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정체성 우려” 합동, 보수교계 결집 결의

울산=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합동 10신] WCC 총회 상응하는 운동 추진하기로

▲예장 합동 제94회기 총회가 개최 중인 가운데 한 총대가 발언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예장 합동 제94회기 총회가 개최 중인 가운데 한 총대가 발언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예장 통합총회와 NCCK가 중심이 되어 WCC 제10차 총회를 유치한 것에 두고 합동총회에서 신앙 정체성 변질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직접적으로 표출됐다

합동총회 24일 오후 회무에서는 ‘세계 개혁주의 보수교단협의회를 조직 및 세계대회 개최의 건’이 헌의안에 상정되어, 보수교계가 결집해 2013년 WCC 총회에 상응하는 운동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해당 안건을 두고 총대 다수는 WCC의 정체성에 깊이 우려하며 동의했으나, 일부에선 한국교회 연합과 발전을 위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WCC가 신학이나 신앙적으로 합동이 견지하는 개혁주의 신학에 심각하게 위배된다는 의견과 보수교계 결집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증경총회장 서기행 목사는 “분위기에 휩쓸려 WCC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있었다”며 “우리는 성경대로 믿고 살자는 박형룡 목사의 신학을 이어와 최고의 교단이 되었다. NCCK는 (자살한) 노 전 대통령을 두고 선을 넘어섰는데 이러한 일에 목회자들이 휩쓸리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정호 목사는 지나치게 반(反)WCC 입장을 견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WCC 초기에 용공주의자들이 있었던 것은 저도 알지만 민족 복음화를 견인해야 하는 우리 교단이 4, 50년 전의 문제로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사실 우리 교단은 통합과도 신조가 같다. 모든 것을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떤 부분을 협력하고 어떤 부분은 막아야 할 지 진지하게 검토해 형제와 함께하는 일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준모 목사는 “(WCC의 신학은) 개혁신학에 절대 위배된다”며 “성령관, 역사적 교회관에서 21세기 종교다원주의 체제로 오직 예수라 말하는 개혁신학과 절대 대화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권 목사도 단순히 WCC가 공산주의의 영향을 받았느냐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며 같은 입장을 펼쳤다.

김 목사는 “고 김수환 추기경은 평소에 정상에 오르는 길은 동서남북 서로 다르지만 산에 올라가 만나는 것은 같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동조하는 사상은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대화조차 할 수 없는 비성경적인 것이고, 이를 용납하는 것은 기독교의 구원관을 무시하고 뿌리째 뽑아버리는 행위다. 그렇다면 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구속을 믿고 천국에 가는 기쁨을 누리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는 “오정호 목사가 통합과 신앙고백이 같다고 말했지만 자칫 그러한 입장이 확대되어 WCC와도 같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WCC에 관련된 교단들이 대회를 유치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쟁에 길자연 목사는 “WCC 대회를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근 들어 신앙과 신학의 정립이 상당부분 무너지는 위기감이 있는 만큼 개혁주의 교단이 연합해 응집력을 갖자는 선한 의도다. 교단의 발전과 위상 정립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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