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착한 일 많이 해도 알려지지 않아서…”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월간초대석] 한우리교회 백장흠 목사 편

크리스천투데이는 교계 저명인사들을 만나 [월간 초대석]을 진행한다. 본지는 이를 통해 한국 및 세계 기독교 각종 현안들을 진단하고, 이 시대 교회와 교인들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이번 [월간초대석]에서는 한우리교회 담임으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백장흠 목사를 만났다.

[대담=김대원 국장, 정리=김진영 기자, 사진=김진영 기자]

▲한우리교회 백장흠 목사는 지난 1991년 이 교회의 20대 담임으로 부임해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다. 그는 “오직 주님 뜻대로 순종하며 목회해왔다”고 고백했다. ⓒ 김진영 기자

▲한우리교회 백장흠 목사는 지난 1991년 이 교회의 20대 담임으로 부임해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다. 그는 “오직 주님 뜻대로 순종하며 목회해왔다”고 고백했다. ⓒ 김진영 기자

주일 오전 11시 15분, 1시간 가량 진행된 2부 예배가 끝났을 때 강단 앞으로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한 사람 한 사람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모습이 간절해보였다. 특별할 것이 없었던 예배, 아니 특별함을 발견하지 못했던 그 예배에서 가장 강렬했던 인상. 한참이나 눈을 고정시키고, 그 간절함의 파장에 잠시 영혼의 떨림을 허락했다. 서울 도곡동 한우리교회 백장흠 목사.

백 목사는 매주 예배가 끝나면 이렇게 자신의 기도를 바라고 강단 앞으로 모이는 성도들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손을 얹는다. 무엇을 말하는지, 혹 병 낫기를 구하는지 신앙의 성숙을 간구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기도는 예배에 마침표를 찍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무슨 프로그램이 필요합니까? 어떤 인간의 정치가 교회를 부흥케 하나요. 복음이면 다 되는 것 아닌가요?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처음 부임할 때나 지금이나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는 변하지 않는, 변해선 안 되는 그의 영원한 설교 테마다. 내년이면 한우리교회에 부임한지 꼭 20년이 되는 백 목사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제 내년이면 부임하신지 20년째십니다.

“그런가요? 몰랐네요. 허허. 벌써 20년이 되었나…, 엊그제 같기도 하고. 돌아보면 힘들었던 기억도 많은데, 그런게 다 추억이고, 이렇게 웃음짓게 하는 걸 보면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참 큰 선물을 주신 것 같아요. 어려울 때마다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으로 지금까지 목회했습니다. 어느 목회자나 마찬가지겠지만, 정말 제가 한 게 하나도 없고 다 하나님의 은혜네요.”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시간이었지만, 변치 않는 목회철학을 꼽으신다면.

“순종하는 거죠. 한 평생, 내가 작은 일에 충성하면 하나님께서 큰 것을 주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았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하나님께 순종하자. 지금은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드리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일단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다 책임져주실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었습니다. 새벽기도 때마다 주님 뜻대로 살게 해달라는 기도를 해요. 순종은 제 목회철학이기도 하지만 신앙의 전부라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신앙인이라면 기도를 하든 목회를 하든 주님 뜻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제 확고부동한 신념입니다. 특히 목회자라면, 목회는 하나님의 일이기에 더욱 그렇죠. 저도 한때는 마음대로 목회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곧 깨닫게 하셨죠.”

한우리교회는 흔히 ‘셀’(cell)로 지칭되는 소그룹사역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교회 부흥을 위해선 평신도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백 목사의 생각 때문이다. 올해에도 1백개의 셀 탄생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소그룹 목회를 지향하고 계시는데, 그같은 방침에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사실 원리는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그 분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는 목회. 그것 하나면 다 되는 것인데, 특별히 소그룹 목회를 하는 이유는 한국교회에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싶어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성장한 교회, 오래된 교회는 소그룹 목회가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죠. 만약 우리 교회가 성공하면 한국교회에 좋은 모델이 될 것입니다. 제 마지막 욕심이라고나 할까. 올해가 교회 창립 93주년인데, 100주년이 되었을 때 1000개의 셀과 10000명의 성도가 목표입니다.”

-필리핀에 국제학교를 짓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한우리교회는 ‘5대1·1·1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하루에 한 번 이상 기도하고, 하루 한 사람 이상에게 좋은 말을 하며,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선행을 하고, 1년에 한 사람 이상 전도하고, 일생동안 한 개 이상의 교회를 개척하자는 것인데요. 필리핀국제학교는 한우리교회의 이러한 선교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입니다. 선교사 자녀교육과 세계선교를 위한 인재양성을 책임질 요람으로 오는 4월에 완공될 예정이죠. 총 12학급으로 오는 9월 첫 학기의 문을 엽니다.”

