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했던 존엄사… “환자 생명, 2-4주가 고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명확한 기준 없는 호흡기 제거, 적절성 논란 예고

▲의료진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튿날에도 국내 첫 존엄사 사례에 많은 기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대웅 기자

▲의료진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튿날에도 국내 첫 존엄사 사례에 많은 기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대웅 기자

‘존엄사’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된 김모 씨(77)가 이틀째 자발 호흡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합의나 명확한 기준 없이 다소 성급하게 이뤄진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세브란스병원 측은 김 씨의 자발 호흡이 24시간 넘게 계속되자 24일 오후 2시 의료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환자의 현 상태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설명했다.

박창일 원장은 “환자는 자발 호흡을 계속하고 있다”며 “가래가 기도로 들어가 생기는 폐렴이 문제이며, 앞으로 2주에서 한달을 잘 넘긴다면 그 이상도 생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대법원에서 세브란스 측 주장과 달리 ‘사망 임박단계’라는 의견을 받아들인 데 대해 “일단 주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주치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환자의 중추신경이 손상돼 호흡 기능이 조금 떨어졌을 뿐 폐나 콩팥이 깨끗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망 임박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사망 임박단계’라고 판단한 외부 의료진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이는 이번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됐다. 박 원장은 “주요 장기까지 손상된 단계가 아니라면 호흡기 제거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 앞에서 심모 씨가 기자회견에 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병원 앞에서 심모 씨가 기자회견에 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박무석 주치의는 과잉진료 논란에 대해 “호흡기 없이 환자의 호흡이 가능한지 자주 체크한다”며 “이 환자의 경우 어느 정도 호흡기로 공급되는 산소의 양을 감소시키면 더 이상 진행하지 말라는 경고음이 울렸다”고 밝혔다. 의료진들은 환자가 다시 위독해지면 호흡기를 사용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가족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별도로 가족 대표인 맏사위 심모 씨는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들의 심경에 대해 “많이 안정됐고, 이제까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에 비해 잠도 잘 잤다”며 “장모님이 이러한 상태로 좀더 오랫동안 (살아서) 지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모 씨는 “호흡기 제거 외에 다른 치료는 계속할 것”이라며 “가족들에게 (호흡기를 단 상태가 아닌)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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