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꿈꾸라, 삶을 찬미하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꿈을 가진 자는 춤 추듯 걷는다… 자신만의 꿈으로 삶을 연주하라

▲ 송영옥 박사.

▲ 송영옥 박사.

걷지 말라. 춤 추듯 살아라. 그리고 자신만의 꿈으로 삶을 연주하라.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기를 가진 그대여, 삶을 노래하라. 신록이 눈부신 계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 자기 자신을 이렇게 격려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꿈으로 이뤄진 드라마를 닮고 있기 때문이다.

내 어린 시절의 꿈은 춤을 추는 것이었다. 춤에 대한 애정은 이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꿈 중의 하나이다. 그것이 내가 지녔던 최초의 꿈이었던 때문이다. 그 시절 나는 춤은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방법이라 생각하였다. 춤을 추는 것은 음악에서 시각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 그때마다 음의 한가운데로 미네르바처럼 서서히 솟아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 욕망은 영혼의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에 대한 내면의 동경이었다는 것을, 어른이 된 후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춤에 대한 나의 감성은 파도치는 바다의 리듬에서 온 것이었다. 나는 동해시 북평읍 구미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귀를 기울이면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바닷가. 동해의 푸른 물결이 넘실대며 춤을 추는 곳이었다. 보리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소나무 우거진 숲이 나오고 그 숲을 지나 산등성이에 오르면 바다는 언제나 열정을 가지고 나를 반겨주었다.

바다는 집에서부터 불과 30분 정도의 거리에 닿아 있었다. 그러나 바다를 만나러 가는 그 길은 어린 나이의 나에겐 대모험의 장정이었다. 산 속에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상녀를 보관해 두는 사당도 있었다. 해가 지면 머리를 풀어헤친 원혼들이 슬픈 울음을 울며 사당에서 나와 바닷가를 배회한다고 하였다. 산등성이에서는 문둥이가 아이들을 잡아먹는다고도 하였으며 건너마을에 사는 미친 개식이도 해송들이 우거진 숲속에 살고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내 나이 또래의 여자 아이들은 혼자서 바다를 찾아가기를 두려워하였다.

그러해도 나는 일상처럼 바다를 찾아갔다. 두려움을 뛰어넘으면 햇살은 더욱 눈부시었고 모험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바다는 언제나 하늘을 향해 가슴을 열고 누워있었다. 파도치는 바다의 팡파레, 열광적인 환영이었다. 그 앞에 서서 멀리 수평선을 바라볼 때면 바다는 늘 나를 신의 영역으로 접목시켜주는 듯 하였다.

바다는 우주의 한 부분으로 나를 받아들였고 푸른 베일로 내 영혼을 감싸주었던 것이다. 나는 마치 사랑을 받는 여자처럼 광채에 싸이는 듯 하였다. 그 순간 나는 엄청나게 밀려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벌리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나는 파도의 리듬을 타면서 해안가를 돌고 또 돌았다. 그 순간 하늘을 향하여 높이높이 치 솟아오르던 내 속의 모든 것, 그것은 내 영혼이 별들을 닮았다고 느낄 만큼 감격적인 경험이었다. 바다는 쇼팽의 연주였고 키츠의 시였던 것이다.

평범한 어린 소녀를 천상의 존재로까지 변화시켜 주었던 바다, 춤을 추면서 나는 줄곧 바다와 가장 조화를 이루는 여자아이이고 싶었다. 나의 몸동작 하나 하나가 그리고 나의 표정 한 순간 순간이 파도와 닮은 율동이게 하고 싶었다. 바다새의 울음소리, 그 역시 환상적인 멜로디였다. 바다는 내 율동을 칭찬해 주었고 찬사의 매력은 어린 내가 우주의 중심에 서 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 순간부터 내 속에서는 하나의 꿈이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자연과 가장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나 자신이고 싶은 꿈이었다. 파도는 나를 끌어들였고 춤추는 파도는 나를 자기 표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자발적인 인생으로 살아가도록 영향을 미쳤다고나 할까.

삶은 꿈으로 이루어진 드라마, 때문에 삶에서 우리가 꿈꾸었던 많은 일들은 실재로 경험했던 일보다 더 확실한 기억을 갖게 만든다. 꿈은 삶의 괴로움이나 중요한 순간에 침묵하지 않는다. 단절의 순간에도 가장 나를 잘 얘기해주고 잘 표현해준다.

꿈을 잃지 말라. 꿈을 가진 자는 춤 추듯이 걷는다. 자신만의 꿈으로 삶을 연주하라. 당신만의 노래로 삶을 찬미하라. 삶은 꿈꿀 수 있는 것들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게 노래 불러야 할 대상의 알레고리이다. 꿈은 아름답고 지칠 줄 모르는 영혼을 가진 자들의 것이다.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지구를 떠돌고 싶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영남신학대학교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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