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 월간초대석] 덕수교회 손인웅 목사 편
크리스천투데이는 2009년부터 매달 한 번씩 교계 저명인사들을 만나 [월간 초대석]을 진행한다. 본지는 이를 통해 한국 및 세계 기독교 각종 현안들을 진단하고, 이 시대 교회와 교인들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3월의 [월간 초대석]에는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전 한기총 교회일치위원장)를 만나 ‘연합과 일치운동’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대담=류재광 국장, 정리=송경호 기자, 사진=송경호 기자]
최근 칼빈 500주년을 맞아 예장 통합과 예장 합동정통을 비롯한 장로교단들 뿐 아니라 봉사단체들 사이에서도 활발하고 다양한 ‘연합과 일치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손인웅 목사는 특히 예장 통합 교단의 지도자급 인사이자 구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회장으로 이같은 흐름 중심에 있는 만큼, 이같은 흐름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손 목사는 ‘연합과 일치운동’에 대해 “힘든 일”이라고 고뇌를 털어놓으면서도, “그러나 반드시 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확신을 보였다.
분열의 이유, 비신앙·비본질적 문제 많아
-최근 들어 ‘연합과 일치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배경과 당위성이 어디 있다고 보시는지요.
“먼저 연합과 일치운동에 대한 신학적인 정립이 필요합니다. 왜 연합과 일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죠. 일치라는 게 뭘까요. 그냥 합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왜, 어떻게 일치를 이룰 것인가. 그런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형이나 제도, 기구적 연합보다는 교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영적인 일치를 이뤄야 합니다.
세계 교회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 주님이 세우신 교회는 원래 하나였습니다. 이단들과의 싸움을 거치며 정통 교리와 신조가 만들어지고, 가톨릭이 하나의 교회를 지향하면서 이것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1054년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가 분열되면서 불행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개신교회가 나왔고, 그러면서 세계 기독교 전체가 통제가 안될 정도로 분열상을 겪게 됐습니다. 이같이 된 이유는 신앙적인 문제도 물론 있었지만, 사실 비신앙·비본질적인 문제도 컸습니다.”
-그렇다면 그 분열상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회개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 처방이죠. 회개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일치를 이룬다면 죄성 때문에 또 나뉘고 말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비우고 회개하고 그리스도께 복종해야 합니다. 그것은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사실 어렵지요. 그러니 성령께서 하셔야 합니다. 성령께서 강권적으로 역사하셔서 교회들이 ‘하나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정도의 위기의식을 갖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게 돼야 합니다.
한국교회도 많은 분열을 경험했습니다. 고신, 기장, 합동, 통합 등으로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교권문제가 없지 않았으나 나름대로 명분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일어난 분열은 사실 명분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만일 개개인의 욕심 때문에 분열을 낳았다면 그리스도의 몸을 찢은 죄악을 철저히 회개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몸 찢은 죄 철저하게 회개해야
-한국교회의 현 상황을 놓고 ‘지나친 분열’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분열이고 어디까지가 다양성이라고 보시는지요.
“정말 명분이 있느냐 없느냐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교회에 유익이 되고 영광이 된다면 다양성이고, 그 반대라면 분열이죠. 예를 들어 중세 가톨릭에서 개성과 다양성이 말살되고 있을 때 종교개혁자들이 자유를 강조하고 나와 하나님의 다양한 색깔을 드러냈습니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한 것이죠. 그래서 개신교를 받아들인 국가들은 역사발전에 큰 도움을 얻게 됩니다. 이런 것은 하나님의 유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죠.”
-특별히 한국교회 내에서 연합과 일치운동이 활발해진 이유가 있을까요.
“첫째는 세계적인 흐름이 연합과 일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세계 교회가 분열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대체로 교세가 확장되던 시절이었지요. 한국교회도 고도성장기에는 서로 나뉘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쇠퇴를 경험하게 되고, 이슬람과 안티기독교의 도전이 거세졌습니다. 그러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통합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참회하는 것입니다. 본질을 잃어서 어지러워졌으니 결국 돌아오는 것이지요. 외부 환경들이 기독교의 하나됨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하나님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순종해야지 역행하면 살 수 없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때 국민들의 반응을 보셨죠? 이게 심판이에요.”
