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교회 떠나 개척… “그저 순종”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작은교회 이야기1] 샘물교회 김태경 목사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에 여기저기서 걱정 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최근엔 경기침체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어려움 극복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말들도 참 많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본지는 ‘작은교회’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당장 내야 할 성전세를 놓고 하나님께 부르짓는 절박함, 교인 한명을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헌신, 그리고 부흥을 향한 열망과 희망. ‘작은교회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로 그들의 현실과 잠재적 영성, 미래를 담아봤다.

 

2년 전 교회를 개척한 김태경 목사. 경기도 시흥시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부근에 그가 담임하는 샘물교회가 있다. 교회가 들어선 곳은 노래방, 음식점 등이 함께 있는 상가건물 5층. 십자가 달린 첨탑이 없어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초등학생 여자 아이가 “목사님!”하며 쪼로로 뛰어온다. “아이구, 잘 있었어?” 김 목사가 활짝 웃는다. 승강기에 올라 5층 단추를 누르니 샘물교회 이름이 적힌 딱지가 단추 옆에 붙어있다. 그러고보니 건물 입구에서도 교회 이름과 예배 시간이 적힌 벽보를 본 것 같다. 김 목사의 손길이 건물 곳곳에 닿아 있다.

승강기 문이 열리니 코 앞에 노래방 하나가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들락날락한다. “교회 옆에 노래방이 있네요?” 놀라 물으니 김 목사는 그저 웃기만 했다. 출석교인 30명 남짓의 작은교회, 그나마 열심을 갖고 출석하는 교인은 10여 명 정도인 샘물교회는 김 목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무보수로 그들을 돕는 한 명의 전도사가 하나님과 함께 일궈갈 텃밭과도 같은 곳이다.

“검증된 큰교회 낫다는 말 들으면 속상해”

김 목사는 그래도 한때 이름있는 목사였다. 서울의 목동 제자교회(정삼지 목사)에서 3년간 문화를 담당했던 그는 성실성과 목회적 재능을 인정받아 안정된 중형교회로 청빙되기도 했다. 편하게 목회할 수 있었지만 그는 곧 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심한다. 그것도 공단이 몰려 있는 이곳 시흥에서. 떠나라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했다고 한다.

전세는 엄두도 못내고 달에 77만원 하는 월세로 예배당을 구했다. 이 것도 싼 편에 속한다. 임대료와 교회운영비는 성도들이 내는 헌금에다 김 목사의 친구들이 매달 조금씩 보내주는 돈을 보태 해결한다. 그나마 요즘엔 경기가 안좋아 헌금도 줄었다. 근근이 버티는 수준이다. 교단(예장 합동) 지원은 없고, 일년에 한 번 노회가 1백만 원 가량을 지원한다. 그걸로 한달치 월세가 해결되는 셈이지만 그래도 지난 2년은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왔다”고 했다.

전도가 제일 어렵단다. 공단 주변이다보니 주민들 대부분이 맞벌이 부부다. 교회다닐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 “몇 번 교회에 왔다가도 다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참 어렵네요. 이곳 환경이 이렇다보니 결손가정 아이들도 있고 어려운 사람들도 참 많아요. 그들을 위해 헌금의 십일조를 모아 쌀도 사서 주고, 작은 휴식 공간도 만들어 도울 작정입니다. 교회 이름이 샘물인데, 고이면 썩잖아요. 어려워도 자꾸 퍼줘야지.”

옆에서 가만히 듣던 김 목사의 아내가 대화 중간 끼어든다. “전도 하는 것도 힘들지만 참 마음 아픈 건 주변에서 사람들이 교인들에게 작은교회 다니지 말고 검증된 큰교회 가라는 말을 한다는 점이에요.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괜히 속상해서……. 더 열심히 기도하고, 전도하고 그래야죠.”

“희망 있으니까, 하나님 함께 하시니까”

최근 김 목사는 서울 상계동에 있는 상계교회(서길원 목사)와 인연이 닿았다. 상계교회는 매년 미자립교회를 위해 재정을 지원하고 세미나를 통해 교회부흥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샘물교회도 매달 20만원 상당의 전도용품과 10만원의 재정을 지원받는다. 상계교회 서길원 담임목사는 “30만원을 다 돈으로 주기보다 전도용품을 사주면 그들 스스로 전도하니까 자립심이 생긴다”고 했다. 여기에 “한국교회 70%가 미자립교회라는데, 이런 작은교회가 열심히 전도하고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하지 않겠나”는 말도 덧붙였다.

찻잔을 기울이며 김 목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간에도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제집인냥 연신 왔다갔다 했다. 그 때마다 김목사는 “누구야 잘 있었니, 왜 이제 왔냐, 학원은 갔다왔니? 저기서 기타 치면서 연습해, 크리스마스 준비해야지”라는 말을 했다. 큰교회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김 목사는 “이게 작은교회 매력 같다. 큰교회 있을 때 몰랐던 것을 교회 개쳑하면서 참 많이 느낀다. 이게 다 하나님의 은혜 같다”고 했다.

“요즘 경제도 힘들고, 교회도 신뢰도가 많이 하락했다고 하는데 주변에 보면 개척하면서 힘들어도 열심히 하는 목사님들 참 많아요. 근처 한 교회 목사님도 개척하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매일 교회 앞에 나와 지나는 사람들 하나하나 붙잡고 인사하시더라구요.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제가 덩달아 힘이 나더라니까요. 그런분들이 희망 아닐까요?

청빙받은 교회를 떠나 개척한다고 하니까 제 딸아이가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친구 중에 아버지가 개척교회 목사님인 아이가 있는데, 수업료도 못내고 옷도 꼬질꼬질 하다면서.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그 땐 마음이 많이 아팠죠. 교회 개척하면서 돈도 그렇고 여러가지 힘든 점이 참 많아요. 하지만 희망이 있으니까, 그리고 늘 은혜주시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까 걱정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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