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속에 맞은 주일… 그저 “기도하자”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설교자들, 노 전 대통령 관련 비통함 표해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 영정사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 영정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지 하루가 지난 24일 주일, 전국의 각 교회들은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채 주일예배를 드렸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기에 설교를 전한 목회자들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고, 그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조용기 목사는 설교 중에 이 사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종 침통한 표정으로 설교를 마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자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출석교회로 잘 알려진 소망교회 역시 마찬가지. 김지철 목사는 ‘실패와 회복’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전한 뒤, 마지막에 기도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짧게 기도했다.

전날 SEED인터내셔널 국제이사회 창립회의 도중 소식을 전해듣고 안타까움을 표했던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도 기도 중에 눈시울을 붉히는 등 슬픔을 내비쳤다.

한국교회 최고령 목회자인 방지일 목사(영등포교회 원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돌아가신 분의 심경을 지금 와서 헤아리고 짐작한다는 것도 부질없는 일”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각자가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누구나 허물은 있는 법이니까”라고 언급했다.

한복협 회장인 김명혁 목사는 국민일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면서”라는 추모의 글을 게재했다. 김 목사는 “우리는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서거를 대하면서 모든 것을 전적으로 상대방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감정적인 대결로 치닫는 대신, 모두가 나의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뉘우치면서 서로를 향해 미안함을 표명하고 상대방을 끌어 안는 대승적인 민족의 화해를 도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기총과 NCCK 등 양대 기구들도 즉각 논평을 발표해 고인을 추모했다. 먼저 한기총(대표회장 엄신형 목사)은 짧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비보는 충격적이다. 비통함을 온 국민과 함께하며 유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길 기도한다. 다시는 이러한 슬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정상복 목사)는 “우리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을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간 오늘의 정치 상황에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누가 전직 대통령까지도 극단적 죽음을 하게 했는지에 대한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으나,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화합과 단결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며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을 스스로 자정과 국가 발전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밝혔다.

기독교사회책임(공동대표 서경석 목사 등)은 논평을 통해 이 사건이 누군가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사회책임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이나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이나 우리 국민들이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그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국민의 의해 선출되었고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리의 지도자였음을 기억하여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또한 그의 죽음을 이용하여 서로를 비난하며 우리 사회를 혼란과 분열로 나아가게 하는 소재로 삼아서도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재광·이대웅·송경호·김진영 기자 newspaper@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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