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불교 사이에 낀 기독교, 기도밖에…”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월간초대석] 예장 합동 최병남 총회장 편

크리스천투데이는 2009년부터 매달 한 번씩 교계 저명인사들을 만나 [월간 초대석]을 진행한다. 본지는 이를 통해 한국 및 세계 기독교 각종 현안들을 진단하고, 이 시대 교회와 교인들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이번달 [월간 초대석]에는 예장 합동 교단의 총회장으로서, 지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교단을 진두지휘해온 최병남 목사를 만났다.

[대담=류재광 국장, 정리=송경호 기자, 사진=송경호 기자]

▲지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예장 합동총회를 이끌어온 최병남 총회장. ⓒ송경호 기자

▲지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예장 합동총회를 이끌어온 최병남 총회장. ⓒ송경호 기자


어느 목회자나 마찬가지겠지만, 최병남 목사는 유독 ‘기도’를 강조하는 목회자다. 사람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 앞에, 결국 해답은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총회장이 되어 교단 행정과 연합사업 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그가 총회장으로 있던 지난 시간 동안 예장 합동총회는 뜨겁게 기도하는 교단으로 섰다.

최병남 목사는 인터뷰에서도 연신 기도에 대해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 합동총회가 당면하고 있는 총신대 총장 선출 및 송전탑 문제, 찬송가공회 법인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기도한국, 이제 교단의 브랜드로 정착

-목사님께서는 누구보다도 기도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해 예장 합동 정기총회에서 눈시울을 붉히시며 총대들에게 성총회를 위해 기도를 요청하신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처럼 기도에 대해 강조하시게 된 특별한 배경이 있으신지요.

“해결의 길이 기도밖에 없으니 그렇습니다. 지금 기독교는 천주교와 불교 사이에 껴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체성을 잃어가고 세속화까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부 교계 지도자들의 타락도 심각합니다. 정치, 종교, 사회, 문화 어떠한 문제이든 해결의 길은 기도밖에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해서 될 일이 아니에요.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하십니다. 지금 이 시대에 많은 문제가 있는데 그런 것들은 사실 문제가 안됩니다. 그러나 기도가 부족하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기도하는 만큼 우리 교회들도 성숙하고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목사님이 그같은 신념 덕분인지 ‘기도한국’ 또한 대대적으로 열릴 수 있었습니다. 올해 기도한국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지난해 처음 시작했을 때는 준비기간이 짧았지만, 올해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졌기에 더 알차게 진행됐다고 봅니다. 행사 자체에 대한 노하우도 생겼고 순서가 지나치게 많았던 점을 개선해 질서있게 진행했습니다. 이제 기도한국이 교단의 브랜드로 자리잡을 정도가 됐다고 평가합니다. 교단 산하 전국의 교회들이 혼연일체가 됐고, 2012년 장로교 및 교단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까지 현재 290만여 교단 성도를 5백만으로 부흥 성장시키고자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같은 푯대를 위해 행사 때만이 아니라 늘 쉬지 않고 모든 교단 구성원들이 기도할 것입니다.”

찬송가공회, 한국교회 고질적 문제의 대표적 사례

-찬송가공회 법인화를 적극 반대하시는 등 찬송가공회 문제에 적극 앞장서고 계시는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찬송가공회가 양 찬송가위원회의 허락과 찬송가공회 설립 교단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온 교계에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찬송가공회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한국교회 전반에 만연한 고질적인 문제의 대표적 사례가 찬송가공회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의 고질적 문제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유화입니다. 교회나 교회 연합기관의 모든 문제는 공적 재산을 사적으로 취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교단의 재산, 기구의 재산은 교회의 공적인 재산이며, 근본적으로는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재산의 관리를 맡은 지도자들이 이 재산을 사유화하고 개인 재산처럼 함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속된말로 이권사업이 되고 만 겁니다. 한국교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대부분의 교회 갈등이 여기서 생깁니다.

찬송가공회 역시 지난 십수 년 동안 교계의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연간 십억 정도의 돈을 몇 사람들이 관리하면서 해외여행과 과다 회의비 지출 등의 문제를 야기해 왔어요.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상당한 이권사업이다보니 위원 소환이나 파송 등의 교단 지도와 감독을 교묘히 차단하고 거부하는 사태가 빈번했습니다. 출판은 그 이권의 핵심으로, 여러 해 동안 이를 둘러싼 잡음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7년을 전후해 교단과 교단장들의 비판과 견제가 고조되자, 찬송가공회는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법인을 추진했으나, 교단들이 이를 반대하자 은밀하게 충청남도에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개혁이란 허울이 되고 말았습니다.”

