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자유 침해, 학교에 책임을 묻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교회언론회, “학생 선발권이 없는 사학도 피해자” 주장

한국교회언론회가 지난 1월 21일 대법원에서 열린 소위 ‘강의석 사건’ 공개 변론과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교회언론회는 4일 ‘종교자유 침해, 학교에 책임을 묻는가?’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교육의 바른 방향을 위한 학내 문제와 인성교육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종교 교육 문제에 대하여 지혜를 모아야 할 기성세대나 시민 단체, 또는 종교인들이 특정 종교를 공격하기 위해 드러내 놓고 ‘종교자유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한 일이며, 종교 간 갈등의 소지가 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종교자유 침해, 학교에 책임을 묻는가?
학생 선발권이 없는 사학도 피해자이다

지난 1월 21일 대법원에서는 소위 「강의석 사건」공개 변론이 있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원고 강의석 군이 대광고 3학년 재학시절 ‘학교의 일방적인 종교 교육으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서울시 교육청과 학교를 상대로 상당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하여 2심인 고등법원(고등법원 민사 17부)에서는 2008년 5월에 ‘강 씨가 입학시 학교 측의 선서문을 따랐으며, 2학년 때 까지는 종교 수업에 임했고 수요예배 등에도 참여했으므로 종교 행위 자체가 강제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판결로 강씨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에 불복한 원고 측이 대법원에 상고하여 대법원에서는 이날 전원합의체로 공개변론을 하게 된 것이다.

공개 변론에서 대법원은 세 가지를 쟁점으로 변론을 진행했는데, 하나는 학교 강제 배정에 대한 헌법적∙법률적 한계가 있는지의 여부, 또 하나는 학교 강제 배정이 사립학교의 종교교육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여부, 나머지 하나는 관할 교육청의 사립학교 관할 감독이 적절했는지의 여부 등이다.

이날 변론에서 원고 측 대리인(법무법인 바른)은 ‘학생들은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학교가 배정되었으므로 종교교육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피고 측 대리인(법무법인 로고스)은 ‘사립학교의 본질적인 요소는 설립자의 의도와 목적, 그리고 설립 이념에 있으며, 현재는 강제적 학생 배정으로 인하여, 이를 침해 받고 있다’고 하였다.

이 문제의 핵심은 학생도 학교의 지원에 관한 선택권이 없고, 학교도 학생 선발권에 대한 자유가 없다는데 있다. 현재도 고등 교육의 50% 정도는 사립학교가 감당하고 있으나, 1974년 “고교 평준화”로 인하여, 사립학교가 건학 이념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종교교육을 목적으로 설립한 종립학교에 대한 책임 소재를 학교에만 부과하기는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소위 ‘강의석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실제를 살펴보자.
첫째, 현재 사립학교(종립학교)의 문제는 교과부의 강제규정에 있다. 대광고등학교의 예만 보아도 이 학교는 1947년 미션스쿨을 표방하며 학생들에게 기독교 교육을 실시하겠노라고 천명하며 개교 허가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그런데 감독청에서는 학생선발권을 박탈하고 학생을 강제 배정하더니, 수업료도 일정 수준으로 규제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은 국고 보조를 해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학생에게 종교 교육을 하는 것에 제한을 두려 하고 있다.

정부가 사립학교를 압박하는 것은, 국고를 지원받았으니 모든 국․공립학교가 지향하는 보편타당한 일반 교육을 성실히 수행하여 재정 보조에 대한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립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하여 교과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은 없다. 다만 건학이념인 종교교육을 간단하게 포함하는 것뿐이다. 이는 설립자가 자기 자본을 투자하여 사학을 개교하여 종교교육을 전제로, 감독청의 승인을 받았기에 종교교육을 포함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

둘째, 원고 측인 강 씨의 신앙자유에 관한 문제이다. 강 씨는 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실시하는 종교교육에 이견을 제시한 바 없었다. 도리어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종교 활동을 했으며, 교회에 등록하고 출석함으로써 학생회장 피선거권까지 획득하는 자발성을 보였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신앙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학교에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셋째, 우려되는 것은 강 씨의 배후에서 기독교 종교 교육에 대하여 제동을 걸고 있는 시민 단체의 역할이다. 이 단체는 2008년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에도 즉각 성명을 내고, ‘종교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재판부가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이 단체가 순수한 시민 단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은, 그 조직과 활동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이 단체는 특정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교육의 바른 방향을 위한 학내 문제와 인성교육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종교 교육 문제에 대하여 지혜를 모아야 할 기성세대나 시민 단체, 또는 종교인들이 특정 종교를 공격하기 위해 드러내 놓고 ‘종교자유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한 일이며, 종교 간 갈등의 소지가 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

이제는 대법원의 합의 판결이 남았다. 우리 사회는,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사학들이 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산업화 시대와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또 사학들이 많은 부분 국고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고 사학을 국∙공립으로 갑자기 바꿀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러므로 지난 60여 년간 사학으로 수많은 인재를 길러낸 대광학원에 대하여 어느 날 갑자기 ‘현행법 위반’이라는 굴레를 씌우기에는 사회나 국가가 짊어져야 할 근원적인 문제와 사회․종교적 파장이 클 것이다. 대법원의 현명한 사회적∙법적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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