 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편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은 11월 17일 오전 10시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개원 10주년 기념감사예배를 드리고 11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21세기 문화간 대화와 문화변혁 신학’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진행한다. 이 외에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가을학술발표회(주제 ‘신비주의와 기독교철학’)가 11월 8일 숭실대 벤처관, 가족상담컨벤션이 11월 21일 숭실대 벤처관, 숭실대 기독교학과 학술발표회(주제 ‘정치와 종교의 분리 이슈’)가 11월 27일 숭실대 인문관에서 각각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