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자살,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조성돈·정재영 교수의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

				▲지난 6일 오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이 책의 출간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발표하고 있는 정재영 교수(왼쪽)와 조성돈 교수. ⓒ이대웅 기자
▲지난 6일 오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이 책의 출간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발표하고 있는 정재영 교수(왼쪽)와 조성돈 교수. ⓒ이대웅 기자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안재환, 최진실 등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가라앉는가 싶더니, 유력한 펀드회사 사장이 또다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자괴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선희, 최진영 등 유족들의 아픔도 상상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러한 때에 사회 속 기독교의 위치를 점검하는 도서들을 잇따라 출간하고 있는 정재영·조성돈 교수가 한국사회 자살 경향을 분석하고 교회의 역할을 모색한 책 를 펴냈다.

이들은 각각 실천신대 종교사회학(정재영)과 목회신학(조성돈)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도서는 최근 개신교 정체와 가톨릭 성장을 연구한 , 교회와 기독교NGO들의 사회활동을 조사한 에 이은 이들의 세번째 공동저작이다.

이들은 ‘자살은 사회적 질병’임을 전제로 논지를 전개해 나간다. 지난해만 해도 주요 사망원인 중 자살은 4위에 해당할 정도로,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당뇨병이나 간질환, 고혈압보다 높다. 특히 20-30대 사망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들은 자살이 더 이상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질병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한국교회도 이를 담당해야 한다고 이들은 역설한다.

이들은 이어 자살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회학자 뒤르켐이 말한 3가지 명제에 주목한다. 뒤르켐은 자살을 사회통합이라는 기준에서 이기적 자살과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등 3가지로 나누고 연구한 결과 ‘자살은 종교사회 통합 정도에 반비례한다’, ‘자살은 가족사회 통합 정도에 반비례한다’, ‘자살은 정치사회 통합 정도에 반비례한다’ 등의 3가지 명제를 제시한다. 이 3가지 요소가 개인들을 통합해 나갈 때 자살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기독교와 관련된 ‘종교사회 통합 정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핀다. 뒤르켐의 논리대로라면 가톨릭보다 개인의 신앙과 생각에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하고 가톨릭에 비해 강력하게 통합된 제도가 없는 개신교가 자살률이 더 높아야 한다. 실제로 최근 자살한 연예인들은 대부분이 개신교인이어서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반대 입장을 개진한다. 개신교가 실제로는 개인에 대한 구속력이 더 높고, 그래서 자살률이 더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어 성경에 나타난 자살 시도나 실제 자살 유형을 살펴본다. 니느웨 백성들이 회개하는 것을 보고 ‘내 생명을 거둬달라’고 말했던 요나의 ‘분노형 자살’, 적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칼을 뽑은 사울왕의 ‘명예형 자살’, 블레셋 사람들을 죽이면서 자신도 함께 죽음을 택한 삼손의 ‘이타적 자살’, 마지막 떡을 먹은 후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 죽기를 작정한 사르밧 과부의 ‘생활고형 자살’, 바알 선지자 450명을 무찌르고도 죽기를 구한 엘리야의 ‘절망형 자살’ 등 적지 않은 성경 인물들의 자살 이야기를 살핀다. 예수를 팔아넘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다의 이야기는 ‘신의 버림’으로 해석한다.

성경 속 자살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들은 “성경이 자살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구약에서는 명예를 지키는 한 수단으로 칭송되는 장면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살이라는 문제에 대해 너무 쉽게 저주이고, 지옥간다는 단순 논리에만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저변에는 물론 예수를 판 유다의 자살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한다. 이들은 “물론 자살에 대한 단호한 태도는 예방에 효과가 있지만, 사람들 의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좀더 나은 설득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개신교인들의 자살에 대한 인식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조사하고, 자살예방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제시한다. 기존에 나왔던 자살에 대한 관점의 전환, 생명존중 사상 확립, 성인교육을 통한 건강한 자의식과 바른 세계관 강화, 공동체 의식의 고양 외에도 구체적인 실천과 추진을 위해 교단적·범교회적 차원의 대책기관 설립과 지역차원에서 실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는 기구들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또 소모임을 통한 인간관계 맺기와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설교 및 예배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부록으로는 자살보도 권고기준과 실천 세부내용, 자살에 관한 오해와 진실, 자살징후 분석, 자살경고 신호, 청소년 자살의 위험 징후, 타인의 자살충동이 느껴질 때 지켜야 할 수칙, 자살충동자 심층면접 등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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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 표지그림은 반 고흐의 ‘까마귀가 있는 밀밭’이다.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리고 며칠 후 들에 나가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