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회장·서기·회계 연석회의서 결의
예장 개혁(총회장 김병호 목사) 인준신학교인 개신대학원대학교(총장 손석태)가 오랫동안 한국교회 내에서 이단 시비를 겪었던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목사에 대해 “현재는 이단성이 없다”는 검증보고서를 발표한 것과 관련, 교단 관계자들이 3시간여에 걸친 치열한 논쟁 끝에 15인대책위를 구성해 정기총회에 보고토록 했다.
예장 개혁측은 23일 대전시 소재 신탄우리교회(담임 장세일 목사)에서 제94-2차 전국 노회장·서기·회계 연석회의를 갖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대책위에는 찬반 양측을 균형있게 포함하기로 했으며, 구성은 임원회에 일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총회’가 아닌 ‘연석회의’에서 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의할 수 있는지 법적 논란도 일 전망이다.
개신대측 “과거에 잘못 있었으나 현재는 복음적”
반대측 “왜 굳이 나서서 교단·교회에 피해 주나”
1부 예배 후 시작된 연석회의에서는 교단 신학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손석태 총장이 기독교신학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기독교 이단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비추어 박윤식 목사의 신학사상을 검증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살리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이고 정신”이라고 강조한 손 총장은 절차상 교단과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박윤식 목사와 그가 속한 평강제일교회 성도들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이같은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신대 기독교신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인 나용화 교수는 개신대의 이번 발표가 한기총과 여타 교단들의 연구 결과를 무시하거나, 과거의 잘못을 무작정 덮어주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과거에는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었으나 현재의 평강제일교회는 철저히 개혁신학을 가르치려 애쓰고 있다는 점을 수차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몇몇 목회자들이 거세게 반대 발언을 하고 나섰다. 반대 발언의 주된 이유는 교단 안팎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교단과의 논의 없이 개신대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점 등이었다. 박윤식 목사가 이단이 아니라는 검증 결과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발표를 취소하게 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었다.
반대측의 한 목회자는 “수십년간 교계에서 이단으로 정죄한 이를 왜 굳이 우리가 이단이 아니라고 발표해서 교단과 신학교에 피해를 주느냐”며 “그렇게 해서 우리 총회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반대측의 발언들이 격해지자 교수들이 학문적으로 연구한 것 자체는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었고, 지나친 반대로 교단 인준신학교의 위상을 추락시켜선 안된다는 옹호론도 비등했다. 이들 중에서는 “한 번 이단 되면 평생 이단이냐”고 성토하는 이들도 있었다.
논란이 평행선을 달리자 많은 이들이 “이 자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개신대 교수들도 총회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대책위 구성에 동의했다. 이에 의장인 김병호 총회장이 동의와 제청을 받아 대책위 구성 건을 통과시켰다.
한편 참석자들은 격한 논쟁을 벌이면서도, 많은 아픔을 가진 교단이 이 일로 또다시 분열을 겪어서는 안된다며 화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