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윤 목사 “좌도 우도 ‘칼빈’으로 하나”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인터뷰] 칼빈 5백주년 기념사업 이끌며 장로교 연합 추진

▲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 대표회장이자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상임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윤 목사(서울교회)가 올 한 해 장로교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다짐을 나타냈다. ⓒ 송경호 기자

▲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 대표회장이자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상임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윤 목사(서울교회)가 올 한 해 장로교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다짐을 나타냈다. ⓒ 송경호 기자

쌀쌀했던 17일 오후 서울교회 이종윤 목사와 마주했다. 칼빈 탄생 5백주년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 대표회장을 맡은 그에게 각오를 묻기 위해서였다. 2시간여 진행된 기념사업회 임원회의가 끝난 후였다. 이 목사는 인터뷰 후 참석해야 할 회의가 하나 더 있다고 했다. 그래도 질문이 끝나면 깊이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줘 가면서. 쌀쌀한 날씨 따윈 잊은 듯한 그에게 칼빈과 한국교회를 물었다.

먼저 이 목사는 올해가 칼빈 탄생 5백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교회에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칼빈이 누군가. “장로교 신학의 근간을 이루는 신학을 정립한 자”다. 이 목사는 이를 두고 “공통분모”라는 표현을 썼다. 같은 장로교임에도 분열돼 있는 한국교회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이 목사는 “칼빈이라는 공통분모로 한국 장로교가 연합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종교개혁 당시 많은 신학자들이 중에서 왜 유독 칼빈인가.

“루터가 종교개혁의 불을 지핀 장본인이라면 칼빈은 당시 ‘신학’을 개혁한 인물이다. 그가 개혁신학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립했기 때문에 개혁교회는 자신들의 신학적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었다.”

기념사업회는 오는 6월 21일부터 이틀간 서울교회에서 열리는 행사를 비롯해 올 한해 칼빈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그 일환으로 이 목사는 오는 7월경 각 장로교 지도자들과 칼빈을 매개로 연합에 대한 구체적 합일점을 찾겠다고 했다.

-칼빈을 통해 연합을 이루려는 것이 놀랍다.

“칼빈은 교회사적으로 볼 때 교회의 연합을 이뤘던 신학자다. 칼빈의 신학이 반영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극좌의 교단이든 극우의 교단이든 다 가지고 있다. 연합의 공통분모가 있다는 거다. 올해 하는 행사들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칼빈의 신학을 재발견해 한국교회 연합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이종윤 목사는 모든 장로교단의 공통분모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통해 장로교가 하나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 송경호 기자

▲이종윤 목사는 모든 장로교단의 공통분모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통해 장로교가 하나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 송경호 기자

-교회 연합 외에도 오늘 우리가 칼빈을 다시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우리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나님과 성경에 둘 것인가, 아니면 사람에 둘 것인가. 너무나 진부한 말이지만 너무나 확실한 말이기도 하다. 요즘 교회의 예배를 보면 중심을 사람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칼빈은 경건운동의 대부다. 예배 때 오르간도 못 치게 했을만큼 경건을 강조했다. 오직 하나님 앞에 선 내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좀 배울 필요가 있다.”

기념사업회는 6월 21일 칼빈 탄생 5백주년 기념예배를 칼빈이 제시한 예배형식에 따라 드릴 계획이다.

-6월 행사 일정에 칼빈과 관련해 정치, 경제 문제를 논하는 자리가 있다.

“칼빈은 신학 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장로교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보여지듯, 칼빈은 민주주의 형성에도 큰 영향을 줬다. 제네바를 통치하며 그가 발휘한 지도력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를 다시 보기 위함이다.”

-요즘 사회 통합을 위해, 상대적으로 정치에서 자유로운, 지식인들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교회 통합을 위해서도 신학자들의 역할은 중요할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오늘 이렇게 신학자들이 모여 회의를 갖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칼빈을 보다 잘 소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나아가 그의 신학이 통합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연구하며 노력할 것이다. 이번에 프랑스 신학자 세 명이 한국에 온다. 프랑스어로 번역한 기독교강요 원본을 기증하기 위해서다. 칼빈을 연구하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한국칼빈학회(회장 최윤배)와 한국개혁신학회(회장 권호덕), 한국장로교신학회(회장 이종윤)가 조직한 기념사업회는 오는 6월 21일부터 이틀간 ‘칼빈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기념대회를 갖는다. 행사는 기념예배와 음악회(6월 21일 서울교회), 칼빈 흉상제작, 칼빈 길 지정, 우표 발행, 학술 발표회(6월 22일) 등으로 짜여진다.

특히 학술 발표회를 통해 칼빈 관련 다양한 주제들이 전공 신학자에 의해 공개되는데, ‘문화신학으로써 칼빈주의’(김영한 교수), ‘칼빈주의와 자본주의의 발전’(김성봉 교수), ‘칼빈과 정치’(황우여 의원), ‘칼빈과 문화’(손봉호 박사), ‘포스트모던적 시각에서 본 칼빈’(이형기 교수) 등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 독특한 내용들이 포함돼 참석자들의 흥미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기념사업회는 또 장로교 지도자 간담회, 장로교 신학자의 날 행사 등도 연이어 개최할 예정이다.

이종윤 목사는

연세대학교 신학과, 동 대학원 졸업(B.Th. M.Th.)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졸업(M.Div)
독일 튜빙겐대학교, 미국 템풀대학교 수학
영국 세인트 안드류스대학교 대학원(Ph.D)

전주대학교 총장(1984~1987)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장로교신학회 회장 및 서울교회 당회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벧엘교회, 필라델피아 제일장로교회 등 지금까지 5개 교회를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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