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도스또옙스끼 문학을 찾아서(1)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내가 그리는 도스토옙스끼의 첫 번째 이미지

▲ 송영옥 박사.

▲ 송영옥 박사.

<그대가 호수에 어린 그대 자신을 보듯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가 자기의 눈동자에 비치는것을 본다> -레드가

외국 문학을 공부하던 시절 우리 선생님은 영문학으로는 낭만주의 예술정신을 배워야 하고, 독일 문학에서는 이상주의적 철학 사상을, 그리고 프랑스 작가들에게서는 낭만주의와 자연주의의 문학 방법을 배워야한다고 하셨다. 그랬다면 내가 러시아 문학을 접하면서 배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농부의 옷을 입고 쟁기를 쓰고 있는 톨스토이의 초상화에서, 그리고 짙은 눈썹 아래 음산한 눈을 슬프게 뜨고 응시의 시선을 날카롭게 보내고 있는 도스또옙스끼를 만나면서, 내가 그들 문학으로부터 무엇을 배우려 하였던가. 지금 생각해 보면 생활 그 자체, 인생 그자체가 아니었던가 싶다. 뭐랄까. 인간이 목마르게 찾는 것, 인간의 숙명인 죽음, 그러나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불멸의 생과 불멸의 선인, 사랑이 아니었을까.

당시 톨스토이의 사랑은 나에게는 가장 합리적인 것이지만 가장 찬연한 상태였다. 사랑을 안아서 기르고 있는 이성이라는 햇볕은 무엇으로도 가로막을 수 없음을 알게 하였기에 이성이 결여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내게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도스또옙스끼에게서는 사랑의 문제에 해답을 얻지 못하였다. 그는 사랑의 문제를 풀어주기는 커녕 이 보편적인 인간의 사랑마저 너무나 난해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학창 시절, 나에게 있어 톨스토이는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그것을 풀 수 있는 지력과 용기를 가지고 있던 작가였으며 도스또옙스끼는 삶의 가장 쉬운 문제조차도 어렵게 만드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듯 보였다.

아마 여러분도 경험하였으리라. 도스또옙스끼의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작가가 인생의 가장 보편적이고 쉬운 문제조차도 어렵게 만들어 독자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이끌고 갔던 일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나도 너무나 혼돈스러웠다. 정말 사람들의 말처럼 참으로 도스또옙스끼는 ‘잔인한 천재’, ‘비극적인 천재’였으며 나는 학창시절 그의 잔인성과 천재성 앞에서 혼란을 겪으면서 인간 존재의 허망함에 여지없이 쪼그라들었다. 그에게 심취해 있던 시절의 내 독서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도스또옙스끼의 작품은 작가와의 관계를 넘어서서 공범자로서의 의식을 갖게 만든다. 그의 시간 속에 들어서면 나는 불안하고, 그러한 나를 작가가 사로잡아 자신의 작품 속에 완전히 침몰하도록 끌고간다.”

이제 나는 혼돈의 때에서 조금은 객관적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또한 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인생의 경험의 폭이 넓어졌고 학문을 통해 객관적일 수 있는 여유를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도스또옙스끼의 이미지를 나름대로 형상화하는 것에 타당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나처럼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애착을 가지고 도스또옙스끼에게 존경과 숭배의 뜻을 나타내며 그 천재의 비밀을 알아내려 애쓰고 있다. 문학가들은 그를 숭모하면서 현대를 고민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전적으로 작품 세계에 투영해 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도스또옙스끼가 과도기 러시아에서 시대의 모순에 고민하는 작가 자신을 철저하게 작품 세계에 투영한 때문이 아닌가 한다. 구질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적 제 관계가 들어서려는 혼란의 시기에 자신을 불태워 독자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내면을 추구하여 근대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서 그의 영향이 현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은 의식의 세계가 확장됨에 따라 혼돈에서 벗어나 그의 “넋의 리얼리즘”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 간다.

이런 의미에서 나도 여러분과 함께 도스또옙스끼의 삶과 문학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가능한 그의 천재성이 준 혼란스러움에서는 자유하고 싶고 한 인간으로서의 도스또옙스키를 향하여 가고자 한다. 작가가 살던 하늘 밑에 서서 그가 밟던 흙을 만져보았을 때 느낀 따스함으로 그를 생각하고 <죄와 벌>을 한 손에 들고 그 주인공이 걸었던 길을 걸어보려고 시의 남쪽에 있는 사드비아거리에 섰던 기억을 가지고 작가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의 <넋의 리얼리즘>을 뜨거운 가슴을 지니고 인생의 문제 앞에서 눈물 흘리며 함께 고민해준 인간 도스또옙스끼를 통해서 그려내려고 한다. 나는 그의 문학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우리들의 시를 그에게 건네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도스또옙스끼 속에 있었을 우리의 하나님을 찾아가고 싶은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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