▲최병남 목사는 특히 찬송가공회 문제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며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송경호 기자

▲최병남 목사는 특히 찬송가공회 문제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며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송경호 기자

-찬송가공회의 법인화가 구체적으로 왜 문제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첫째로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되던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고양이가 생선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나선 꼴입니다. ‘법인’이란 설립 교단들의 감독에서 벗어나는 일이에요. 만약 투명성과 개혁을 위한 법인이었다면, 새로운 사람들이 파송되어서 근본적 차원에서 법인 설립을 논의하고 진행했어야 했습니다.

둘째로 교단의 권리를 몇몇 개인들이 훔쳐간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공회는 교단들을 설득하지 못하자 편법으로 공회를 설립했고, 이 때문에 법인 설립을 공개한 직후 공회 설립 교단들의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돼 활동했습니다. 무슨 뜻이겠습니까? 교단들의 재산, 교단들의 권리를 교단들의 동의 없이 명의변경했다는 말입니다.

셋째로 법인 정관을 교단들의 동의나 위원회의 허락 없이 만들고서는 그 정관에 따른다며 교단과 양 찬송가위원회의 권리를 없애버렸습니다. 위원회나 교단이 파송하던 총무를 이사회에서 뽑기로 하고, 최근 파송한 총무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선출했습니다. 파송한 위원들도 누구는 된다 누구는 안된다며 입맛에 맞게 선별하고 있습니다. 교단이나 찬송가공회에서 교체된 사람들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이사로 등재해 숫자를 채우고 있습니다. 사표를 낸 사람들도 사표 수리를 미루고 정상적인 등기 이사인양 내세우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정관에 어긋나는, 만 70세가 넘는 사람도 버젓이 등기 이사로 있습니다. 일전의 공회 기자회견문을 보니 이사장직을 포함해 8명의 이사가 교단과 위원회의 뜻에 따라 바뀌었다고 하던데, 어느 이사장이 바뀌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황승기 이사장은 정년이 지나 우리 총회에서 교체한 분입니다. 그러나 이사장을 바꾸지 않고 있어요. 아니, 바꿀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광선 이사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사장이라고 합니다. 그분은 개편찬송가 쪽의 이사장일 것인데, 개편 쪽은 4개 교단이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맡지 않았던가요? 교단들의 뜻이나 연합사업의 정신과 약속은 무시되고 있습니다.

넷째로 교계의 비판과 고소고발에 휩싸여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중 출판계약 등에 따른 민형사상 소송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습니다. 양 찬송가위원회의 행정심판 청구 사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판권 교단들의 형사고소 사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역사상 찬송가를 둘러싼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교단마다 신학 차이 있어 통합은 어려울 것

-현재 합동총회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신학교인 총신대학교가 총장 선출 문제와 송전탑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신다면.

“두 문제 모두 거의 해결되고 있습니다. 총장 문제의 경우 이제 8월이면 선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송전탑 문제는 총회 차원에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의원들도 적극 나서주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올해 칼빈 500주년이자 한국 장로교 분열 50주년을 맞아 장로교단들 사이에 활발한 연합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하신지요.

“교단마다 신학적 입장차가 있기에 통합까지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장로교단들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또 연합사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기보다는, 칼빈의 정신을 이 시대에 온전히 실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칼빈은 자신의 생각은 철저히 배제하고,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했습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그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전후로 한국사회의 고질적 갈등과 대립이 더욱 심화되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어떠한 일을 해야 하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마치 6.25 이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립하며 혼란스러웠을 때와 같은 느낌이에요. 무질서와 혼돈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보며 지금이야말로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단계는 지났습니다. 이젠 하나님께서 하셔야 할 때에요. 한 설문을 보니 목회자들 중 1시간도 채 기도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목회는 수단이나 설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로 하는 것입니다. 이러니 한국교회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국교회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있는 힘을 다해 기도해야 합니다.”

최병남 목사는

총신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필라델피아 Episcopal 신학교(M. Div),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목회학 박사과정), 미국 칼빈대학교 (Th. M), 미국 Louisiana Baptist University(명예신학박사) 등에서 수학했다. 총신신대원 초빙교수, 대전신학교 학장, 기독신문 논설위원 등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는 한국 장로교총연합회 공동회장, 합동총회 세계선교회 이사, CTS기독교TV공동대표이사, 장기기증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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