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을 찾아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문학적 시간 앞에 서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 송영옥 박사.

▲ 송영옥 박사.

톨스토이의 문학 속에서 시간은 물리적 시간의 순서를 따라 흐른다. 작품을 읽다보면 우리는 도도한 대하를 따라 굽이쳐 올라가면서 장엄하고 오묘한 바위산을 만난다. 그 산 정상에 서면 저 까마득하게 보이는 아래의 절벽 끝으로 굽이치며 흐르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때때로 격류에 휩쓸려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고 공포가 있다. 그러나 잠시 숨을 고르면 구원의 손길을 만날 수 있고, 잡을 수 있는 용기와 소망이 있다.

무성한 나무 숲에서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여름이 지나가면 어김없이 나무숲은 색깔 고운 빛으로 물이 든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구름은 비를 뿌리고 이어서 하늘은 붉은 선홍색으로 불타오르며 구름떼가 한가롭게 떠 놀고 있다. 그 후에 인생의 가을은 순식간에 차가운 겨울 날씨로 변해 황혼으로 접어든다.

톨스토이는 심오하고 위대하고 아릅답다.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결코 난해하지는 않다. 세속적인 의미에서도 그는 더할나위 없는 명성과 부를 누리며 비길 데 없이 평화롭고 행복한 일생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안락에 안주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삶의 고통을 기꺼이 나누며 참 교사로서 학자로서 예술가로서 진실되게 헌신하다 그 영광의 절정에서 8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문학의 길에 우리가 함께 오르면 정서적으로 누구나 그의 따스한 손을 잡아볼 수 있다. 마치 루벤스의 화필에서 느끼는 친밀감을 맛본다. 한 폭의 풍경화에서 만나는 적당하게 리얼하고 슬프고 또 아름다운 향수를 맛본다. 향수란 참으로 깊고 무거운 감정이다. 두고 온 본향에의 향수, 문학소녀 시절에 나는 그의 문학 속에서 그러한 인생의 행보를 보았고 인생의 도착점을 만났던 것이다.

톨스토이에 비하여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ii, F. Mikhailovich)의 경우, 시간은 물리적 흐름을 거부한다. 그의 시간 속에는 밤과 낮의 구분이 없고 계절은 순서를 무시하고 흘러간다. 미래와 과거가 현재 속에서 동시에 존재한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반드시 비를 뿌려야 한다는 상식은 없다. 그의 시간은 좀더 심리적이며 의식적이다.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다.

의식 속에서 시간은 거꾸로도 흐른다. 현재로부터 미래로 뻗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일정한 정지점 없이 무한이나 억겁을 향해 치닫는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멈춰선다. 인간의 시간이 끝나는 곳에서 모든 사건이 정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은 난해하다. 그는 문학가인 동시에 러시아의 심리학자이자 소설가이다.

그는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지만 인간 심성의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심리적 통찰력은 20세기 소설의 특징인 의식의 흐름 기법의 토대를 놓았다.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과 세계에 존재하는 불변의 진리를 종교·철학·사상적 관점에서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20세기 문학 전반에 심오한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그의 문학세계에서 시간개념은 때론 혼란스럽고 모호하다. 시간의 길을 여행하는 우리가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두 사람을 찾아간다면 아마 톨스토이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직접적인 교훈을 우리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떨까. 인생을 심각하게 숙고하고 스스로 고통을 감당해야한다는 지혜를 주지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모순적이고 난해한 인생과 더 깊이 맞서게 될 것인데…. 이런 이유로 그의 문학은 거장의 화필로도 객관화 할 수 없다.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지구를 떠돌고 싶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영남신학대학교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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