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편지] 해비타트 운동을 전개한 밀라드 풀러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사랑의 집짓기라 불리는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를 창설한 밀러드 풀러(Millard Fuller)가 가슴과 머리의 통증을 호소한 뒤 미국 조지아주 아메리쿠스 인근의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지난해 2월 4일 끝내 사망했습니다. 그의 나이 74세이었습니다.

미국 앨라배마대학의 로스쿨 학생이었던 그는 친구와 함께 벤처사업(유통회사)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은 날로 번창했기 때문에 그는 변호사가 된 뒤에도 이 사업을 놓지 않았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란 그에겐 오로지 부자가 되는 것보다 더 중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는 29세에 백만장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돈 맛을 안 그는 돈 모으는 재미에 빠져 휴일도 없이 일했습니다. 자연히 아내와 멀어지게 되고 재롱부리는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멀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결혼 5년여 만에 아내는 “돈만 추구하는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없다”며 별거를 요구했습니다. 그때서야 정신이 든 그는 1965년에 살 집만 남기고 전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새로운 삶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애틀랜타 인근에 있는 기독교공동체 코이노니아 농장을 찾아 그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자기의 모든 것을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사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땅은 있어도 돈이 없어 집을 짓지 못하는 농장 사람들을 보고 생각해 낸 것이 ‘협동주택’ 아이디어였습니다. 모두가 돈을 각출하고 품앗이를 해 집을 지으면 집을 얻은 사람이 비용을 무이자로 장기간 조금씩 갚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듬해 풀러 부부는 아프리카 자이르로 건너가 이 아이디어를 시험했습니다.
 

자이르 주민들은 쇠똥으로 지은 집에서 살면서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두 부부는 건축비를 갚아나갈 능력이 있는 주민을 골라 시멘트 블록 집짓기 운동을 벌여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확신을 얻은 그는 귀국하여 1976년에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서 가난한 사람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국제 해비타트 운동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그 깃발 아래 이제는 세계 어딘가에서 24분마다 한 채씩 집이 서고 있습니다. 95개국이 참여해 지금까지 지은 집이 30만 채가 넘었습니다. 이 운동이 한국에 상륙한 것은 1992년입니다. 한국에는 15개 지회가 결성되었고 재작년에만 1,151채의 집을 짓거나 고쳤습니다. 그간 비용과 일손을 보태준 자원봉사자가 16만 명에 이릅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 운동에 참여함으로 해비타트 운동은 전 세계에 알려지고 카터는 대통령 재임 때보다 퇴임 후에 더욱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카터는 2001년에 해비타트 운동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해 여섯 곳에서 동시에 무주택자를 위한 집을 짓는 행사를 참여했습니다.

해비타트 운동은 현대적 박애주의 운동의 상징으로 인지되고 있었습니다. 밀라드 풀러가 벤처 사업가로 얻은 백만장자라는 엄청난 명예와 부를 탐닉하고 있었다면 그의 삶이나 이름은 오늘날처럼 빛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부를 내어 놓은 대신 인류애를 위한 디딤돌을 놓은 것입니다.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요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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