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미스바에 모였다. 그들은 사무엘의 인도 하에 하나님 앞에서 금식하며 회개하였다. 여호수아가 죽고 사사 시대로 접어든 이후 일찍이 이스라엘 땅에 이런 회개 운동이 없었다.
“뭣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두 미스바에 모였다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미스바에 모여 회개하며 기도하고 있을 때, 블레셋의 통치자들은 지금이야말로 공격의 호기라고 판단하여 이스라엘 땅으로 쳐들어 왔다.
그 때 사무엘은 어린 양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고 기도하였다.
“만군의 하나님, 이제 크신 권능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블레셋의 침공에서 구원하소서!”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연이어 산천이 뒤흔들리는 천둥과 함께 화살 같은 번개가 블레셋 진영으로 떨어졌다.
“아악, 악…, 이게 어찐 된 일이냐!” 블레셋 군대는 겁을 먹고,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에 바빴다. 전투가 끝나자 사무엘은 블레셋 군대를 추격해간 지점에 큰 돌을 징표로 세우고 ‘에벤에셀’이라고 명명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이곳에 이를 때까지 도우셨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땅에 평화가 찾아왔다. 백성들은 사무엘의 지도하에 태평성대를 누렸다. 사무엘은 해마다 이스라엘의 주요 성읍들을 순회하면서 나라를 다스렸다. 세월이 흘러 사무엘도 나이가 들자, 두 아들 ‘요엘’과 ‘아비야’를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세우고 자신은 고향 라마로 돌아갔다.
하지만 사무엘의 아들들은 아버지와 같지 않았다. 요엘과 아비야는 탐욕이 많아서 뇌물을 받고 잘못된 판결을 하기 일쑤였다.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할 지도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 요엘과 아비야가 뇌물을 받고 엉터리 판결을 내린 거라구!” 여론이 들끓자, 이스라엘의 장로들은 라마에 있는 사무엘을 찾아갔다.
“우리는 당신의 아들들을 따를 수 없습니다. 그들은 당신 같지 않고 불의합니다. 차라리 우리도 다른 나라들처럼 왕을 세워 주십시오.” 사무엘은 가슴이 아팠다. 사무엘은 그 문제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응답하셨다.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어라. 그들은 너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버린 것이다. 하지만 왕을 세우게 되면 장차 어떻게 될 것인지, 먼저 그들에게 상세히 일러주어라.” 사무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왕정 제도의 폐해에 관해 일러주었다. 왕을 세우게 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여러 가지 예를 들어가면서 알려주었다.
“여러분, 여러분이 만약 당신들 위에 왕을 세운다면, 그는 당신들의 아들들을 징집하여 왕을 호위하게 할 것이고, 당신들의 딸들을 데려다가 왕궁에서 일을 시킬 것이오. 그뿐인 줄 아시오. 당신들의 농토 중 좋은 것은 왕이 빼앗아서 자기 신하들에게 나누어줄 것이오.” 사무엘은 장로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닙니다. 우린 왕을 원합니다. 우리도 다른 나라들처럼 왕이 있고 군대가 있어야 합니다. 우린 지금까지 침략을 받으면 부랴부랴 군대를 소집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왕이 있으면 그가 앞장서서 전쟁에 나갈 것입니다. 우리들에게 왕을 세워주십시오.” 사무엘은 슬픈 마음으로 다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토록 왕을 원한다면 이스라엘 장로들의 말대로 그들에게 왕을 세워 주라고 하셨다.
사무엘은 장로들에게 말했다.
“알았소! 여러분들의 뜻대로 왕을 세울 테니, 일단 각자의 성읍으로 돌아가 기다리시오.”
글_김영진, 그림_김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