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 북한선교원 정상화 외치는 조관실 권사
지난 4월 29일, SBS ‘뉴스추적’에서는 ‘93세 조관실 할머니, 700억원의 전쟁’ 편이 방영됐다. 1984년 북한선교를 위해 써달라며 경기도 남양주시의 약 33만㎡(약 10만평, 현 시가 700억원 상당)의 땅을 기증하면서 세워진 북한선교원(현 한민족세계선교원)이 10여년이 지난 지금 현 이사장인 조준상 목사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다는 것이 방송내용이었다.
북한선교원은 1980년대 한국교회의 북한선교와 통일운동에 구심점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기에, 방송 이후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관실 권사의 외로운 투쟁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조관실 권사의 주장과 북한선교원 사건의 실상에 대해 심층 보도할 계획이며, 먼저 조관실 권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조관실 권사는 현재 지방의 모처에서 사설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머물고 있다. 북한선교원을 바로잡기 위해 보낸 세월이 벌써 십여년. 그 와중에 온갖 수모와 수없는 생명의 위협을 겪어왔지만 조 권사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자신이 처음 땅을 기증할 때 했던, 북한선교를 향한 서원 때문이다.
“활발했던 북한선교원, 조준상 목사 취임 뒤 변질”
아흔이 넘은 조관실 권사의 법적 투쟁은 자신(10만평)과, 현신애 권사(2400평), 박봉주 권사(8만평) 등이 통일을 염원하며 기증한 땅 위에 세워진 북한선교원이 변질되면서 시작됐다. 김창인 목사(충현교회 원로)가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구름처럼 모여 기도하고 헌신하던 북한선교원의 엄청난 활동이, 93년 당시 부이사장이던 조준상 목사가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와해됐다고 조 권사는 말한다. 조 권사는 특히 조준상 목사가 부이사장 재직 시절부터 현재까지 선교원을 사유화하고 횡령, 불법 건축, 불법 매립 등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관실 권사는 “조준상 목사가 선교원의 명칭을 한민족세계선교원으로 바꾸고, 기증된 땅을 개인 명의로 등기했으며, 정관을 13차례나 바꾸는 등 선교원을 사유화했다”며 그같은 정황으로 조 목사가 영구 종신이사장으로 집권하고 있는 점, 자신이 임명한 대의원에게 선교원의 의사결정권을 준 점, 자신의 유고시 측근인 김모 권사가 선교원을 승계하도록 한 점 등을 지적했다. 조 권사가 이에 항의하자 평생이사인 그녀를 이사직에서 내쫓기까지 했다고.
한민족세계선교원, 1년 사업지출 겨우 250만원 남짓
그것도 모자라 북한선교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조관실 권사는 2007년 6월 18일 “초기의 기증 목적과 다르게 활동하고 있다”며 통일부에 한민족세계선교원의 법인 설립허가 취소신청을 냈다. 실제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민족세계선교원은 사업 목적을 벗어나 활동하고 있으며, 1년 동안 펼친 사업(지출)도 250만원을 겨우 넘을 정도로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통일부는 현재 “목적 이외의 사업을 수행했다”며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했다.
조관실 권사는 “그나마 한민족세계선교원이 북한선교를 위해 한 일이라고는 탈북청소년 기숙학교인 한꿈학교를 지원한 것이 전부였는데, 임대료 100만원이 밀리자 쫓아냈다”며 “북한선교원은 한꿈학교의 학생, 즉 탈북청소년들이 주인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에게 임대료를 받고 주인을 쫓아내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조 권사는 또 “조준상 목사가 선교원을 각종 불법의 온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린벨트인 땅에서 온갖 불법건축행위를 했고, 1995년 넉 달 동안 날마다 30t 가량의 산업폐기물을 기증받은 땅에 불법매립했으며, 각종 불법대출을 받았다는 것이 조 권사의 주장.
