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당부의 말씀 첨가… “취지 오해돼 남용하는 일 없길”
지난해 최초로 인공호흡기 제거 판결을 내려 파장을 몰고왔던 ‘존엄사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인정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는 10일 환자 가족들이 서울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생명연장치료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돌이킬 수 없는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치료 중단은 전문성과 자격을 갖춰야 남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중단 시행도 의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환자 본인의 의사에 대해서는 “사전에 문서로 환자의 뜻을 남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의 뜻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환자의 일시적 충동이 아닌 진지한 의사결정이 치료 중단의 조건”이라고 판시했다.
판결 직후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당부의 말씀’을 첨가했다. 이인복 부장판사는 “이번 판결 취지가 오해돼 남용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병상에서 회복에 힘쓰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들의 노력을 불필요한 행위라고 치부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며 어떤 경우에도 소중히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경사진 비탈을 굴러가듯 확대 해석돼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치료중단 강요와 압박으로 작용될 여지가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판결은 출혈에 따른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고 자녀들이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이며,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법 1심에서 인공호흡기 제거판결을 내린 데 대한 항소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