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이익이 우선… 무리하게 하는 건 반대, 진실은 알려야
클릭 한 번으로 전세계의 온갖 소식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도 정보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김일성을 아직도 ‘유일신’이라 굳게 믿고 있는 북한은 특히 그렇다.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는 6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성공적으로 2천만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렸고, 그들은 전세계인 모두가 ‘생지옥’이라 부르는 자신의 땅을 아직도 ‘지상낙원’이라 의심없이 믿고 있다. 휴전선 남쪽 한국 사람들에게는 TV와 라디오, 인터넷이 모두 없다는 것은 거의가 경험해보지도 못한 일이어서, 북한 사람들이 어떠한 형편인지 잘 실감하지 못할 정도다.
기독탈북인연합 이민복 대표는 이런 2천만 북한인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요즘 부쩍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속칭 ‘삐라’를 통해서다. 특히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종교를 믿을 수 있는 권리’를 풍선에 실어 날려보내고 있다. 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유일신’의 진짜 주인공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가 보내는 삐라는 다른 단체들이 보내는 것과는 다르게, 오로지 ‘전도’를 위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일을 ‘풍선사역’이라 부른다. “거창하게 통일이다 선교다 이런 말 붙일 것도 없습네다. 그들을 위해 반드시 해야 돼서 하는 것일 뿐인데요 뭘.” 북한과 정부, 그리고 여러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전도삐라’를 북쪽으로 날리고 있는 그를 21일 자택에서 만났다.
만나자마자 그는 “이 일은 인도주의적인 운동입네다. 북한 사람들 눈과 귀를 풀어주는 일이에요. 정치나 이런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습네다. 그들에게도 종교를 믿을 권리를 줘야 하지 않습네까. 가장 원초적인 인권이에요. 천부인권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웃사랑의 차원으로라도 해야 해요.”라며 소리를 높였다.
“눈과 귀 막힌 북한 사람들, 불쌍하지 않나요?”
-‘삐라의 원조’인 걸로 아는데, 요즘엔 다른 분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요즘 제가 그 사람한테 풍선 기술을 가르쳐 준 걸 후회할 정도다. 성경에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지 않았나? 선한 일을 할 때 요란떨지 말라고도 했고…. 그 분들이 교회를 다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리하게 북한을 자극시키면서 하면 안 된다. 정부 입장만 곤란하게 해서도 안 되고. 무엇보다 국가 이익이 우선 아닌가. 우리는 알려지는 게 목적이 아니다. 북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고, 그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어제(20일)도 그들이 김포에서 풍선 날리는 장면이 각종 언론에 보도됐는데, 사실 어제 같은 날씨에는 북서풍이 심해서 거기서는 (북한까지) 잘 날아가지도 않는다. 이 일은 남의 입장도 배려해가면서 무엇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조용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자꾸 이슈화시키는 것은 모금도 받아야 하고 후원도 받아내야 하니까 그런 것이지만, 좋지는 않다고 본다.”
그는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삐라 관련 인물들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삐라 문제가 너무 이슈화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슈화된 덕에 뜻하지 않게 그도 한나라당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강연하는 등 외부 일정이 부쩍 많아졌다. 인터뷰 중에도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아 후원금을 보내겠다거나 강연을 부탁하는 연락이 여러 번 오기도 했다. 그는 “여러 곳에서 연락들이 와서 곤란하기도 하지만, 진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삐라 문제가 최근에야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린이들 고무풍선에 전단을 한 장씩 넣어보냈고, 3년간 그 일을 계속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북한 땅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형풍선 개발을 시작했고, 마침내 화학식 대형풍선을 개발해 두어 달 전부터 뿌리기 시작했다. 다른 대북단체들에도 전수하기 시작했고, 그 성과는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전도 삐라’의 내용은 어떤가.
“성경을 들어보지도 못한 북한 사람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성경 말씀만 죽 적어서 보내는 곳도 있는데, 물론 그렇게 해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읽는 사람의 수준에 맞게 전해주는 게 좋다. 크게 3단계다. 먼저 도입 부분이다. 성경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여러 기독교 국가들이 모두 훌륭하고 잘 살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안중근이나 김구 선생 등 한국과 전세계 위인들 중에도 기독교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강제로 믿게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기독교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게끔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비교 전도법이다. 그들이 잘 알고 있는 수령님(김정일)과 진짜 유일신이신 하나님과 비교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신이 아니라, 흠이 있고 죄가 많은 사람일 뿐이라는 내용이다. 김정일 부자(父子)가 6·25를 실제 일으킨 전쟁범이고, 부인이 10명이 넘는다는 것도 알린다. 전도지에 여자 문제까지 집어넣을 필요가 있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북한에서는 여자 문제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말씀 구절들, 예를 들면 요한복음 3장 16절 같은 것들을 적어서 하나님이 우리의 진정한 ‘아바이’ 되심을 강조한다.”
헌법 보장된 표현의 자유,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북한의 협박으로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염려가 있으므로 풍선 보내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 그들은 ‘개성공단이야말로 진정한 대북삐라’라 주장한다.
“이 일은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있고, 북한 주민들의 종교 자유와 기초적인 인권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막는다고 하는데, 고압가스법으로 금지하면 자격증을 따고, 수소가 안 된다면 헬륨으로라도 할 것이다. 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여름 강원 화천 지역에서 풍선을 날리고 있는 기독북한인연합 회원들. 언론도, 인터넷도 없는 북한 지역에서 현재로선 외부 소식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루트’다. 이 대표는 기후를 꼼꼼하게 살펴서 가장 잘 날아갈 수 있는 날과 지점을 택해 사역에 나선다. 그는 이 작은 풍선의 위력을 ‘나비효과’로도 풀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