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도스또옙스끼 문학을 찾아서(6)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페트라셰프스키와 도스또옙스끼

▲ 송영옥 박사.

▲ 송영옥 박사.

페트라세프스키 사건 당시 도스또옙스끼는 27세였다. 페테르스부르크 문집에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 일약 문단의 혜성으로 떠올라 촉망받던 신예 작가였다. 비록 도스또옙스끼가 페트라세프스키 사건의 주범은 아니었을지라도 역사는 도스또옙스끼로 인해 이 사건에 그 무게를 더해줬다. 그 한 예가 일본의 러시아 문학자 하라다큐야, 고이즈미 다케시등이 <도스또옙스끼와 페트라셰프스키사건>이라는 책을 펴낸 일이다.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의 주범 페트라셰프스키는 도스또옙스끼가 체포되던 시각 두벨트 장군이 직접 체포했다. 페트라셰프스키는 지난 1821년 12월 도스또옙스끼보다 이틀 후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도 의사였다. 그러나 도스또옙스끼의 부친처럼 빈민병원 의사가 아니라 러시아 의학계 최고의 권위자였다. 그의 출생 때 황제 알렉산드르 1세가 대부가 됐고, 세례식에는 황제 대리자로 밀로라드 윗치 장군이 참석했다. 그는 귀족의 명문 자녀들만 입학하는 학습원에서 특별교육을 받았다. 그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 입학한다.

페트라셰프스키는 학습원 시절부터 러시아 사회주의에 반항적 기질을 보이다 대학 시절 <러시아어에 섞인 외국어 사전>이라는 책을 출간, 유럽의 선진사상을 공급하고 자신의 사상을 보급하기로 작정한다. <도스또옙스끼와 페트라셰프스키 사건> 책에 수록된 그의 평전에는 “페트라셰프스키가 생각한 것은 사전의 항목을 빙자해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유럽의 선진사상을 소개할 생각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러시아어에 섞인 외국어 사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을 소개한다.

‘국민성: 한 나라의 국민을 타 국민과 구별하는 전형적 특징을 집약하지만 세계주의의 발달을 위해서는 이러한 차별적 특징을 제거해야만 하고, 그래야만 진보가 있다’

페트라셰프스키는 사회주의 학설을 믿고 그 방면에 대한 자신의 학설을 펼치고자 하는 강한 신념을 지녔기 때문에 혁명과 더불어 같은 뜻을 가진 청년들과 자연스럽게 힘을 합치게 된다. 그는 위대한 인물이 될 소질을 충분히 갖추고있었다. 열정이 있었고 모험심이 컸다. 부요한 출생의 배경으로 연봉도 넉넉했고 자택에 동지들을 끌어모을 만큼 여유도 있었다. 그들은 금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모였으며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목적으로 1848년부터는 이 모임을 조직화했다.

동지들 중에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해설을 담당한 자도 있었고, 경제학적으로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연구도 했다. 갖가지 강연과 토론이 이어졌다. 음악을 위한 시간도 있었고 문학 작품을 읽고 낭송하고 개인적 의견을 말했다. 이들의 대화 가운데 누군가가 금지된 작품을 유포하기 위해 석판인쇄기 설치를 제안했는데, 이때 도스또옙스끼는 반대 의견을 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도스또옙스끼가 체포됐을 때 <벨린스키와 고글리의 왕복서신>을 낭송했다는 이유와 함께 석판인쇄기 설치를 계획했다는 죄명을 쓰게 된다.

페트라셰프스키는 도스또옙스끼와 같은 날 밤 연행된다. 일화에 의하면 그는 항상 복장이 단정치 못했다. 넥타이는 언제나 비뚤어져 있었고 친구들이 방문했을 때도 늘 실내복 차림이었다. 두벨트 장군이 그를 체포하러 왔을 때도 낡은 실내복을 입고 있다 그 차림으로 장군을 따라나섰다. 장군은 그 사실에 놀라고 당황해 황제직속관 방으로 갈 것이니 옷을 갈아입는 것이 좋을 거라 충고했다.

페트라셰프스키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장군은 그의 책상 위에 흩어져있는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장군, 책을 보지 마시오. 보시다시피 내 책상 위에는 러시아 정부가 발행금지 조치를 내린 책들 밖에 없으니까요. 당신이 보기만 해도 불쾌할 것 아닙니까.”

“근데 당신은 무슨 까닭으로 이런 책만 읽고 있는거요?”

“그건 취미의 문제겠지요.”

이 말을 하는 동안 페트라셰프스키는 여유있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 문학가들은 만약 그가 요절하지 않았다면 도스또옙스끼에 못지않을 위대한 인물이 됐을 거라고 한다. 이러한 평가는 위대한 정신을 소유하고 단명으로 살다 간 인간에 대한 우리의 아쉬움의 표현이며 진심어린 예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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