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의 원조’ 이민복 대표 “자극 줘도, 눈치 봐도 안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국가 이익이 우선… 무리하게 하는 건 반대, 진실은 알려야

				▲기독탈북인연합 이민복 대표
▲기독탈북인연합 이민복 대표

클릭 한 번으로 전세계의 온갖 소식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도 정보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김일성을 아직도 ‘유일신’이라 굳게 믿고 있는 북한은 특히 그렇다.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는 6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성공적으로 2천만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렸고, 그들은 전세계인 모두가 ‘생지옥’이라 부르는 자신의 땅을 아직도 ‘지상낙원’이라 의심없이 믿고 있다. 휴전선 남쪽 한국 사람들에게는 TV와 라디오, 인터넷이 모두 없다는 것은 거의가 경험해보지도 못한 일이어서, 북한 사람들이 어떠한 형편인지 잘 실감하지 못할 정도다.

기독탈북인연합 이민복 대표는 이런 2천만 북한인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요즘 부쩍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속칭 ‘삐라’를 통해서다. 특히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종교를 믿을 수 있는 권리’를 풍선에 실어 날려보내고 있다. 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유일신’의 진짜 주인공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가 보내는 삐라는 다른 단체들이 보내는 것과는 다르게, 오로지 ‘전도’를 위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일을 ‘풍선사역’이라 부른다. “거창하게 통일이다 선교다 이런 말 붙일 것도 없습네다. 그들을 위해 반드시 해야 돼서 하는 것일 뿐인데요 뭘.” 북한과 정부, 그리고 여러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전도삐라’를 북쪽으로 날리고 있는 그를 21일 자택에서 만났다.

만나자마자 그는 “이 일은 인도주의적인 운동입네다. 북한 사람들 눈과 귀를 풀어주는 일이에요. 정치나 이런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습네다. 그들에게도 종교를 믿을 권리를 줘야 하지 않습네까. 가장 원초적인 인권이에요. 천부인권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웃사랑의 차원으로라도 해야 해요.”라며 소리를 높였다.


“눈과 귀 막힌 북한 사람들, 불쌍하지 않나요?”

-‘삐라의 원조’인 걸로 아는데, 요즘엔 다른 분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요즘 제가 그 사람한테 풍선 기술을 가르쳐 준 걸 후회할 정도다. 성경에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지 않았나? 선한 일을 할 때 요란떨지 말라고도 했고…. 그 분들이 교회를 다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리하게 북한을 자극시키면서 하면 안 된다. 정부 입장만 곤란하게 해서도 안 되고. 무엇보다 국가 이익이 우선 아닌가. 우리는 알려지는 게 목적이 아니다. 북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고, 그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어제(20일)도 그들이 김포에서 풍선 날리는 장면이 각종 언론에 보도됐는데, 사실 어제 같은 날씨에는 북서풍이 심해서 거기서는 (북한까지) 잘 날아가지도 않는다. 이 일은 남의 입장도 배려해가면서 무엇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조용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자꾸 이슈화시키는 것은 모금도 받아야 하고 후원도 받아내야 하니까 그런 것이지만, 좋지는 않다고 본다.”

그는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삐라 관련 인물들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삐라 문제가 너무 이슈화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슈화된 덕에 뜻하지 않게 그도 한나라당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강연하는 등 외부 일정이 부쩍 많아졌다. 인터뷰 중에도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아 후원금을 보내겠다거나 강연을 부탁하는 연락이 여러 번 오기도 했다. 그는 “여러 곳에서 연락들이 와서 곤란하기도 하지만, 진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삐라 문제가 최근에야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린이들 고무풍선에 전단을 한 장씩 넣어보냈고, 3년간 그 일을 계속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북한 땅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형풍선 개발을 시작했고, 마침내 화학식 대형풍선을 개발해 두어 달 전부터 뿌리기 시작했다. 다른 대북단체들에도 전수하기 시작했고, 그 성과는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전도 삐라’의 내용은 어떤가.