이밖에도 법무비용으로 수십억 재산 탕진, 부지 헐값매각으로 선교원 재산 훼손, 재산 족벌운영, 외화 반출 등 조관실 권사가 주장하는 조준상 목사의 불법성 행위들은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다.
조관실 권사, 법적투쟁 중 온갖 폭행과 협박 당해
조관실 권사는 조준상 목사가 자신의 배다른 자식들과 공모해 (주)성로원 부지 약 4,750평을 재증여하는 조건으로 자신이 증여 당시 작성한 문서 5건을 폐기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조 권사는 “당시 절대 반대했지만 배다른 자식들은 내 목을 졸라 죽기 직전까지 이르게 하면서까지 공갈협박을 했다”고 했다.
조관실 권사의 양자 3명은 기자회견을 갖고 “2004년 10월 90살이 넘은 노인을 A씨가 회유하여 시작된 문제”라며 “A씨는 세계선교원의 조준상목사를 음해할 목적으로 어머니의 주거를 이탈시키고 자신과 동거하며 보호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하는 등 조관실 권사와 대치되는 주장도 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와중에 조준상 목사가 2억원을 조건으로 기자회견을 요구했다며, 늦었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필요시 언제든지 증인으로 출석해 모든 사실을 이야기하겠다고 약속했다(2009년 4월 21일 진술서).
여러 매스컴을 통해 자신이 기증한 땅이 현 시가 수백억 내지 수천억을 호가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조 권사는 그런 이야기들에 관심이 없다. 조 권사는 “이 일 때문에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잃었다”며 “다른 것 없다. 내 소원은 그저 선교원이 다시금 북한선교를 위해 쓰임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 권사는 법적 소송을 통해 기증자의 권리를 되찾을 경우 땅을 돌려받을 생각이 전혀 없으며, 북한선교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단체에 재기증하겠다는 유서를 작성한 상태다.
한민족세계선교원의 주장
한민족세계선교원은 2009년 국민일보 5월 1일자에 이같은 조관실 권사의 주장과 SBS 방송내용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선교원 측은 북한선교에 대해서 “선교 거점 확보를 위해 남북한 24곳 중 남한 5곳을 확보했으며, 해외 144곳 중 33곳에 거점을 확보하여 학교, 병원, 교회, 기도원을 세워나가고 있다”며 목적과 달리 기증한 땅을 사용하고 있다는 조 권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국내 목회자와 선교사를 국내 및 온 세계에 약 50여명 파송해 지원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교원 측은 “누명을 쓴 것도 억울한데 2007년 11월 21일에 통일부로투버 법인설립허가 취소된 바 있다”며 통일부가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고 부당한 처분을 했다고 항의했다. 또한 선교원 측은 “재판 중에 있는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으로서 엄정중립의 입장을 취해야 할 담당공무원의 일방적이고 편향된 주장을 그대로 방영함으로 인해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SBS의 방송에 이의를 제기했다. 선교원 측은 조관실 권사에게도 “기증한 재산은 단 한 평도 다른 곳에 매매한 적이 없다”며 “저희 선교원은 고귀한 결정으로 기증해주신 분들의 뜻을 높이 받들어 최선을 다해왔으며, 단순히 기증하신 분들의 묘지관리나 하고 토지관리나 하기 위해 기증받은 것이 아니라 북한선교, 세계선교, 한민족선교를 위해 훈련시키고 교육시키기 위해 기증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1993년부터 조관실 권사님과 자녀들이 끊임없이 저희 선교원에 요구하여 1999년부터 양자 합의하에 공증된 문서에 따라 16,529㎡(약 5천평)의 땅을 돌려주지 않았느냐”며 조 권사에게 더 이상 사건 브로커들의 농간에 속지 말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선교원 측은 통일부와의 마찰에 대해서 “문광부와 통일부에서 보는 기준이 다른 측면이 있다. 문광부는 종교 측면에서 바라봐 주지만 통일부는 그렇지 않다”며 북한선교는 예전에도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