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톨스토이 문학을 찾아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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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참다운 조건은 인류에 대한 참다운 사랑”

송영옥 박사는 새해부터 기독문학세계 이론편에서 세계 기독문학 작가의 ‘예술과 삶’을 찾아 나선다. 작가의 고향과 작품의 주요 무대를 여러 차례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송 박사는 현학적인 이론 위주가 아닌, 문학적 감동을 위주로 이론편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그 첫 인물은 세계적 문호 톨스토이(Leo Tolstoy, 1828-1910)다.

미의 보편성

미학사상의 공통적인 정의는 두 가지 근본적 견해로 귀착한다.
즉 첫째, 미는 그 자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으로서
절대 완전자(관념, 정신, 의지, 하나님)의 한 표현이고,
둘째, 미는 우리에게 느껴지는 만족이되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술가의 참다운 조건은 인류에 대한 참다운 사랑이다” 세기적 대문호 톨스토이는 예술의 존재 의미를 이렇게 쉬운 언어로, 그 보편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우리는 숙고해 봐도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예술이 실상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이 그러한 횡포를 보상할 만큼 훌륭하고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 확실한 의견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 그럴까. 그 가장 주된 이유는 예술의 주요 이론적 근거가 되는 미(美)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자체가 획일적인 논리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정의의 획일성을 거부하는 미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미학의 창시자인 바움가르텐으로부터 독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의 미학 사상의 공통적인 정의는 두 가지 근본적 견해로 귀착한다. 즉 첫째, 미는 그 자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으로서 절대 완전자(관념, 정신, 의지, 하나님)의 한 표현이고 둘째, 미는 우리에게 느껴지는 만족이되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를 ‘진선미’로 요약한다. 진(眞), 선(善), 미(美)는 인간의 문화활동을 보증하며 자극하는 가치 이념이다. 진을 인간의 지성이 추구하는 가치라 한다면 선은 인간의 의지가 지향하는 가치이다. 그러나 심오한 학문이나 종교와 관계를 깊이 맺지 않는 사람에게는 진은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며 선은 의지가 그다지 굳세지 못한 사람에게는 실현하기에 부담스런 이념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미는 어느 누구에게나 나름대로 미적 감동을 통해 충실하게 체험되며 그 계기를 일상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미적 감동의 이 보편성은 존재의 축복이며 인간의 희망이다. 문학을 포함하여 예술의 기본이 되는 미의 정의를 두 가지로 압축할 때 우리가 이 양 정의로부터 어떤 쾌감을 얻는 것은 이러한 보편성 때문이다. <아침의 연못가> 라는 다음 시를 읽어 보자.

지나다가
아침의 정적 속에서 듣는
홍 방울새 노래
햇살처럼 황홀하다

조각구름에 간질이는
비단 잉어의 지느러미

바람은 일다
수초에 취하여
언덕을 넘는다.

-송영옥 『자궁의 그림자』에서

이 시에서 누구나 오월의 한날 아침의 상큼한 아름다움이 홍방울새의 노래처럼 쉽게 느껴진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의 표면에 머물며 비단잉어의 지느러미를 유희하는 한줌 바람에서 신선한 아침이 느껴지고 마치 수초에 걸린 것처럼 머뭇거리며 언덕을 넘어가는 시간에서 짧은 봄날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 시에 접함으로서 우리는 시인이 직관하고 바라본 생의 흥취감에 어느 정도 접근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는 누구에게나 발견될 수 있는 미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미학적 언어로 구성된 글쓰기에서 쾌감을 얻는 것은 결국 미의 양 정의는 모두 다 쾌감으로 환원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톨스토이도 그의 예술론에서 이러한 미학의 기본 관점을 존중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로망 롤랭의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함축하고 있는 깊은 의미를 미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술가의 참다운 조건은 인류에 대한 참다운 사랑”이라는 것을.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閃 囚구를 떠돌고 쏀덛>,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대신대에서 기독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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