“성경을 들어보지도 못한 북한 사람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성경 말씀만 죽 적어서 보내는 곳도 있는데, 물론 그렇게 해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읽는 사람의 수준에 맞게 전해주는 게 좋다. 크게 3단계다. 먼저 도입 부분이다. 성경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여러 기독교 국가들이 모두 훌륭하고 잘 살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안중근이나 김구 선생 등 한국과 전세계 위인들 중에도 기독교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강제로 믿게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기독교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게끔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비교 전도법이다. 그들이 잘 알고 있는 수령님(김정일)과 진짜 유일신이신 하나님과 비교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신이 아니라, 흠이 있고 죄가 많은 사람일 뿐이라는 내용이다. 김정일 부자(父子)가 6·25를 실제 일으킨 전쟁범이고, 부인이 10명이 넘는다는 것도 알린다. 전도지에 여자 문제까지 집어넣을 필요가 있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북한에서는 여자 문제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말씀 구절들, 예를 들면 요한복음 3장 16절 같은 것들을 적어서 하나님이 우리의 진정한 ‘아바이’ 되심을 강조한다.”

헌법 보장된 표현의 자유,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북한의 협박으로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염려가 있으므로 풍선 보내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 그들은 ‘개성공단이야말로 진정한 대북삐라’라 주장한다.

“이 일은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있고, 북한 주민들의 종교 자유와 기초적인 인권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막는다고 하는데, 고압가스법으로 금지하면 자격증을 따고, 수소가 안 된다면 헬륨으로라도 할 것이다. 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삐라가 없으면 김정일의 실체를 알 수가 없다. 친북좌파들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데,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한다. 중간에 끼여있는 정부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정부를 욕한다고 시민단체의 정체성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도 막을래야 막을 수 없다. 사실 요란하게 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지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풍선은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다. 북한이 항의해도 증거를 찾아낼 수 없다. 풍선에 날짜가 적혀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기독인 탈북자라면 시끄럽게 풍선을 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가장 효과적인 삐라인 것은 사실이다. 북한에는 다른 전달매체가 없기 때문에,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전의 능력이 엄청나다. 남조선 사람들은 거지들이라고 선전해 놨는데, 그들이 금강산으로 관광을 오고, 공장을 차려 그들 밑에서 북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필수 인력만 3만 3천명이라는데, 그들의 친·인척까지 합치면 엄청난 숫자다. 지금 개성공단 때문에 북한이 무너질 판이라는 얘기가 많다.”

-최근 일부 교계 지도자들도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 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는 민주사회니까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상호 비방과 중상 금지 원칙을 내세우는데, 이 일은 최소한의 선교다. 우리는 ‘직접 선교’라고 한다. 이것은 정치적인 일이라든지 명예를 내세우고 돈벌이 수단으로 하는 게 아니다. 김정일 사진만 깔고 앉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이다. 그들에게 올바른 진실을 알려야 하지 않는가?

“삐라는 누룩, 북한 전역을 부풀게 할 것”

삐라는 누룩과 같다. 일단 떨어지면 북한 전역을 부풀게 할 것이다. 이것을 잘 알기에 북한에서 사활을 걸고 막고 있다. 삐라 한 장 읽고 인민군 대좌가 배를 타고 한국으로 넘어오고 지금 북한에서는 난리가 났다. 평양 대동문에 풍선이 걸려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

-한국교회에 하고싶은 말이 있는가.

“자극을 줘선 안 되겠지만, 눈치를 봐서도 안 된다. 의연하게 가겠다. 북한은 정권유지를 위해 폐쇄정책과 우상화, 핵무기는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감상적 감정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은데, 본질이 바뀔 수 없는 나라다. 뱀이 꽁꽁 얼어죽어 가고 있길래 농부가 품에 안고 살려줬더니 농부를 물어버렸다는 우화처럼 말이다.

한국교회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우상화다. 북한을 미워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어떤 목사님들은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고 하는데, 영적 혼동이 일어난 것이다. 원수가 있고 마귀가 있는데, 이는 우상화로 판단할 수 있다. 마귀를 위해 기도해 주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타협해야 하나? 이 일은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에 세상이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뱀처럼 지혜로워야 한다.

인도적 지원도 그렇다. 물론 주면 좋은 일인데, 줘도 그들이 받을 수가 없다. 현재 주민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것은 결핵환자용 약 뿐이다. 그건 아픈 사람들이 먹어야 하니까. 주는 사람이 주고 싶은대로 줘야 하는데, 북한은 지정된 곳에서만 주는 모습을 사진찍게 한다. 그들이 돌아가면 물건도 다시 빼앗는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풍선 안에 물품을 넣어주는 것은 직접 주는 것이다. 퍼주기가 될 수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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