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도 끝까지 포기 않는 것이 진정 ‘존엄한 죽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과학자들, 존엄사·배아복제·낙태 세미나 개최

배아복제를 반대하는 과학자모임(회장 도명술 한동대 교수, 이하 복반모) 주최 제2회 복반모 세미나 ‘현대문명과 생명윤리’가 9일 오후 포항 한동대 효암별관 회의실에서 존엄사와 배아복제, 낙태 등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현대과학 발달과 이로 인한 생명과학 기술 발전으로 도전받고 있는 생명윤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마련됐으며, 한동대와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학문과신앙연구소, 생명과학연구소 등이 공동 후원했다.

존엄사 “식물인간에는 영혼이 없다는 얘기냐”

▲ 발제하는 이상원 교수.

▲ 발제하는 이상원 교수.

존엄사 문제는 이상원 교수(총신대·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가 발제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0월 인공호흡 제거판결에 대한 고등법원의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인정한 것에 먼저 반론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첫째, 판결문이 환자 상태를 비가역적 사망과정으로 판정한 근거가 정당하지 않고 둘째, 판결문은 가족들의 증언에 근거해 환자 상태를 추정해 판단하는 ‘대리판단’을 인정하고 있으며 셋째, ‘존엄사’ 개념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인간관의 관점에서 정당한 의미의 진료 중단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식물인간·뇌사 상태의 인간은 다만 ‘생물학적 의미’의 생명만이 남아있다는 말이고, 정신 혹은 영혼이 소멸돼 없어져버렸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기독교적 인간관의 관점에서 영혼의 소멸이라는 개념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생각이고, 영혼은 생물학적 생명을 작동시키는 원리로, 생물학적으로 살아서 작동한다는 말은 그 안에 살아있는 영혼이 들어있다는 뜻이므로 신체가 생물학적으로 작동한다는 말은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한 의미의 진료 중단’이 첫째, 치료로 생물학적인 생명을 유지하거나 회복시키는 게 불가능함이 명백히 증명되고 둘째, 환자 본인이 명확하게 진료 중단의사를 표명했으며 셋째, 진료 중단이 죽음의 원인이 되지 않고 질병이나 노화가 죽음의 원인이 되고 있음이 분명하고 넷째,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죽음의 과정에 설사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고통을 감내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경우 등에 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환자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확인하지 않고 생명을 종결시킨다는 점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생명을 종결시키는 안락사보다 더 비윤리적인 행위이며, 사실상 고의적인 살인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죽여달라” 호소하는 환자들의 속마음을 아는가

특히 이 교수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인간 생명의 종결권은 오직 하나님만이 가진다는 믿음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밝히고, “기독교인들은 자기 생명의 종결 문제에 관한 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다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죽음을 맞이할 때 비로소 ‘존엄한 죽음’이라 명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문제에 대해서도 “고통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종결시켜 달라고 호소하는 환자의 호소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는 증거”라며 “환자의 속마음은 사람들의 접촉과 애정과 같이 있어주는 격려를 요청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는 무거운 고통과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재정적 압박, 의료재원의 공정한 분배를 원하는 사회정책 등에 떠밀려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죽음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때 의사는 환자의 고통을 멈추게 하겠다는 단순한 긍휼(humaneness) 차원을 넘어 죽어가고 있지만 살아있는 자(living-while-dying)의 인간성(humanness)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말기질환자들은 고통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경우에도 자신들의 삶을 의미있다고 생각하며, 고통을 통과하는 삶 속에서도 가치를 발견하고 가족 가운데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려는 불변의 욕구를 가지며,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를 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아복제 “비과학적인 것은 비윤리적”

최근 정부에서 연구를 허용한 배아복제 문제에 대해 강의한 강경선 교수(서울대)는 정부의 방침에 우려를 표시했다. 강 교수는 “최근 수년간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학적 시도는 당뇨와 파킨슨병 등 난치성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는 현대판 만병통치 불로초처럼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를 확인하듯 수많은 임상 논문이 보고되고 있다”며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방법에는 한계가 있고, 수정란이나 체세포복제에 의한 배아로 줄기세포를 확보해 의학윤리 및 종교적인 반대여론이 거세다”고 밝혔다.

