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문제는 입장차, 대북정책에선 한 목소리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3인 공동 기자회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 이하 한기총)의 제16대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한 홍재철 목사(예장 합동), 한영훈 목사(예장 한영), 이광선 목사(예장 통합, 이하 선거 기호 순)가 18일 오후 기독교 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견을 발표했다.

이용규 목사(한기총 전 대표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후보들은 WCC 총회의 한국 개최와 대북정책 등 교계 현안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WCC와 관련해 각 후보들이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집중적으로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은 후보들의 발언과 답변 시간을 1분 내지 2분으로 제한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1회로 한정하는 등 다소 경직된 규칙 하에서 진행돼 아쉬움을 남겼다.

“WCC 적극 반대” VS “무조건 반대 안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기호 1번 홍재철 목사. ⓒ 이대웅 기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기호 1번 홍재철 목사. ⓒ 이대웅 기자

홍재철 목사는 “WCC 총회의 한국 유치로 인해 50년 전 망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라며 “한국교회가 또다시 신학적 혼란과 분열에 휩싸일까 염려된다”고 WCC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홍 목사는 또 “작년 제주도에서 장로교단들이 합동으로 예배를 드린 적도 있는데, WCC 총회 유치를 주창한 교단은 한 손으론 검은 손과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론 한국교회와 손을 잡은 것”이라며 “WCC를 반대하는 것이 한기총의 설립목적이다. WCC는 개혁주의 신앙과 배치되는 비복음주의적 단체”라고 했다.

한영훈 목사는 조금 다른 입장이었다. 그는 “WCC 안에도 건전한 복음주의 입장을 가진 자들이 있다. WCC 총회로 인해 그러한 입장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며 “그러한 것들을 신앙과 신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반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조금 서두른 감이 있어 유감스럽다. 대토론회나 세미나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다면 지금과 같은 보수측의 반대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WCC 총회 한국 유치를 주도한 예장 통합측 소속인 이광선 목사는 “WEA나 WCC를 정치적 의도로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 이러한 것들을 한국에 유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국가 발전에 유익이 되고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에도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뜨거운 신앙을 오히려 세계교회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성숙하고 폭넓은 자세로, 혹 다른 입장에 선 사람들이 왔더라도 그들을 감화 감동시켜서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은 인도적 차원에서” 한 목소리

▲기호 2번 한영훈 목사. ⓒ 이대웅 기자

▲기호 2번 한영훈 목사. ⓒ 이대웅 기자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세 후보 모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무게를 두면서 한기총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원 및 견제하는 단체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재철 목사는 “한기총이 지나치에 정치적으로 관여해선 안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을 후원하고 협력한 후 한기총은 인도적인 문제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한영훈 목사도 “한국교회가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할 것은 지원함으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이 하나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이광선 목사는 “한국정부가 대북정책을 잘 하고 있다”며 “인도적으로 지원하되, 반드시 복음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광선 목사 “찬송가공회 관련자들 감사패 줘야”

이광선 목사는 최근 이슈가 됐던 찬송가공회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목사는 “찬송가공회 문제가 너무 지엽적으로 많이 알려져 이 자리에서 다 말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역사가 흐른 후에 한국교회가 찬송가공회를 법인화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패를 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찬송가공회가 지난 20년간 임의단체로 내려오면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우리 역시 미숙하기 그지 없지만 그럼에도 연합단체로 분명히 세우려는 의지 때문에 법인화했다”면서 “진통 끝에 나온 결과인만큼 서정배 목사와 함께 잘 이끌어나가겠다”고 찬송가공회 문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호 3번 이광선 목사. ⓒ 이대웅 기자

▲기호 3번 이광선 목사. ⓒ 이대웅 기자

이 밖에 한기총 총무와 사무총장직을 단일화하는 내용의 한기총 개혁안에 대해 홍재철 목사는 “총무와 사무총장 모두 소속 교단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하다. 예산 문제로 줄일 필요는 없다”고 했고 한영훈 목사는 “(한기총 개혁은) 어느 한 단체나 교단이 원한다고 될 것이 아닌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공감대가 형성 후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이광선 목사는 “새로운 변화를 주려면 일단 한기총에 깊이 들어가서 살펴야 한다”며 대표회장이 된 후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할 것임을 내비쳤다.

한편 후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12월 22일(화) 오후 2시에 CTS기독교TV 11층 스튜디오에서 <제16대 대표회장 후보 TV정책토론회>를 갖는다. 제21회 정기총회에서 인준할 제16대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제20-2차 실행위원회는 2009년 12월 29일(화) 오후 2시에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한기총 선관위는 선거공보를 제작하여 12월 18일 실행위원들에게 발송했으며, 선거인명부를 12월 21일(월) 오후 5시에 확정한다. 제20-2차 실행위원회에서는 선거인명부에 등재된 선거인만 투표권이 있고 대리 및 교체가 불가능하며, 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다. 한기총 임원회는 12월 28일(월) 오전 11시에 회의를 갖고 실행위원회에 상정할 안건과 자료를 검토하고 선거준비상황을 보고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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