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고 하는 미적 과정
톨스토이에게 있어 예수는 정신과 사랑, 만물의 근원으로서 이해되는 ‘인간’ 예수였다. 그의 ‘예술론’ 고백을 보자. “나는 신이 내 속에 있으며, 또 내가 신 속에 있음을 믿는다. 신의 의지가 인간 예수의 가르침 속에 알기 쉽게 명백히 표현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렇듯 톨스토이는 예수를 인간으로 깊이 이해했으며 그의 뜻을 따라 인간의 참된 행복은 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에 있으며 신의 의지라는 것은 인간이 서로 사랑하고 남을 자기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주저없이 천명하기에 이른다.
그는 인생이란 선에 대한 희구라고 보았다. 인생의 의의는 선에 대한 노력 속에 있다는 것이다. 즉 선이 인생의 목적이며, 사람은 모두 이 목적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랑이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사람이 각자 자기 속에 간직하고 있는 신의 활동인 사랑을 통해 선이라는 목적을 향하는 노력을 톨스토이는 인생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또 그의 사상적 특색은 그 목표를 현재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란 사상의 실행을 의미한다. 사상은 바로 행동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사랑은 미래의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어서의 활동이다. 현재의 활동으로 표현되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의 사랑은 현재의 생활을 무시하고 미래의 행복을 약속하는 불합리를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 행위가 따르지 않는 믿음은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을 톨스토이는 작품으로 웅변하고 있다.
그의 사랑은 이성인 동시에 정서이며 감정이다. 톨스토이는 모든 정서와 감정은 원리 면에서 문학의 요소가 된다고 했다. 다음은 그의 <예술론>에서 원문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예술은 한 사람이 딴 사람, 혹은 많은 사람들을 자기와의 꼭 같은 감정으로 끌어넣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어떤 외적 양식으로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 발생하는 것이다. 극히 간단한 예를 들자면 늑대를 만나 공포를 경험한 소년이 있어, 그 경험담을 말한다고 하자. 소년은 자기가 경험한 감정을 딴 사람에게 일으키게 하기 위하여 늑대를 만나기 전 자기의 상태와 그 주위의 사정과 삼림, 그리고 자기 자신의 멍청했던 사실, 그리고 늑대의 출현과 그 동작, 자기와 늑대와의 거리등을 상세하게 말한다. 여기서 만일 그 소년이 그 이야기를 할 때 자기가 경험한 감정을 다시 일으켜 듣는 사람에게 이를 감염시키고 그들에게 자기가 경험한 것을 느끼게 했다면, 그것은 예술이다.
어린아이가 경험한 실재인 공포는 처음 너무나 무서워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공포에서 벗어나 마음이 침착해졌을 때 그 일을 회상하게 되고 이를 표현하고자 한다. 이 때 회상 속에서 일어나는 경험의 공포는 최초의 것과 다르다. 최초에 느낀 경험의 공포가 실재라면 회상 속의 정서는 그림자다. 톨스토이는 이 예를 통해 예술은 실감에 준거하면서도 실은 그 형체를 떠나 그림자를 따르는 세계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 현상을 좀 더 미학적으로 부언하면 문학적 정서란 심리적인 순화 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을 당했을 때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 그대로는 문학적 정서가 될 수 없다. 심리적인 순화과정을 금도우신은 ‘미적 과정(aesthetic process)’이라고 했다. 문학에서는 감정과 정서가 미적 정서가 되려면 반드시 순화과정을 거쳐야 한다.
톨스토이는 문학과 삶에서 이 미적 과정을 기독교적 사랑의 행위 자체, 즉 현재 그 사랑을 실천함으로서 완성하고자 한다.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지구를 떠돌고 싶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영남신학대학교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