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개최 및 논문발표 연이어 예정
WCC 총회의 한국 개최를 앞두고 보수 교단 및 단체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복음주의 진영이 본격적으로 WCC 알기에 나선다.
한국교회의 진보 진영은 WCC를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의 핵심 단체로 여기며 오는 2013년 WCC의 제10차 총회에 적극 찬성한 반면, 복음주의 진영은 WCC의 자유주의 신학과 종교 다원주의 등을 이유로 총회 개최에 반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 총회에서 차기 총회 장소로 한국이 결정됐지만 WCC를 보는 보수와 진보의 입장 차가 여전해, 한국교회에선 WCC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WCC에 대한 ‘설’(說)만 난무할 뿐, 제대로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권오성 목사)는 WCC를 주제로 토론의 장을 열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이형기 명예교수가 ‘WCC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오는 25일과 다음달 26일에도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총무 권오성 목사는 “WCC를 두고 이렇게 공개적인 토론회를 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WCC에 접근하는 작업이 부족했던 것이다.
복음주의 진영 역시 몇몇 신학잡지가 이 문제를 다뤘을 뿐, 공개적인 자리는 마련되지 못했다. 신학 잡지 ‘목회와신학’은 지난해 10월호와 올해 1월호에서 각각 WCC 문제를 다뤘다. WCC를 긍정하는 이형기 교수의 글과 WCC를 부정하는 평택대학교 양광호 외래교수의 글을 차례로 실었다. 그러나 다양한 인사들의 논의를 담아 폭넓은 이해를 가져오기에는, 여러 면에서 부족했다.
이런 가운데 미래목회포럼(대표 김인환 목사)이 오는 25일 서울 종로 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국교회, WCC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기포럼을 개최하고,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회장 이은선 교수, 이하 역사신학회)는 다음달 3일 총신대학교에서 WCC 관련 논문발표회를 갖는다. 한국교회사학연구원(원장 이양호 교수)도 다음달 8일 서울 서교동 연구원 사무실에서 ‘WCC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마련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그간 단편적으로 진행된 WCC 논의가, 다양한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개된다는 점이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문병호 교수(총신대), 이은선 교수(안양대), 배본철 교수(성결대), 황대우 교수(고신대) 등 기독교 역사와 영성 등 각 분야에서 확고한 복음주의 시각을 가진 학자들이 본격적으로 WCC를 분석하게 된다. 선교신학의 변천, 종교다원주의와의 관계 등 WCC를 보다 다각도에서 살필 예정이다.
미래목회포럼 김권수 목사(동신교회)는 “(WCC에 대한) 정당한 평가 작업이 전무했다. WCC의 신학을 문제 삼는가 하면 심지어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등 집단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며 “세계적 축제라는 WCC 총회 개최를 한국교회는 어떻게 평가하고 이해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 작업을 통해 한국교회가 정체성을 세워 더욱 발전해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포럼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은선 교수도 “WCC 총회가 한국으로 정해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확실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논의돼 왔던 WCC 문제를 복음주의 진영에서 더욱 활발히 논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당시 이 WCC 문제가 후보들 사이에서 핵심 쟁점이 되기도 했다. 이후 산발적으로 진행돼 오던 WCC 논의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핵심 단체들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총회까지 약 3년, 그 결과가 주목된다.