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한국전력 고문 정근모 장로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안에 연합과 일치운동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일어났던 2009년을 뒤로하고, 이제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밝았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올해에도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2010년의 비전과 소망을 들어본다.
올해 신년대담에서는 뛰어난 과학자이자 신실한 크리스천으로서 최근 한국형 원전 수출에 크게 기여한 정근모 장로(한국전력 고문)와, 목회자인 동시에 학자로서 한국교회의 미래 지평을 고민하고 있는 김인환 목사(미래목회포럼 대표)를 만났다.
[대담=류재광 국장, 정리=이대웅 기자, 사진=송경호 기자]
지난 2009년 한 해가 저물어가던 그 때, 우리 국민들 전체를 들뜨게 한 기쁜 소식이 있었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47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성공한 것. 특히 1959년부터 시작된 한국 원자력사(史) 50년의 ‘산 증인’이자 ‘타임캡슐’로 불리는 정근모 장로의 소회는 남달랐다.
대한민국은 1959년 이승만 대통령 재임시절에 정부 내에 원자력원을 설치했다. 그 당시 약관의 나이로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할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던 청년 정근모는, 김법린 초대 원자력원장의 보좌 역할을 하면서 지금까지 한국 원자력 분야 최고 전문가로 기여해 왔다. 이번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한국전력 고문으로서 수없이 중동과 아프리카, 미국 등을 오가며 막후 지원을 했다. 특히 “이같은 쾌거는 하나님의 주도면밀한 시나리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를 만나 2010년 한국교회에 전하는 비전을 들었다.
‘제3의 불’ 원자력 수출 쾌거, 미래의 소망 비출 것
전문인선교를 잘 감당할 때 ‘선교대국’ 될 수 있어
-UAE 원전 수주는 2009년 끝자락에 온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소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장로님께서 그 과정에서 한전 고문으로서 많은 역할을 하셨기에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1959년 이승만 대통령 당시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하고 교육용 원자로를 들여왔으니, 올해가 정확히 한국 원자력사 50년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의 미래가 원자력에 달려 있다고 예견했고, 실제로 그렇게 이뤄진 거에요. 기독교에서는 불과 빛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원자력을 나무, 석유와 석탄에 이어 ‘제3의 불’이라고 부르는데, 그 ‘제3의 불’이 비추는 빛이 미래의 소망을 주는 것입니다. 요즘은 이공계가 외면받지만 그 당시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과학 기술로 나라를 일으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꽉 차서 이공계로 진학했습니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50년 만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했으니 감개무량하지요.”
-과정 가운데 어려움이 많았던만큼 더욱 간절히 기도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2009년 1월 한국전력 고문으로 취임했고, 2월부터 UAE의 원전 입찰이 시작됐습니다. 그 경과를 보면 하나님의 시나리오였고 고비마다 하나님의 역사가 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총 여섯 군데에서 참여했는데 그 중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의 경우 50년 전 우리나라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고 기술을 전수해줬던 곳입니다. 그 외에도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았는데 예선에서 프랑스와 우리나라만 남고 결선에서 결국 우리가 선택받았습니다. 물론 UAE 당국 실무자들의 분석 결과 우리의 기술력이 월등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프랑스가 막판에 외교력을 총동원했던만큼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실력이 있더라도 안될 수도 있는 것인데, 하나님께서 선한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요소요소마다 믿음의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분들이 계셨고 그분들이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요.
“원전 수출의 일등공신을 굳이 지목하자면 뛰어난 기술을 가진 실무진들입니다. 특히 한국전력은 신우회가 매우 강력해서 이 일을 두고 오랫동안 기도해왔습니다. (주)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 한전원자력연료 윤맹현 사장, 한국전력남서울본부 명근식 본부장 등은 모두 뛰어난 인재들일 뿐 아니라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대표회장 유일남 장로)에서 핵심적으로 일하고 있는 신앙인들입니다. 이들과 제가 한 마음으로 기도했고, 이번에 막판 협상에 큰 역할을 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이라는 신분 때문에 내색하진 않았지만 함께 기도해 주었습니다.”
-이번 원전 수주가 국가적으로, 그리고 기독교적으로 어떤 영향과 의미가 있을까요.
“세계에서는 앞으로의 시대를 ‘뉴클리어 르네상스(Nuclear Renaissance)’라고 합니다. 그동안은 산유국(産油國)의 영향력이 막강했지만 이제 산전국(産電國)의 시대가 열리고, 우리가 그 기수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원자력 기술이 이미 세계 3위권입니다. 중국이 많이 따라온다고 하지만 아직 부족하고, 우리는 150여개에 달하는 제작사가 있을 정도로 강력한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21세기 가장 중요한 에너지인 전기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관건인데, 석유와 석탄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반면 원자력은 가장 오염이 적은 녹색에너지입니다. 서구에서는 반핵운동 때문에 원자력 기술 개발이 주춤했었는데, 요즘은 반핵운동가들도 원자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쉬지 않고 연구를 거듭해온 우리나라가 급부상한 것입니다.
