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톨스토이 문학을 찾아서(6)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바보 이반>을 통해 본 행복

▲송영옥 박사.

▲송영옥 박사.

톨스토이는 인생의 행복에 대해 평이한 언어로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인간은 자기만을 위해 살아서는 안 되며 남을 위해, 인류 전체의 행복을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정말 그런 것이 아닐까. 만약 인간이 자기 행복만 생각하고 살면 그 희망은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사람은 사랑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톨스토이가 생각하고 표현한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바보 이반(1886)>은 이에 대한 일차적인 해답을 내려준다.

옛날 어느 나라 농촌에 부유한 농부 한 사람이 살았다. 그에게는 세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다. 맏아들 세몬은 군인, 차남 타라스는 상인이었다. 이반은 농부의 삼남이었으며, 출가한 형들과 달리 부모님과 장애를 가진 누이를 봉양하며 살았다. 이반은 근면한 농부였고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형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나누며 제 몫을 떼어달라고 요구했을 때도 웃으며 응했을 정도였다.

그들을 지켜보던 악마는 이렇게 형제가 재산을 분배하면서도 다투지 않자 시샘을 감출 수 없어 부하들로 하여금 그들을 이간시키려 했다. 악마의 부하들은 욕심 많은 형들을 망하게 했으나 이반은 유혹하지 못했다. 그들은 오히려 이반에게 사로잡혀 선물을 남기고는 소멸해버리고 만다. 악마의 부하들이 이반에게 남긴 선물을 통해 형들은 재기해 각기 한 나라의 왕이 되었다. 이반도 공주의 병을 낫게 하고 왕위를 물려받았다. 형들이 왕이 돼 탐욕스런 삶을 살아가는 데 반해 이반은 왕이 된 후로도 농사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왕이 농사일에만 힘써 국정이 잘 돌아가지 않으니, 똑똑한 사람들은 이반의 나라를 떠나버렸다. 이반의 나라에는 바보들만 남게 되었다.

자기가 보낸 부하들이 실패하고 형제들이 왕이 됐다는 사실에 악마는 분기탱천해 직접 그들을 공격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 역시 두 형을 망하게 하는 데는 성공하나 이반의 나라에서는 실패하고 만다. 악마의 지식과 재물이 이반의 나라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손바닥에 굳은살이 없으니 게으름뱅이가 틀림없다고 조롱받으며 악마는 소멸해버린다.

톨스토이가 생각한 행복은 <바보 이반>에서 보듯 참된 노동과 상호간의 이해로 하나된 사회에서 사는 것이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없는 자는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어야 한다”는 이반 나라의 관습과, 권력과 돈으로 망한 이반의 형들이 닿은 말로(末路)는 이를 잘 보여준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톨스토이는 예술의 사명을 “인간의 행복은 인간 상호간의 결합에 있다는 진리를 이성의 영역에서 감성의 영역으로 옮겨 현재 지배하고 있는 폭력 대신 신(神)의 세계, 즉 우리 모두에게 인간의 최고 목적으로 간주되는 사랑의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제나 “악(惡)은 선(善)을 넘지 못한다”고 여겼으며, 작품 대부분의 주제를 이에 귀착시킴으로서 삶의 의미를 표출하고 있다.

문학의 기능은 ‘실용적인 것’과 ‘쾌락적인 것’, 그리고 쾌락성과 교훈성의 조화로 ‘이 둘을 겸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쾌적한 것’ 과 ‘유용한 것’이 동시에 정당하게 판단하는 방법으로 예술의 기능을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문학 기능의 쾌락성을 행복이라 해 보자. 이 때의 쾌락성이란 육체적·관능적·탐미적 의미만은 아니다. 아름다움과 즐거움인 동시에 그것은 감동을 통해 정화작용(purification)을 거친 가치를 말한다. 정신적인 즐거움이며 미적인 쾌락이다.

기독교인의 이상적인 모습이 성화라고 할 때 ‘아름다움’이란 가치는 거룩함과 진지함에 반대되는 인간적 정서로 생각하기 쉽다. 인간적인 것은 저속한 것이며 죄악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이 이 땅에 기독문학을 피우지 못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러나 성서는 미가 하나님의 속성이며 기쁨이 구원받은 사람의 삶의 완성인 것을 보여주며 이 아름다움이 곧 자유의 속성인 것을 나타낸다.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지구를 떠돌고 싶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영남신학대학교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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