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예정이 칼빈의 핵심 교리라는 것은 잘못”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한국복음주의신학회, ‘21세기 한국교회의 갱신 과제’ 논의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김성영 박사)가 24일 서울교회(담임 이종윤 목사)에서 제54차 정기 논문발표회를 가졌다. 회원 교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김성영 박사)가 24일 서울교회(담임 이종윤 목사)에서 제54차 정기 논문발표회를 가졌다. 회원 교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김성영 박사, 이하 신학회)가 24일 서울교회(담임 이종윤 목사)에서 제54차 정기 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칼빈 탄생 5백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발표회 주제는 ‘21세기 한국교회의 갱신 과제’였고, 2백여명의 신학자들이 참석해 총 9개 분과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신학회는 회원들의 본격적인 논문 발표에 앞서 저명한 칼빈 학자를 초청, 주제발표를 통해 ‘칼빈과 교회 갱신’이라는 화두를 먼저 던졌다. 필라델피아 한인연합교회 담임 목회자이자 전(前) 합동신학원 조직신학 교수였던 김재성 목사는 ‘칼빈의 개혁사상과 교회’를 주제로, 한영태 교수(서울신대 조직신학)는 ‘칼빈과 웨슬리의 신학적 대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칼빈 사상은 철저히 성경에 기초해 있다”

▲ 칼빈 학자인 김재성 목사는 ‘칼빈의 개혁사상과 교회’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칼빈의 ‘변혁적인 역동성’을 설명했다. 

▲ 칼빈 학자인 김재성 목사는 ‘칼빈의 개혁사상과 교회’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칼빈의 ‘변혁적인 역동성’을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번 주제발표에서 ‘칼빈은 과연 어떤 지도자였는가’라는 물음을 던졌고, 우리가 너무나 많이 들어 잘 알고 있는 칼빈이지만, 그래서 또한 오해하고 있는 그의 신학 사상과 삶에 대해 고찰했다.

이와 함께 지금의 개혁교회가 칼빈을 다시금 붙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미 이루어 놓은 것에 머무르지 않는 몸부림”으로 요약되는 그의 ‘변혁적인 역동성’을 꼽았다.

우선 김 목사는 칼빈이 살았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돌아보면서 칼빈의 신학 사상과 교회에 대한 외침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 목사가 역사적 상황을 되짚은 이유는 “현대 신학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칼빈이 처해있던 상황과 역사적 맥락을 통해 그를 검토하자”는 생각에서였다.

김 목사는 “(칼빈의 가르침은) 혼돈된 상황에서 성경적인 해답을 모색한 것이기에 놀라운 확신과 감동을 주고 있으며, 변혁적인 에너지를 제공했고 고난과 시련을 돌파하는 새로운 역동성으로 칼빈주의자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이후 김 목사는 중세 말기 신학의 변화와 로마 가톨릭의 권위가 실추되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에라스무스로 대표되는 기독교 휴머니즘 운동을 비롯해 기독교 고전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던 칼빈의 행적들을 돌아봄으로써 칼빈 신학에 담긴 ‘변혁적인 역동성’을 역설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칼빈의 개혁사상은 성경과 교회가 그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칼빈의 개혁은 교회의 모든 것을 개혁하려는 것이었고 그 근거는 성경에서 나온다. 따라서 칼빈의 생애와 사상에서 성경이 가장 먼저이고, 교회 갱신의 모든 이론들은 당연히 성경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아울러 칼빈의 신학논문들과 제네바 신앙고백서, 요리문답, 성만찬에 관한 논문들, 예배규정, 교회 질서에 관한 법령들, 이단들과 급진적인 무리들에 대한 논박들, 자유의지와 선택에 관련된 논쟁들, 삼위일체에 관한 논지들, 그리고 수많은 편지들은 칼빈의 총체적 저술에 담김 교회 개혁의 상징들이다. 칼빈의 개혁사상은 본질적으로 성경에 의존해 교회의 모든 것을 개혁하는 데 그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칼빈의 사상이 오늘도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것이 성경에 근거해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칼빈의 신학적인 진술에는 성경에서 나오는 귄위있는 힘과 변화의 역동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칼빈은 몸으로 행동하고 실천한 지도자”

김 목사는 또 현대 학자들의 잘못된 칼빈 이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독교강요에 독립된 제목으로 ‘하나님의 주권’이나 ‘하나님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음에도 상당수의 학자들이 이 주제를 핵심이라고 가르쳐왔다. 그런가하면 선택 혹은 예정교리를 칼빈이나 칼빈주의자들의 원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예정론은 기독교강요의 1539년 개장판 제3권 말미에야 처음 나온다. (칼빈은) 하나님의 자유와 영광, 통치와 주권,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 등 중요한 주제들을 끊임없이 언급하면서 선택과 예정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핵심교리로 삼고 체계화시키려는 의도는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칼빈의 모든 저술들은 성경의 가르침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려는 것이지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시키거나 특수한 전제를 가지고 전체를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칼빈은 성경의 가르침을 모두 다 중시했고, 계시된 하나님의 뜻을 총체적으로 가르치는데 역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성경 중심의 칼빈 사상과 그에 대한 오해들을 살핀 김 목사는 다음으로 칼빈의 겅건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칼빈의 신학사상이 지금까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특히 신학의 기초로써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은, 그의 저술 속에 흐르는 경건의 태도와 자세에서 기인한다”며 “탁월한 조직신학자로, 그리고 이론가로 칼빈의 명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의 신학적 진면목을 잘 모르고 있다. 칼빈의 개혁은 분석적이며 비판적이기 보다는 실천적이다. 현장에서 몸과 행동으로 자신의 신학사상을 활용하기 원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칼빈은) 진리와 그 활용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목회적인 상황과 구체적인 사건들 속에서 역동적인 영적 생명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했다.”며 “그는 평소 하루 한끼를 금식하면서 기도하는 데 집중했다. 항상 수면이 부족해 머리가 아프고 피곤했지만 잠시도 주어진 사명을 잊지 않았다”고 칼빈의 경건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칼빈의 경건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갱신에 있어 우리가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임을 김 목사는 역설했다.

그는 “칼빈은 성경에 입각한 교회가 인간을 위해 과연 무엇을 어떻게까지 기여할 수 있는가를 모든 방면에서 보여준 선구자였다”며 “칼빈에 대한 연구가 주로 잘못된 교회의 제도와 신학의 개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칼빈의 신학은) 동시에 개개인의 삶과 생활 전체의 개혁을 포함하고 있음을 주목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칼빈주의는 낡은 종교의 무능력으로 인해 절망에 빠져있던 세대에 변화의 희망과 소망을 주었다”고 강조한 김 목사는 “개혁신학은 이미 개혁해 놓은 것, 이미 이루어 놓은 것에 머무르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내적으로 재활성화를 촉진하려는 불꽃을 분출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복종시키고 엄격한 예배의 명령들을 준수하려는 정신을 철저히 시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만 집착하고 격려하는 것”임을 주지시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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