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신앙에 참고할 한국교회만의 지침서 만들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신년대담] 미래목회포럼 대표 김인환 목사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안에 연합과 일치운동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일어났던 2009년을 뒤로하고, 이제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밝았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올해에도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2010년의 비전과 소망을 들어본다.

올해 신년대담에서는 뛰어난 과학자이자 신실한 크리스천으로서 최근 한국형 원전 수출에 크게 기여한 정근모 장로(한국전력 고문)와, 목회자인 동시에 학자로서 한국교회의 미래 지평을 고민하고 있는 김인환 목사(미래목회포럼 대표)를 만났다.

[대담=류재광 국장, 정리=이대웅 기자, 사진=이대웅 기자]

한국교회의 ‘위기’는 주로 한국교회의 ‘미래’와 맞물려 있다. 교회학교의 침체와 이슬람 세력의 확장, 인터넷 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안티기독교 등 희망찬 새해를 맞이한 한국교회는 여전히 ‘오늘’의 고민 뿐만 아니라 ‘내일’과 관련된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교단을 초월해 한국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중진 목회자들의 모임 미래목회포럼 대표 김인환 목사(성은감리교회)를 만난 것도 그런 이유다.

▲20여년간 미국교회를 경험한 김인환 대표는 “한국교회가 비록 신학적 문제로 교파가 많이 나뉘어져 있지만, 통합과 일치가 가장 잘 돼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20여년간 미국교회를 경험한 김인환 대표는 “한국교회가 비록 신학적 문제로 교파가 많이 나뉘어져 있지만, 통합과 일치가 가장 잘 돼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미국에서 20여년 목회 경험이 있는 김인환 목사는 “세계 어느 교회와 비교해 봐도 한국교회 같이 훌륭한 신앙을 가진 곳이 없다”며 새해를 맞는 한국교회에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김 목사는 인터뷰에서 “한국교회 최초로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개신교인이라면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생활과 신앙의 지침서를 올해 안에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다소 늦었지만 미래목회포럼 대표 취임을 먼저 축하드립니다. 독자들에게 미래목회포럼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미래목회포럼은 교단을 초월한 목회자 연합 모임입니다. 교회나 교단의 모임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한국목회자협의회와는 조금 다르게 ‘미래목회’라는 단일 목표 아래 한국교회 중진급 목회자들이 모두 망라돼 있습니다. 건강하게 목회하신다는 분들은 모두 참여하고 계십니다.

저희 포럼은 ‘통합’과 ‘일치’ 측면에서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진보와 보수가 한기총과 NCCK로 나뉘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희 포럼은 두 기관의 모든 목회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소망있는 모임입니다. 제가 감리교 목사라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장로교는 보수와 진보가 뚜렷이 나뉘어 있지 않습니까. 감리교는 진보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무엇보다 ‘복음적’입니다. 배제(exclusive)가 아니라 포괄하는(inclusive) 입장에서 장로교를 비롯한 개신교 전체를 아우르는 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국에서의 목회 경험도 소중한 자산입니다. 미 연합감리교(UMC)에서 20여년간 목회했고, 한국에서도 18년째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안목을 갖고 한국교회를 볼 수 있고, 한국과 미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단일 찬송·성경 사용하는 한국, 가장 ‘에큐메니칼’한 곳

-그렇다면 바깥에서 바라본 한국교회는 구체적으로 어떠한가요.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단일 찬송가와 성경을 사용하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곳이 없습니다. 미국만 해도 연합집회가 불가능합니다. 교단마다 찬송가가 다르고, 성경이 다르니까요. 감리교인은 어느 곳으로 이사 가도 감리교회로 갑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부활절연합예배처럼 이것이 가능합니다. 한국은 이런 면에서 참 에큐메니칼하고, 하나된 교회입니다. 그런 면에서 비록 교파는 갈라져 있지만 앞으로 통합하기 가장 쉬운 나라이기도 합니다. 다만 보수와 진보가 신학적 문제로 나뉘어져 있을 뿐이지요.

천주교의 경우 교황청에서 사회를 비롯한 모든 교리들을 간추린 지침서가 있습니다. 이것을 세계 모든 천주교인들이 참고할 수 있습니다. 미 UMC에도 낙태나 음주, 환경 등 모든 문제들을 망라한 UMC의 입장이 1천 페이지가 넘는 책에 담겨 있습니다. 미국 힐러리 국무장관이 UMC 교인인데, 그의 여러 철학이나 주장들이 사실 이 책에 다 나와있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교회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신교 전체나 교단 차원에서도 이러한 생활과 신앙에 대한 공통의 지침서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희 교단만이라도 이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미래목회포럼을 맡으면서 범교단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들을 중심으로 이 작업은 벌써 시작됐고, 올해 안에 완성될 것입니다.”

