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도스또옙스끼 문학을 찾아서(3)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인생엔 쉬운 답이 없지 않을까

▲ 송영옥 박사.

▲ 송영옥 박사.

도스또옙스끼의 난해성은 인생 문제의 난해함과 맞물려 있고, 그의 천재성은 인생의 어려운 문제에 답을 구하려는 인류 이성의 총화와 맞물려 있다. 그 때문에 그의 문학은 인생 문제에 답을 얻으려 애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존재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프랑스의 평론가이며 수필가인 동시에 위대한 크리스천인 앙드레 슈아레드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도스또옙스끼의 그 이름과 그 모습을 긴 정사(靜思)의 밤을 위해 간직해 두었었다. 산다고 하는 사실의 위대함, 그 위대함 속에 포함된 고민에 관한 나름대로의 결산을 해 보고 그 총액을 일찌기 내가 알고 있었던 가장 청정(淸淨)한 것, 가장 강력하고 열열한 것과 비교해 볼 필요를 느끼게 될 그런 날의 밤을 위해 소중히 간직해 두었던 것이다. 드디어 그 때가 왔다. 나는 이 사람의 놀랄만한 풍양(豊穰)의 심오를 탐구할 작정이다. 그 탐구가 성공하는 날 생명의 가장 청결한 모습을 볼 수 잇을 것이며, 지칠 줄 모르는 미에 대한 열정괴 광명으로 향하는 도약과 끝임없는 구세(救世)의 의지가 그 진면목을 나타낼 것이다.”

그러나 슈아레스도 도스또옙스끼의 고봉(高峯)을 충분히 답사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내 말의 의미는 도스또옙스끼의 천재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인생에 바치는 작은 성의나 되는 것처럼 우리 자신도 지금 그의 문학세계에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본래 문학이란 일반적인 생각과 사건에 대해 개인의 감정과 행위로 대항하려는것에서 발단한 것이고 보면 평가의 다양함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도스또엡스끼만큼 같은 대륙 작가들에게 서로 다른 평가를 받았던 경우도 흔치 않을 듯 하다. 도스또옙스끼는 레닌과 고리끼에 의해서는 ‘더할나위 없는 추악한’ 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작가 생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톨스토이는 그가 죽은지 15년쯤 지난 후에 이렇게 폭탄적인 선언을 하게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서적, 특히 문학 서적은 내 자신의 것을 포함해서 모두 불살라버려도 무방하다. 그러나 도스또옙스끼의 작품만은 예외다. 그의 작품은 남겨두어야 한다”고.

물론 우리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톨스토이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나서 도스또옙스끼를 만날 때 우리는 그 작품의 광휘를 더 눈부시게 마주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누군가 말했다. 톨스토이는 종래의 문학을 집대성적으로 완성해서 절정에 오른 거장이라면, 도스또엡스끼는 그 절정에서부터 문학을 다시 새롭게 시작한 거장이라고. 문학은 도스또옙스끼에 의해 그 새로운 기원을 열게 됐다. 전혀 다른 인간 인식의 지평이 그로부터 우리 앞에 새롭게 열리게 된 것이다.

사후 일백주년이 되는 1981년 솔로비요프의 말은 도스또엡스끼가 어떻게 우리의 가슴 속에서 신비로운 광망으로 존재하는지를 압축해서 말해준다. “그가 죽은지 일백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뒷세대의 인간만이 풀 수 있는 수수께끼와 같은 사상을 만난다.”

그렇다. 세계문학사에서 니체로부터 현대의 실존주의에 이르는 사상의 계보는 그의 존재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 그의 사상과 문학의 세계성은 우리가 나름대로 애착을 가지고 숭앙의 여정에 오르게 한다. 우리 후대 사람들도 나름대로 처한 인생의 문제 앞에서 나름대로 답을 얻어보려고 끊임없이 몸부림칠 것이다. 그 때마다 인생에는 쉬운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도스또엡스끼의 손을 잡게 될 터이다. 그 때 도스토엡스끼는 조용히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인생에 쉬운 문제가 있을 까닭이 없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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