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톨스토이 문학을 찾아서(10)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안나 카레리나>, 톨스토이의 내적 방황과 혼돈 보여주는 작품

▲ 송영옥 박사.

▲ 송영옥 박사.

나는 중학생 때 <부활>과 <안나 카레리나>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두 작품의 사상성은 어떤 면에서는 대조적이다. 문학에서의 사상은 작가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을 뜻하는데, 정서와 상상이 문학의 독창성을 만든다면 사상은 작품의 위대성을 결정한다. 독창적이고 뛰어난 사상은 위대한 문학이 될 수 있는 골격이 되지만, 관념을 생활 속에 힘차게 그리고 아름답게 적용시킬 때만 그 사상은 비로소 감동을 일으키는 문학적 사상이 된다.

다시 말하면 문학에서의 사상은 철학이나 학문의 사상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미적 정서에 의해 순화된 사상만이 문학의 사상일 수 있다. 정서란 인간에게 내재적이며 고유한 능력으로 습득하거나 모방할 수 없지만 사상은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에 습득되고 모방된다. 때문에 위대한 문학은 개인의 힘과 시대의 힘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일찍이 괴테는 <햄릿>이 위대한 점은 당시 영국을 풍미하던 사회풍조인 실용적·실천적 흐름에 인간의 반성적 정신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사상이란 작가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에 의해 작품 속에 용해된 의미 내용이므로 사상을 생경하게 노출하면 작품의 문학성이 떨어진다. 우리는 그 한 예를 부활에서 볼 수 있었다.

<안나 카레리나>는 <부활>에서 보여준 기독교적 사상과는 거리가 있다. 일언하면 1870년대 러시아 귀족 사회의 타락상을 보여준 것으로 아름다운 여인 유부녀 안나의 불륜을 다룬 작품이다. 안나는 매력적이고 영리하며 교양을 갖춘 여자로 카레닌과 결혼해 아들을 낳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사교계의 꽃으로 영화를 누린다. 그러던 중 모스크바 여행길에서 만난 브론스키와 숙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브론스키에게는 이미 키치라는 약혼자가 있었는데, 안나의 등장으로 두사람은 파경에 이른다.

그 후 안나와 브론스키의 부적절한 관계가 사교계에 공공연히 알려지면서 안나는 냉대와 모욕을 당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하는 안나와 달리 브론스키는 이기적이고 타산적이기 때문에, 그의 사랑은 환경 때문에 식어간다. 결국 사랑의 열정이 사라져버린 상태는 안나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비극의 시발점이 되어 삶은 파멸로 치닫는다.

작품은 안나의 삶 만큼이나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됐다. 톨스토이는 후일 그의 <참회>에서 “<안나 카레리나>를 집필할 당시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생활의 진탕에 있었는지 고백하고 있다. 소설의 집필 과정도 상당히 곤혹스러웠고 진행도 더뎠다. 톨스토이는 심리적으로 자신만의 행복, 그에 수반된 집안 일, 재산상 문제, 그리고 문학적 성공과 그 명성을 꿈꾸는 야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러시아 통보>지에 연재를 시작한 것이 1875년이었는데, 연재하는 동안 12번의 개작을 거쳐 불규칙적으로 소설이 완성됐다. 제목도 세 차례의 변화를 거듭했다. 맨 처음에는 ‘견실한 여인’으로, 그리고 ‘두 결혼, 두 쌍의 부인’, 그 후에 <안나 카레리나>로 결정됐다

이처럼 <안나 카레리나>는 톨스토이의 내적 방황과 혼돈을 대변해주는 작품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인간적 고뇌와 약점과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었기 때문에 나는 부활에서보다 더 따스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섬광을 봤다고 표현할까. 섬광은 연약한 실존을 다독여주는 은근한 배려와 같다. 깊이 깨우침을 주면서도 자신을 주눅들지 않게 할 수 있는 넉넉함이다. 인간은 삶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갇힘에서 열림으로 가는 은밀한 통로 하나를 부여받고 싶어한다.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문학 속에서는 산뜻한 새벽공기 같은 희망의 기운과 만나고 싶다. <안나 카레리나>를 통해서 나는 인간을 배려하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비록 소녀 적 감상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나 오래도록 나를 지배할 만큼 의미를 지녔다. 왜 그랬을까(계속).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지구를 떠돌고 싶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영남신학대학교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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