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본부 ‘감사축제’… 기독교인이 69.5% 차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 목사)가 올해 장기기증 등록자 13만명 달성이라는 대기록에 감사하는 축제를 15일 오전 서울 장충동 그랜드 앰버서더호텔에서 개최했다.
올해 이같은 대기록이 달성된 이유는 2월 故 김수환 추기경과 9월 故 김준곤 목사의 각막기증, 그리고 3-4월 대형교회 위주로 장기기증운동 참여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운동본부 측은 분석했다. 5월 해병대, 10월 공군과 공동 캠페인을 벌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운동본부 측은 올해 결과를 토대로 내년 등록목표를 30만명으로 세우고 교회 뿐 아니라 많은 기업과 단체들을 대상으로 장기기증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교회를 대상으로는 특히 사순절 기간 집중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장기기증 등록자 표준 ‘수도권 20대 기독 여성, 사후 각막기증’
운동본부는 계속될 캠페인에 도움이 되기 위해 올해 장기기증 등록자들에 대해 심층 분석했다. 운동본부는 지난 9일까지 등록자 13만7,16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고, 등록자의 평균은 ‘수도권에 사는 20대 기독교 여성으로 사후 각막기증에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34,201명(25%), 경기 43,853명(32%) 등 수도권이 절반 넘는 비율을 차지했고, 연령대별로는 20대가 45,744명(33.3%), 30대가 27,812명(20.3%) 등 젊은층이 등록을 주도했다. 운동본부측은 이에 대해 “이들은 구세대의 유교적 관습에서 벗어나 장기기증에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으며, 자신의 결정에 따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대 미만 등록자도 12,793명(9.3%)이나 됐으며, 40대가 26,101명(19%)이었다.
또 남성(59,942명)보다 여성(77,223명) 등록자가 12.6% 높게 나타났으며, 종교별로는 기독교(개신교)인이 95,265명(70%), 무교 18,985명(14%), 천주교 11,225명(8%), 불교 10,874명(8%) 순이었다. 종교별 통계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기독교 계열이고, 천주교나 불교에 운동본부와 같은 별도 등록단체들이 있어 이 통계로는 종교별 직접 비교가 힘들다. 오히려 기독교계가 더 적극적으로 장기기증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등록 장기는 뇌사시 장기기증(75,283명)보다 사후 각막기증(10,2002)의 경우가 더 많았으며, 사후 심장사기증이 32,818명, 생존시 신장기증이 4,262명 등이었다.
“장기기증 그랜드슬램 달성하고파”
감사 축제는 김명혁 목사(한복협 회장) 사회로 드려진 감사예배와 박진탁 본부장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로 구성됐다.
메시지를 전한 김인중 목사(안산동산교회)는 “우리를 위해 장기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내어주셨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기독교계는 장기기증에 앞장서 왔다”며 “나눔은 또다른 창조라는 말도 있는만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한국교회가 장기기증에 더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故 김준곤 목사의 제자인 김 목사는 특히 “얼마 전 소천하신 김준곤 목사님은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해 보이셨다”며 마지막까지 각막을 내어놓았던 고인을 추모했다. 김인중 목사가 담임하는 안산동산교회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6천여명의 성도들이 장기기증 등록에 동참했다.
김준곤 목사의 유가족 대표로 CCC 대표인 박성민 목사도 참석해 각막기증인의 입장에서 소회를 나눴다. 박 목사는 “각막기증 자체도 중요하지만 김준곤 목사님의 생명나눔 사랑의 정신이 지속적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김 목사님은 청지기 정신과 섬김과 나눔의 정신, ‘한 손에는 복음을, 한 손에는 사랑을’로 상징되는 양손 선교를 늘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에는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축제 초청에 즉답하지 않고 참모들과 회의 끝에 승락했다는 혜총 스님은 장기기증 등록에 대해 “인간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없지 않느냐”며 “삼라만상 모든 것이 베풀기 위해 존재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존재하고,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혜총 스님은 “세계 각지에서 선교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인들을 존경한다”며 “기독교만을 위한 선교가 아니라, 이웃들을 먹이고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와 이광선 목사(신일교회)도 축사했다.
조혈모세포(골수)와 신장을 모두 기증한 전상규 전도사도 소감을 전했다. 전 전도사는 “제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나누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 전도사는 “생존시 간 기증까지도 할 수 있다는데 장기기증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