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 교회 수용이 WCC의 결정적 과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평택대 양광호 외래교수 신학 잡지서 WCC 비판

펑택대학교 양광호 외래교수가 신학 잡지 ‘목회와신학’ 1월호에서 ‘복음주의 입장에서 본 WCC와 에큐메니칼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WCC의 다원주의적 노선을 비판했다.

그는 작년 같은 잡지 10월호에 실렸던 이형기 장신대 명예교수의 글 ‘WCC에 대한 오해와 이해’(아래 관련기사 참조)가 “WCC에 문제가 없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그러나 필자는 (이 교수가) 다원주의적인 종교간 대화에 대한 WCC의 입장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에큐메니칼의 정신만을 앞세워 로마 가톨릭 교회에 대해 무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WCC의) 자세는 개혁주의 신앙의 바른 태도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양 교수가 WCC를 비판하는 주된 이유는 이 단체가 “니케아 신조와 사도신경을 중심으로, 그리고 삼위일체적인 기독교의 이해를 가지고 교회의 일치를 이룩하자는 취지와 목적을 표방”했고 “‘교리의 일치를 통한 초 교회(A Super Church)의 구현을 추구하지 않는다’라는 본래의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로마 가톨릭 신앙의 유입과 보편구원설의 영향으로 종교 다원주의적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구원론에 있어 현저한 차이
타 종교와 대화의 틀 견지해 복음주의 열기 식어

특히 그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에큐메니칼이라는 우산 아래서 WCC에 합류된 것은, WCC 에큐메니칼 운동의 결정적 과오”라고 지적했다.

▲사무엘 코비아 전 WCC 총무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만나 악수를 나누던 모습. ⓒ 크리스천투데이 DB

▲사무엘 코비아 전 WCC 총무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만나 악수를 나누던 모습. ⓒ 크리스천투데이 DB

“본래 WCC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에큐메니칼적인 방법론을 통해 교회의 일치를 추구하는 기독교 신앙의 생활화와 사회화를 위해 나타난 운동”이라고 정의한 양 교수는 “여기서 말하는 기독교 신앙이란 개혁주의 전통을 따랐던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선교적 열정을 간직한 신앙”이라며 “초창기의 에큐메니칼적인 방법론은 분명히 로마 가톨릭 신앙을 배제한 것”이라고 했다.

양 교수에 의하면 개혁주의 신앙과 로마 가톨릭 신앙은 그 표면상으론 일치를 이룰 수 있으나 이면상으론 절대 양립할 수 없다. 이는 근본적인 구원과 영생의 고백에 있어 ‘행위의 역할’에 대한 구원론적 이해의 현저한 차이 때문이다. 양 교수는 “구원론 뿐만 아니라 교회론과 기독론, 성령론에서 그 이해를 달리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와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아무리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과 문화적인 상황을 고려한다 해도, 보수 복음주의적인 기독교적 관점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실상 WCC의 정회원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WCC에서의 로마 가톨릭 교회 활동이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로마 가톨릭 교회 입장에서 WCC의 출현은 또 다른 거대 교회의 등장으로, 그다지 달가운 것이 아니었음에 틀림 없다”며 “로마 가톨릭 교회의 에큐메니칼 정책 수립은, 상호 이해에 근거한 기독교의 사회성과 현재성을 통해 하나님의 세계를 이 땅에 이룩하자는 WCC의 본래적 이상과 부합하는 것이 아닌, 개신교회의 힘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WCC의 정회원이 아닌 것은 12억의 신자를 가진 초교회인 로마 가톨릭 교회가 5억6천만의 교세를 가진 WCC의 일반 회원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며 “WCC 내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가 행사하는 막강한 힘은 WCC가 에큐메니칼이라는 명제 아래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심각한 영향권 속에 이미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WCC가 에큐메니칼 운동을 표방하다 종교 다원주의에 빠진 원인에 대해 양 교수는 ▲하나님의 선교론이 제시하는 샬롬의 구현이 전체 에큐메니칼 신학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복음전도에 대한 WCC의 입장이 점차 보편구원설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게 된 것과 ▲타종교와 문화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WCC가 기본적으로 대화의 틀을 견지했기에 복음주의 열기가 식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을 들었다.

다원주의로 구원 이미지 변형한 WCC는 비복음적
용공 이유로 WCC 총회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 약해

양 교수는 “결국 WCC가 추진한 종교간 대화라는 프로그램은 기독교 신앙의 절대성과 유일성이 무시되고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타 종교 속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려는 시도는 포괄적인 종교 혼합주의와 보편구원설로 전개되면서 WCC의 세계선교와 복음화 위원회에 왜곡된 선교의 모습을 제공하고 기독교계에 큰 혼란을 몰고왔다”고 했다.

그는 또 “보수 복음주의적 크리스천들에게 있어서 기독교는 정의롭고 선한 행위의 목적으로 특징지어지는 종교라는 단어로만 설명할 수 없는 생명 살리는 복음 운동”이라며 “진리는 진리로서의 일반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비진리를 거부하는 배타성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기독교의 배타적인 진리를 거부하며 독선적이라고 비난하는 자들의 비판을 수용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을 타 종교와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종교 다원주의의 핵심인 계율과 규범의 행위적인 의미로 구원의 이미지를 변형한” WCC의 입장은 “비복음적”라는 것이 양 교수의 견해다.

그는 2013년 한국의 부산에서 개최되는 WCC의 제10차 총회에 대해, 한국의 보수 교계가 어떤 입장에서 이를 반대해야 하는지도 제시했다.

양 교수는 “공산주의가 사라진 지금의 상황에서 또 다시 용공을 이유로, 또는 기독교의 사회복음화를 위한 에큐메니칼을 이유로 WCC 총회의 부산 개최를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WCC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사회 복음화 일변도의 정책으로 일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타종교간의 상호 갈등을 제거하겠다는 일련의 시도가 종교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게 됨을 알리고 한국교회가 WCC의 정책을 수정하도록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WCC의 실상과 에큐메니칼적인 허상을 바라보며 한국 기독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그리고 WCC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로마 가톨릭 신앙과 어떠한 모습으로 연결되었으며 그로 인한 종교 다원주의의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함께 의논하자는 의미에서” 이 글을 적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프린스턴신학교(Th.M.)와 뉴욕신학교(M.Div)를 나와 미국 가톨릭대학교(Ph.D. Course work)와 리버풀대학교(Ph.D.)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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