-방대한 작업일텐데 1년만에 끝나는 것이 가능할까요. 누가 어떠한 방법으로 이 작업에 착수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2007년 제가 교단의 평양대부흥 1백주년 기념 영적대각성운동 본부장을 맡았습니다. 그때 95개조 회개문을 작성했는데, 평양대부흥 1백주년 행사를 준비하던 한기총과 NCCK 총무가 이 문안을 보고 따로 회개문을 만들 것이 아니라 감리교에서 만든 것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 이를 공식 채택했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이 설교하신 월드컵경기장 행사에서 이 회개문이 낭독됐을 겁니다.

본부장으로서 다음해인 2008년에는 ‘성경’을 통해 신학 방향을 정하자는 의미에서 신학자들과 함께 ‘성경을 통한 재정향(Reorientation)’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평양대부흥은 부흥사경회에서 시작됐는데, 사경회는 성경공부였지 않습니까? 성경을 토대로 한 신앙과 신학으로 바로잡자는 것이지요. 교단을 초월해 140인의 신학자들이 함께 ‘서울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성공회나 기장에서부터 순복음과 합동, 고신까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참여했습니다.

영적대각성운동 3년째인 2009년에는 미래목회포럼 대표라는 직분을 주셔서 생활·신앙 지침서를 만들어야겠다는 사명이 생겼습니다. 140인의 신학자들도 전적으로 동의해서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목회자와 신학자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 신학을 이용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진 사실이 얼마나 감사합니까. 교회는 펀드레이징을 하고, 신학자들이 나서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래서 찬송가나 성경처럼 모든 목회자와 평신도가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려 합니다. 그러려면 한기총과 NCCK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겠지요.

이번에 우리나라가 UAE에서 원전을 수주했는데, 공기 단축이 가능한 점이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다면 하잖아요? 이런 일은 시간끌면 못 합니다(웃음). 사실 교리와 윤리 문제인데, 말이 어려우니 신앙과 생활 문제로 쉽게 바꿨습니다. 삼위일체 하나님도 복잡하니 이해를 못합니다. 이런 것을 쉽게 설명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교사 오기 전 성경 번역된 ‘거룩한 나라’ 전통 이어가야

-진보와 보수, 남녀노소를 초월해 모든 한국 개신교인들이 수긍할 만한 지침서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신지요.

▲김인환 대표는 “신앙과 생활에 대한 이번 지침서를 미래목회포럼이 만들지만 개신교 전체의 것으로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김인환 대표는 “신앙과 생활에 대한 이번 지침서를 미래목회포럼이 만들지만 개신교 전체의 것으로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 각자 다른 신학적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청회를 여는 등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본 뼈대가 되는 서울 선언이 성서적이고 복음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선교사가 오기도 전에 성경이 번역된 나라, 성경을 손에 들고 교회 가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미국에서는 성경책 들고 교회 가지 않습니다. 교회에 다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서울 선언 이후 신학자들이 이 운동에 대해 ‘용두사미’가 될까 우려하고 마땅히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 한 것도 사실이었지요. 이러한 선언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 역사에 묻혀버리는 것이 아니라 열매로 맺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사는 연결성이 있어야 하기에, 이 작업을 미래목회포럼 내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 선언을 주도한 박종천·조병호 박사를 중심으로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조직신학부터 실천신학까지 모든 신학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등의 학문에서도 도와야 하는 작업입니다. 기독 국회의원이 무려 115명인데, 이들도 위원으로 모셔서 기독인의 정치 참여나 경제, 세금 문제 등도 넣으려 합니다. 이런 지침서를 내놓으면 세금내기 운동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사회정화 운동이 되는 것이지요.

2013년에 WCC가 한국에서 열린다는데, 이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교회가 고백하는 신앙이 뭔가’라고 질문할 때 대답할 말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문서도 없고, 특히 영어로 된 대답이 전혀 없습니다. 특히 이는 한국교회로만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세계교회에 줄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예를 들어 제사 문제가 들어간다면,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는 다른나라 교회에도 해답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WCC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한국 개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보수 교계의 반대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데요.