하나됨을 요청하는 하나님의 메시지 있다
-사실 강력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연합과 일치운동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런 차이가 없는 교단들 사이에서도 통합이 좌절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통합을 이루고도 의견차로 재분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보면 ‘연합과 일치는 가능한 걸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연합운동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이런 말도 합니다. ‘예수님이 오셔야, 아니 예수님이 오셔도 모르겠다’고요. 그러면 포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신학적·신앙적으로 새출발해야 합니다. 다양성 속 일치를 이해해야 합니다. 루터, 칼빈, 웨슬리, 오순절교회 등등 이미 공인된 모든 세계적 교회들이 서로를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자기 은사만 정당하고 타인의 은사는 정죄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안되면 평신도들이 일어납니다. 그들 안에는 이미 교파의식이 없어요. 그게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하나되게 하시려는 그 거대한 물결을 기독교가 타고 나아가야지, 거역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하나되게 하는 것은 하나님이요, 분열시키는 것은 악령입니다. 저는 하나님이 이기시리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한기총과 NCCK도 이유 없다면 하나돼야
-연합과 일치의 지향점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요.
“모든 교파를 합치자는 것이 아니에요. 종교개혁 이후 너무 나뉘었기에 그대로 있지 말고 다시 영적인 일치를 추구하자는 것입니다. 선교사들도 자기 교파를 내세우려 하지 말고 주님을 증거하는 일에 힘을 합치고. 가톨릭은 제도적으로 하나의 교회입니다. 반면 개신교의 일치운동은 영적으로, 본질적으로 하나되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200여 교파로 나뉘어 있습니다. 서로 교리와 신앙고백이 같다면 가능한 합치는 게 좋습니다. 교권과 인간적 욕망을 비우면 금세 하나될 수 있는 교단들이 많아요. 가능하면 통합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의 교회를 지향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도 안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단체가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도 한 지붕 밑에서 한 목표를 지향한다면 점차적으로 기구적 일치도 가능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자면 한기총과 NCCK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에는 조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한기총과 NCCK의 경우도 제가 한기총 교회일치위원장직을 수행할 때 통합을 위한 로드맵을 다 짜 놓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하지 말자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죠. 두 기구도 기본적으로 연합체이고 협의체이기에 통합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예를 들어 NCCK 안에서도 통합, 기하성 등은 보수적인 교단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기총도 마찬가지구요. 신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선 신학과 신앙을 합치자는 게 아니라, 같이 선교를 위해서 힘을 합치자는 거니까요.
못할 이유가 뭡니까. 하나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 하나돼야죠. 둘보다는 합쳐서 함께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대외적 이미지에도 좋습니다. 정 통합이 어렵다면 양 기구 위에 또 하나의 지붕을 덧씌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NCCK는 NCCK대로, 한기총은 한기총대로 하되 양쪽이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는 겁니다. 부활절연합예배라든지, 환경문제, 이단대처 등 많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동질성이 생기고 저절로 하나됩니다. 그렇게 하나됨을 지향해야지 분열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것은 범죄입니다.”
무엇보다 서로 비우고 섬기는 마음 가져야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하나돼야 한다고 하셨지만, 오히려 개인의 욕심을 위해 연합과 일치운동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게 고민이에요. 시작을 잘 해놓는다고 해도 혹 갑자기 욕심을 가진 사람이 나오지는 않을지. 그래서 국제기구의 시스템을 벤티마킹해서 누구도 사욕을 부릴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UN을 보면 정치적으로 힘이 센 국가들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느 정도는 그들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제한이 돼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비우고 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지요.”
-바람직한 통합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서로 공통분모가 있고 하는 일이 같은 교단들은 될 수 있는 한 하나가 되는 게 좋겠죠. 그런 면에서 예장 통합과 합동정통 사이에 오가는 논의라든가, 예장 합동과 개혁의 통합 등은 좋은 시도라 봅니다. 물론 어려움은 있겠지만 하나될 수 있다면 좋습니다. 그리고 회개운동의 결과로 연합과 일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단지 교세를 부풀리기 위해 하나되려 한다면 반드시 후회할 것입니다.”
손인웅 목사는
장신대 신대원(M.Div)과 미국 맥코믹(McCormick) 신대원(D.Min)을 졸업한 뒤 예장 통합총회 산하 덕수교회 전도사, 부목사를 거쳐 현재 담임목사로 재직하고 있다. 예장 통합 내에서 총회훈련원 운영위원장, 바른목회 실천협의회 대표회장, 이사장, 예장 생명목회 실천협의회 상임고문 등을 거치며 교단을 섬겨왔을 뿐 아니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교회일치위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연합과 일치운동을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해오고 있다. 특히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대표로서 기독교사회복지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왔으며, 동 단체와 한국교회봉사단과의 통합을 주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