반면 탯줄의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를 포함한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이미 성인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이 국내외에서 시도되고 어느 정도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성인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이 2-3년 안에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승인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많은 난자를 사용하고도 배아줄기세포의 존재 자체가 논란을 낳고 있어 과학적으로 기술이라 인정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최근 줄기세포 연구를 보면 여성 난자 없이 성인 체세포로도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돼 윤리적인 면에서 전혀 문제없는 배아줄기세포 생성이 과학적으로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황우석 사건에서 나타났듯 ‘비과학적인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반모는 과학자로서 배아복제를 반대하는 데 대해 △인간 생명이 수정란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분명한 과학적 사실이고 △체세포복제기술로 생성된 배아도 온전한 인간생명체이며 △배아복제로 얻으려는 배아줄기세포는 암 발생과 유전자 발현의 불안정성을 갖고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암 발생과 유전자 발현의 불안정성 때문에 동물실험 단계에 있으며 △배아복제로 얻게 될 배아줄기세포는 결함이 많아 사람에게 적용할 수 없고 △배아복제기술이 발전하면 인간개체 복제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윤리적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세포는 사람에게 임상실험 중으로 상당한 치료효과를 보고 있고 △성체줄기세포들도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전분화능과 증식능력을 갖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으며 △배아복제 허용은 제2의 황우석 사태를 만들고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배아복제의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하락시키고 △인간생명체에 대한 실험조작을 허용하게 만드는 출발점 역할을 하며 △열등한 조건을 가진 인간에 대한 차별의식을 조장하고 △인간으로 인정받는 조건으로서의 ‘수정 후 14일’은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이 돼 쉽게 다른 기준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으며 △배아실험이 허용되면 태아에 대한 실험도 행해질 가능성이 높고 △배아복제는 여성의 난자를 사용함으로써 여성의 몸을 실험도구화하며 △여성의 난자를 구하기 어려울 경우 동물의 난자에 인간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이종간 교잡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배아복제는 인간개체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근거를 꼽았다.

낙태 “아프리카 기아를 보고는 눈물 흘리면서 왜…”

▲발제하는 김현철 목사.

▲발제하는 김현철 목사.

낙태에 대해 발제한 김현철 목사(낙태반대운동연합 부회장)는 “우리나라는 인본주의적이고 무지해서 낙태에 대해 무감각하다”며 “낙태라는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불편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는 낙태형 사고방식(Abortion mentality)이 문제”라고 전제했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대변하는 이 사고방식으로 사회 구성원들은 서로 상처와 피해를 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낙태가 옳지 않다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 그 사회는 타인의 생명을 귀히 여기며 공정한 분배를 추구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나의 편의를 위해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도덕적으로 눈감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수천, 수만의 아기들이 내지르는 비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오늘 우리에게는 필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소리없이 죽어가는 불쌍한 아기들을 위해 누군가는 소리를 질러야 하고, 우리는 ‘낙태에 대한 교회의 침묵은 살인방조’라는 신앙고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목데연 기독교 인구 통계

한국 기독교 인구, 현 16.2%서 2050 11.9%로 감소 예상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발간한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 그리고 한국갤럽 등 주요 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이후 한국 기독교 교인 수는 줄어들고 있다. 교인 수의 감소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교회 유지의 문…

영국 폭동

영국 무슬림 폭동은 왜 일어났을까

영국 무슬림들 불법 대형 시위 다시는 못 덤비도록 경고 성격 어느 종교가 그렇게 반응하나? 말로만 평화, 실제로는 폭력적 지난 7월 29일 영국 리버풀 근교에 있는 사우스포트 시의 작은 댄스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던 어린이 3명이 갑작스럽게 침입한 청소년…

세계기독연대

“北, 종교 자유와 인권 악화 불구… 지하교회와 성경 요청 증가”

인권 침해, 세계서 가장 심각 사상·양심·종교 자유 등 악화 모든 종교, 특히 기독교 표적 주체사상 뿌리 둔 종교 형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10주년을 맞아, 영국의 기독교박해 감시단체인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이하 CSW)가 11일 ‘…

손현보 목사

손현보 목사 “순교자 후예 고신, 먼저 일어나 교회와 나라 지키길”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 담임)가 10일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제74회 총회에서 오는 10월 27일에 예정된 200만 연합예배에 대해 언급하며 “순교자의 후예인 우리 고신이 먼저 일어나 한국교회를 지키고 이 나라 이 민족을 지켜주시길 다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

사단법인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와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서울교육감 선거, 교육 미래 가를 것… 신앙교육권 보장하라”

기독교 교육계가 사립학교의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과 2025 고교학점제 수정, 헌법소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특히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궐위로 공석이 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10월 16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사단법…

김지연

김지연 대표 “사라졌던 이질·매독 재유행 국가들 공통점은?”

동성애자들에 매달 2조 5천억 들어 이질, 엠폭스, 매독 등 다시 생겨나 영·미 등 선진국들도 보건 당국이 남성 동성애자와 질병 연관성 인정 변실금 등 항문 질환도 많이 발생 폐암 원인 흡연 발표하면 혐오인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