백 목사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에서 지난 2007년 총회장을 지냈다. 당시 총회는 기념비적인 100년차를 막 벗어난, 101년차 총회였다. 지난 한 세기를 지내고 새롭게 도약할 교단을 그 첫머리에서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한 세기를 열어나가야 할 자리였다. 100년차 총회장이라는 스포트라이트는 없었지만 그에겐 누구못지 않은 사명과 책임이 지워져 있었다. 당시 갈등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체로 훌륭히 총회장직을 역임했다는 평가다. 그에게 한국교회를 물었다.

▲백 목사는 역사가 오래된 교회도 소그룹 목회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교회에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남은 목회 인생에 있어 작은 욕심이라고…. ⓒ 김진영 기자

▲백 목사는 역사가 오래된 교회도 소그룹 목회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교회에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남은 목회 인생에 있어 작은 욕심이라고…. ⓒ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지적하는 조사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교회를 잘 믿지 않는다는 내용인데요.

“신뢰도 하락에 있어 1차적으로 목회자의 언행불일치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하니 같은 목회자의 입장에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하나님 앞에 회개해야 할 문제고 끊임없이 고쳐가야 할 부분이죠. 하지만 그 부분에 있어 너무 답답한 면도 많습니다. 사실 알고보면 한국교회가 착한 일을 많이 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이번에 아이티를 돕는 것만 바도 그래요. 한국교회만큼 한 곳이 얼마나 됩니까. 좋은 일은 묻혀지고 나쁜 것만 자꾸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그리고 또 하나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요. 교회는 기본적으로 사랑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사랑 안에서의 자유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그 자유가 지나쳐서 함부로 해선 안 될 이야기들도 하는 경우가 많아 졌습니다. 교회 안에서 서로의 흉을 보는 것들이 바로 그러한 경우죠. 특히 목회자를 비방하면서 서로 무리를 짓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이 교회에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곤 합니다.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에 비해 훨씬 더 빨리 전파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나쁜 소식보다는 좋은 소식을 더 많이 전했으면 좋겠어요.”

-주일 강단에서 점차 예언자적 선포가 사라진다고들 합니다.

“옛날에는 자식이 말을 안 들으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렸죠. 지금도 때립니까? 물론 그런 부모도 있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잖아요.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교회도 그런 조류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 거죠. 하지만 교회가 마냥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만 가서도 문젭니다. 신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있지만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목회자는 분명히 알아야 해요. 최근에 보면 부흥사들도 그저 웃기려고만 하고. 교회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야 하지만 변치 말고 전해야 할 게 있죠. 한국교회 강단이 많이 기울어진 건 사실인 것 같아요.”

-교단별 특색이 모호해진 것도 최근 한국교회의 모습 가운데 하나인데요.

“교단도 교단이지만 진보와 보수의 차이도 거의 없어졌죠. 요즘엔 정말 진보다운 진보를 볼 수 없고 보수다운 보수도 찾기 어렵게 됐습니다. 칼빈을 따르는 교회나 웨슬리를 따르는 교회나 강단에서는 같은 설교가 나가고, 성도들의 신앙에도 별 차이가 없어요.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성결교단만 해도 중생과 성결, 신유와 재림이라는 사중복음을 전하면서 교단 나름의 색깔이 뚜렸했는데, 지금은 많이 약해진 듯해요. 한국교회가 복음에서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약해졌기 때문에, 각 교단들도 자신들만의 특색으로 복음을 전하기 보다는 그저 현실적인 것에 치우치고 교회 성장에만 몰두하니….”

-신학적 정체도 한국교회 비판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종말론에서 그렇지 않은지요.

“맞는 말입니다. 종말론이 뚜렸하지 않으니 오히려 이단들이 득세하는 것입니다. 천국이 과연 어떤 곳인가. 이것이 분명하지 않으니까 그 사이를 이단들이 파고드는 것이죠. 그리고 종말론과 함께 성령론 또한 신학의 약한 부분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성령이 어떤 일을 하고 신자들의 삶이 성령을 통해 어떻게 성결하게 되는가 하는 부분이 더욱더 연구되고 알려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한우리교회는 지난 1917년 세워져 올해로 93주년을 맞은, 강남의 대표적 교회다. 백 목사는 이 교회의 20대 담임목사로 지난 1991년 부임했다. 대담을 마무리하며 후임 목회자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인내하세요. 저는 목회하면서 참을 인자를 수만번 마음 속에 썼습니다. 참는 것이 목회입니다. 끝까지 참고 기도하면 반드시 열매를 맺게 되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인내하셨던만큼…, 그만큼 참으세요.”

백장흠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신학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풀러신학대학과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공동 목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계복음화협의회 공동회장, 기성 총회 교육원장, 크로스웨이 선교회장, 수도권 지하철 선교회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선교사 훈련원 원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 101년차 총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21C부흥선교협의회 대표총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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