“논란은 있을 수 있습니다. WCC는 사실 냉전 시대 때 용공을 많이 받아들였고 다원주의자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주의가 아니라 진보적이지요. 그래서 WCC와 복음주의 계열이 갈라진 지는 오래 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유치가 꼭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지요. 개신교 올림픽이라고 말하지만 신학적 입장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대회인 만큼 유치 자체는 잘한 거라 봅니다. 그리고 한국교회 정도면 유치할 때도 됐습니다.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한국교회의 미래는 곧 세계교회의 미래가 돼 버렸거든요. 그런 점에서 WCC를 비판할 때는 하더라도 획일주의는 안 되는 것이니 좋은 쪽으로 생각했으면 합니다.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이 적극 참여해 WCC의 방향을 복음적으로 바꿔놓으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호주 WCC대회에서 무당굿을 해서 혼합주의 논란이 있었는데, 그 장본인이 바로 이화여대 교수였습니다. 이런 위험을 한국 대회에서 잡아줘야 합니다.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말이지요. 그런 취지에서는 하나의 좋은 기회입니다.”

가정에서의 신앙 회복 위해 가정예배 운동 펼칠 것

-새해 역점을 두고 계신 사업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교단에서는 이미 하고 있는데, 가정예배 운동을 한국교회 전체로 확산시키려 합니다. 미국에서 보니 유대인들이 2천년 넘게 신앙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가정에서 신앙이 전수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교회는 그간 민족과 열방을 다니면서 수평적으로 복음을 열심히 전했는데, 결국 가정에서의 신앙생활이 죽어버렸습니다. 유대 민족은 수직적인 전수가 잘 이뤄졌고요. 이번에 이화여대를 세운 스크랜튼 박사 1백주년 서거를 맞아 후손들을 초대했는데, 절반이 교회조차 나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 위대한 선교사의 후손도 이런 실정입니다.

▲교황청과 UMC의 지침서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김인환 대표. 김 대표는 무엇보다 한국교회에 단일화된 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대웅 기자

▲교황청과 UMC의 지침서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김인환 대표. 김 대표는 무엇보다 한국교회에 단일화된 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대웅 기자

그런 의미에서 교회학교가 교회를 부흥시켰지만, 교회를 망쳤다고도 볼 수 있는 역설적인 말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들 교회에만 맡겨놓고 가정에서는 신앙교육을 등한시한 것이지요. 목회자 자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합니까. 목회자들도 가정 신앙교육은 소홀합니다. 가정 신앙교육은 사실 청교도들의 전통이었습니다. 미국에 야근 문화가 없는 이유가 바로 가정예배 때문에 빨리 퇴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정예배가 확산되면 우리나라의 밤 문화도 바뀔 겁니다. 국민의 30%가 집에 일찍 들어가는데, 그렇지 않겠습니까?”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들께 새해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복을 주실 듯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원전 수주가 국운(國運) 덕이라고 했는데, 저는 하나님의 복이라 생각합니다. 연말에 좋은 사인이 왔지 않습니까(웃음)? 그래서 내년에는 더 좋은 일이 생길 듯 합니다.

인터넷에서는 질타를 받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이 건강합니다. 좌파정권 10년 동안 MBC가 여론을 호도했기 때문입니다. 조두순(‘나영이 사건’ 범인)이 목사였다고 허위 사실을 보도해도 다 퍼서 나릅니다.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하루종일 앉아있는데 그런 잘못된 정보들을 얼마나 많이 보겠습니까. 대표적인 반기독교 사이트만 8개입니다.

한국교회만큼 건강한 교회 세계적으로 없어

세금 문제도 그렇습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교회는 비영리단체임에도 많은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없습니다. 세금을 뗀 돈을 헌금하는 것이기에 세금이 붙지 않는데, 우리는 교회 지으면 부가가치세에 기반시설부담금도 부담해야 합니다. 그래서 MBC가 이 문제로 방송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조목조목 이를 반박했습니다. 이후 세금 얘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세금 많이 낸다는 얘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국 언론이 공정하다면 이 부분도 지적했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를 비관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한국교회처럼 건강한 교회가 없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보다 훨씬 잘 하는 목회자들도 많습니다. 미국에 다녀와 보니 그렇습니다. 이런 교회가 없습니다.”

김인환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B.Tm)를 졸업하고 드루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S.T.M), 보스턴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전공(Th.D) 과정 등을 거쳤다. 양곡고등학교 교목, 美 연합감리교 남부연회 갈보리교회, 경성대학교 국제대학원장, 교회언론회 공동대표 등을 거쳐 성은감리교회와 미래목회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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