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과 ‘안락사’의 차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2005년 전세계적으로 안락사 논쟁을 불러 일으킨 테리 시아보(미국).

 ▲2005년 전세계적으로 안락사 논쟁을 불러 일으킨 테리 시아보(미국).

한기총에서 이번 ‘존엄사 법안’의 대안으로 ‘무의미한 치료 중단에 대한 법률’ 제정을 내놓았지만, 연명치료는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 물론 바탕에 있다. 한 목사는 ‘무의미한 치료’가 있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의학적으로 치료 불가능한’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새로 제시하기도 했다.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법률입니다. 그 기준을 환자 본인이 명시적으로 중지해달라고 할 경우로 제한하고, 가족이나 주변인의 대리나 추정에 의한 허용은 안 된다는 것이죠.”

무작정 반대할 수는 없고, 최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주는 데 힘써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요새는 보수라도 ‘열린 보수’ 해야 합니다. 무조건 안 된다, 법안이 잘못됐다, 절대 못한다는 기준을 설정할 수가 없어요. 그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으면서 상호 교감을 나누는 가운데 납득할 선을 정해야 하지요.” 하지만 법은 공통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선을 지켜야 하고, 우선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한기총의 입장은 병원윤리위원회에 담당의사 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의 의사와 종교인 등을 포함하고, 상급기관으로 국가의료윤리심의위원회 같은 곳을 둬야 한다는 것 등을 첨가했다. “의학적으로 치료 한계에 대한 규정은 필요합니다. 치료가 아니라 연명하고 있는 경우가 분명 있거든요. 의사들로서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판단 근거가 필요해요. 더 이상 치료하는 행위가 아님에도 중단하지 못해 환자나 가족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그 상황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요.”

이렇게 되면 사망에 이르게 한 주체가 달라져 안락사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치료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에는 ‘질병’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고,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안락사의 경우에는 의사가 직간접적으로 그 과정에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예전보다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 분화됐습니다. 온 몸이 한꺼번에 죽지 않아요. 호흡이 끝나도 손톱이나 머리카락이 자랍니다. 지금은 뇌파가 소실됐는가로 ‘과학적인 사망’을 판가름하고 있습니다. 부수적인 이야기지만 죽음의 시점나 방법상 차이는 보험이나 상속과 같은 부분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쳐요.”

그는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철학이나 윤리학자, 의사들, 법률가, 종교인들 의견을 모두 들어야 합니다. 발의하면서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희 의견을 묻고 하는 게 없어서 의견을 내놓은 거에요. 예전에 뇌사문제로 법안을 만들면서도 이런 과정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독교사상에 글을 써서 의견을 밝히기도 했는데 반영이 잘 안 되더라고요.”

논의 자체의 어려움도 피력했다. “원래 윤리라는 게 좀 철학적이라… 계명과는 달라요. 도덕과도 좀 다르지요. 그래서 원칙을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윤리라는 것은 지키지 않는다고 감옥에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하지요. 하지만 다양성 속에서 계속 논의하면서 우리 생각과 사고를 계발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기독교윤리학계에서도 이 문제는 이미 논의된 사항이지만, 이슈가 됐을 때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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