한국교회로서도 매우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중동 선교는 매우 어렵기에 앞으로는 전문인 선교가 각광받게 될 거에요. 병을 고친다든지 전기를 만들어 준다든지 정수를 해준다든지 식량을 보급해 준다든지 그와 같은 실질적 도움을 통해 믿음을 보이는 때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잘 감당할 때 한국이 선교국가로 더욱 부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교란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니까요.”
대권 도전, 지지도 높지 않았지만 ‘초일류’ 비전 나눠
‘대통령 후보’ 경력만으로 국가 지도자들 전도 기회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셨다가 낙선하셨는데요, 그 당시의 일에 대해 여쭤봐도 될는지요.
이 대목에서 기자는 매우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자칫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할 수도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근모 장로는 밝은 표정으로 “물론이죠”라며 당시의 심정과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존경하는 교회 지도자들과 외국의 지인들이 강력히 권유해 출마했었습니다. 애초에 당선보다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 곧 ‘초일류 대한민국’을 제시하는 데 목표가 있었습니다. ‘초일류’란 첫째로 신뢰받는 도덕적 사회, 둘째로 과학기술로 새로운 가치 창출, 셋째로 경쟁을 통한 학원교육이 아닌 공의와 사랑을 통한 인재 양성, 넷째로 에너지 선진국이 되는 것, 다섯째로 서민들의 생업을 돕는 일, 여섯째로 유럽의 NATO와 같이 아시아 집단안보체제 확립, 일곱째로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문화시민으로의 성숙 등입니다. 대선은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보다, 미래의 비전을 나누고 실천하자는 데에 더 큰 뜻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높은 지지는 받지 못했지만 이같은 비전을 공론화하고, 말뿐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준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국가조찬기도회 회장, 라이즈업코리아 이사장, 해비타트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교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시다가 대선 이후 모습을 잘 보이지 않으셔서 장로님의 최근 동정을 궁금해하는 성도들이 많습니다.
“2008년에는 건강 문제 때문에 외국에 오래 있었습니다. 다행히 하나님께서 건강을 회복하게 해주셔서 2009년에는 제 전문분야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를 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도 원자력 관련 업무를 계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재를 양성하고 개발도상국에 기술과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특히 ‘과학자’ 신분으로는 만나기 어려운 국가 지도자들을 ‘대통령 후보’라는 경력으로는 쉽게 만날 수 있어서 전도의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UAE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도 4회 이상 방문 일정이 이미 잡혀있고,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방문 일정도 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발전할 수 있느냐고 묻는데’, 저는 늘 ‘경제 부흥 이전에 신앙 부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젊은 크리스천들이여, 세계로 눈을 돌려라
-2010년이 밝았습니다. 한국교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뒤 예루살렘에 있던 제자들이 해외로 나가 결국 터키와 마케도니아 등을 부흥시켰고, 로마 제국을 기독교 국가로 변화시켰습니다. 그 뒤로도 끝없이 해외로 진출해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는 종교 개혁이, 영국에서는 영적대각성운동이, 미국에서는 청교도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복음이 이제는 우리나라로 온지 120여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2010년에는 국내에서 누가 총회장이 되느냐 누가 교회를 크게 짓느냐 하는 문제에만 연연하지 말고, 젊은이들이 끝없이 세계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세계 그 어디에도 이만큼 준비된 젊은이들이 많은 나라는 없습니다. 국내에서 취직 안된다고 울상짓지 말고 세계로 나가서 글로벌 르네상스에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이 더 많은 나라에 진출해서 복음과 전문 기술을 전수하면 하나님께서 더 크게 쓰시리라 확신합니다.
특별히 과학기술 분야의 크리스천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는 이공계를 기피하고 과학도들을 ‘공돌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과학은 하나님의 작품이신 천지만물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소중한 일입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알고 깊은 신앙을 가졌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다종교국가인데 우리끼리만 교제하고 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다른 종교와도 대화하고 삶을 통해 예수님을 닮은 모습을 보이고 전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전해야 합니다. 협소한 비전을 갖지 말고 세계를 봅시다. 하나님께서 쓰시는 우리가 시시한 일에 매일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정근모 장로는
과학계, 특히 원자력 분야에 권위있는 학자로서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왔다. 어린시절부터 ‘천재’로 불린 그는 월반으로 약관의 나이에 이미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교수와 뉴욕공대 부교수를 역임했다. 특히 1971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설립을 제안하고 초대 부원장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도 헌신했다.
1980년대 한국전력기술 사장을 역임하며 한국표준형 원자로 개발에 기여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와 총회 의장, 태평양연안 원자력협력위원회 공동의장, 제12대와 15대 과학기술처 장관, 아주대 석좌교수, 호서대와 명지대 총장 등으로 활약했다. 현재는 한전 고문으로서 한국 원자력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위대한 과학자보다 ‘신실한 크리스천’이길 원하는 사람이다. 국가조찬기도회 회장, 라이즈업코리아 이사장, 해비타트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기독 정치 발전과 기독 청년 양성, 사회복지 등에 심혈을 기울여왔으며, 많은 간증서적들을 통해 젊은 크리스천들에게 큰 도전을 주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